[자연물그리기 후기] 녹색에서 자연을 그리다.

2015년 2월 10일 | 기획강좌

나누고 싶은 이야기 | 녹색에서 자연을 그리다.

녹색에서 자연을 그리다.


한달 전부터 손꼽아 기다린 자연물 그리기 수업이 시작되었다.

‘6시간의 수업으로 과연 그림 같은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여전히 맴돌았다.
강의가 시작되자 그런 생각이 거추장스럽다는 듯, 진도는 몹시 빨랐다.
두 시간의 수업이 지났는데 여전히 불편함이 든다.
간간히 그림을 그리며 살아왔지만 펜을 잡은 손과 시선이 이렇게 불편한 것은 처음이다.
오후시간으로 접어들며 서서히 불편함의 이유를 알아가게 되었다.
내가 그리던 기존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좋은 연필을 준비하고 지우개도 챙겨왔건만 이번 과정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멈추지 않고 한 선으로 쓱쓱 그려나가는 것도 어려운데 지워지지 않는 펜을 이용했으니 말이다.
황경택선생 특유의 개성 넘치고 파격적인 수업이었다.
수강생의 편의보다 당신의 교육철학을 앞세워 거침없이 진도를 끌고 나갔다.
개인적으로 이런 점은 배워야 된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몸은 익숙해져 가고 있었으며 손은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렇게 다섯 시간이 지났다

이제 다섯 시간 동안 배운 여러 가지 그림기법으로 한 시간 만에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
다시 긴장감이 돈다.
이제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황경택선생의 말에 여기저기서 술렁인다.
남은 수업시간은 한 시간!
이내 수강생들은 머리를 숙이고 각자 가져온 자연물을 그리기 시작한다.
황경택선생은 바쁘게 이곳 저곳을 다니며 수정을 봐주며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자연물스케치가 끝나고 물감으로 색을 만들기 시작했다.
얼마 전 안과에서 노안이라더니 색감이 뚝 떨어졌나 보다.
자연물과 가장 비슷한 색이 나올 때까지 색을 섞고 또 섞었는데 비슷한 색이 나오질 않는다.
난감함 끝에 색을 칠하고 그림자까지 마무리를 했다.
예정된 수업시간 보다 30분이나 지났지만 강의실 열기는 완성된 결과물로 인해 더욱 고조되고 있었다.
여기저기 탄성이 일어났다.
정말 작품 같은 자연물그림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자리에 모아놓는 그림들의 사진을 찍고 각자의 그림을 소중하게 챙기며 자연물 그리기가 보여준 마법 같은 시간은 그렇게 끝이 났다.
모든 사물을 많이 보고, 오래 보고 그려야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는 말이 가슴속에 남는 하루였다.
오래 보아야 할 것이 비단 자연물만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함께 든다.
어쩌면 여섯 시간이 그런 의미도 포함시킨 고도의 지능적인(?) 수업이 아닐까?
짧은 시간이지만 긴 여운으로 남겨질 시간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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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자연물그리기에 함께 한 권오철(후두둑) 회원님께서 써주셨습니다. 6시간의 마법과 같은 교육 후기를 2015년 2월 초록세상을 통해 나눠주셨고, 이를 옮겨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