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들의 군집, 그리고 너른 평원에서의 농사가 마지막이 되지 않길

2005년 1월 19일 | 토양환경

[1월 18일 올해가 마지막 농사가 되지 않길 – 평택 팽성읍]   – 평택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역, 용인시 문예회관, 분당구청 앞 초록행동단의 하루-초록행동 16일차, 평택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역을 둘러보기 위한 준비를 마친 초록행동단은 마을회관 청소까지 마치고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옮긴다. 집집마다 ‘미군기지 확장반대’ 노란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고 짙은 안개가 하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평택 하늘을 덮은 뿌연 안개 사이로 붉은 태양이 떠오른다. 멋진 풍경이다. 하지만 이내 태양은 짙은 안개 속으로 숨어버렸다. 오늘은 어제 일기예보와 같이 심상치 않은 날씨가 될 것 같다. 활동을 하는데 지장이 없길 바라며 이동을 시작했다. 11시 예정인 기자회견을 하기 전, 초록행동단은 지역 주민들과 함께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 일대 답사를 시작했다. 행동단 모두가 24인용 작은 버스에 오르자 버스는 콩나물시루가 되었다. 버스가 움직이자 하나 둘 씩 눈발이 날린다. 평택은 산이 없고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평야지대가 발달한 지역이다. 1년에 이곳에서 생산되는 쌀의 양이 안양시민 전체가 6개월 동안 먹을 수 있는 양이라고 하니 그 규모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습지가 발달해 있었으며, 오늘도 평택호 주변으로 조성된 습지에는 많은 철새들이 까맣게 군집을 이루고 있었다. 또한 대상지는 솔부엉이, 황조롱이, 원앙, 소쩍새, 고니, 참매 등과 같은 천연기념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기도 한 생태계가 안정된 지역이다. 하지만 이 일대에 용산과 동두천에서 이동하는 미군기지가 들어서게 된다고 한다. 지금의 아름다운 평야가 몇 년 후 미군의 주둔지, 훈련장, 체육시설 등의 용도로 사용되게 된다고 하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특히 이 곳에 18홀 규모의 미군 전용 골프장이 들어온다고 하니, 그로 인한 평택호의 환경파괴는 불보듯 뻔한 일인 것 같다. ▲ 평택미군기지 확장 부지를 둘러보고있는 행동단. 미군이 들어설 285만평은 걸어서 돌아보기에는 한나절이 넘게 걸릴만큼 넓은 부지였다. ▲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 생태 문화 사전 조사 후 전면 재검토하라!”   이후 기자회견에서 초록행동단 김제남 단장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평야가 지금은 얼어붙어 고요하지만, 그 안에는 봄에 피워날 생명들이 움트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런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이 땅을 미군에게 넘기는 것은 안된다.”고 했다. 또, 평택참여자치 시민연대의 김만제 운영위원도 연설을 통해 “생명은 벽돌공장의 벽돌같이 찍어낼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라고 하며 잘 보전된 평택지역의 생태계가 미군부대로 인해 황폐화 될 것을 안타까워했다. 기자회견 중에도 하늘은 잔뜩 찌푸린 날씨였지만, 초록행동단이 기자회견을 하는 장소에는 햇빛이 비추어 하늘도 초록행동단의 활동에 힘을 주었다. 초록행동단이 다음에 도착한 곳은 용인시 2020년 도시계획 공청회가 열리는 문예회관이었다. 용인시는 난개발의 대명사로 알려진 곳으로 지역 주민들은 현재도 교통, 문화 등의 사회 기반시설의 미비로 인해 많은 피해를 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인시는 지역내 시민단체는 철저하게 배제한 채 2020년 도시계획을 세우고 이를 오늘 발표하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현재 용인인구를 2배로 늘려 2020년까지 130만명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난개발이 또다시 우려되고 있다. 따라서 공청회가 열리는 현장에서 초록행동단은 기자회견을 갖고 용인시의 잘못된 도시계획정책을 재검토하라는 주장을 펼쳤다. ▲ 용인시의 부분별한 인구팽창계획-해결을 위한 시도일까 아니면 또다른 팽창을 위한 구실일까?   ▲ “갈래갈래갈린길 내게 바이 갈길은 없소” 영덕양재간 고속도로는 우리나라의 도로계획의 모순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초록행동단은 또다시 분당구청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 자리에서는 경기지역 환경단체들과 함께 영덕-양재간 고속도로 건설계획을 비롯한 경기도의 수도권 민자고속도로 건설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주장을 했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진행된 기자회견 및 퍼포먼스에서 초록행동단의 옷은 흠뻑 젖었으며, 이후 비가 함박눈으로 바뀌면서 모두들 추위에 떨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를 함께 이겨내기 위해 초록행동단은 둘러 모여 행동단 공식 지정곡인 ‘천리길’을 부르며 행동단의 결의를 다지는 한편 서로에게 힘을 북돋아주는 자리를 마련했다. 오늘은 힘든 일정과 더불어 날씨의 변덕도 심하여 행동단원들이 많은 고생을 했다. 지금은 숙소에 돌아와서 모두들 흠뻑 젖은 외투를 널따랗게 방바닥에 펴놓고 말리고 있지만, 행동단 한명 한명의 얼굴에는 힘든 표정보다는 웃음이 넘쳐흐른다. 아마도 행동단원들 모두가 가슴 속에 초록희망의 불씨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을 해보며 오늘 하루를 마친다. 후원해 주신 분들 평택 미군부대 이전 반대 주민대책위에서 맛있는 아침, 점심을 제공해주셨습니다.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맛있는 과자와, 떡을 주셨습니다. 환경정의 활동가들이 쫄깃한 떡을 준비해주셨습니다. 경기환경운동연합 대표, 영덕-양재간 민자고속도로 주민대책위에서 후원금과 숙소를 제공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