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정기 뻗어난 계양산

2015년 12월 17일 | 성명서/보도자료

‘높은 정기 뻗어난 계양산 아래 고운 꿈이 자라난다 높이 높이 자라난다’, ‘계양산 뻗어 내려 양지 바른 곳, 보람찬 앞날의 등불이 된다’ 계산초등학교와 부평초등학교 교가의 노랫말이다. 계양과 부평뿐 아니라 김포, 부천 등의 아이들은 날마다 계양산을 바라보며 계양산을 노래하고 꿈을 키운다.

15년 전 계양산의 정상에 수십미터 철탑이 들어섰다. 최근 이 송신탑이 민간업자 수익사업용임이 알려지면서 지역사회가 뜨겁다. 군사용 송신탑인 줄 알고 있었는데 실제론 민간업체가 통신중계임대업으로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었던 것이다.

2000년 건설 당시 환경과 경관 훼손을 이유로 지역주민들과 시민사회가 반대했다. 계양구의회도 계양구와 국방부에 설치허가취소를 청원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주민공청회 등 의견수렴과 동의절차도 거치지 않고 국방상 불가피하다며 송신탑 건설을 강행했다.

2000년 6월 19일, 계양구청은 ‘허가목적 외 민간시설 등의 타용도 전환은 없을 것’이라 행위허가조건을 명시하고 계양산 정상에 군용 송신탑의 건축을 허가했다. 군사시설물로 지상권을 설정하고 건축허가받은 송신탑을 민간업체가 통신중계임대업으로 사용하는 것은 계양구청의 허가조건 위반한 것이다.

또 국회를 통해 국방부가 2001년부터 2032년까지 32년간 기부채납 방식으로 민간업체에 계양산 송신탑의 무상사용을 허가한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 민간업체는 방송사와 통신사들로부터 사용료 명목으로 매년 수억원을 챙기고 있다고 한다.

계양산은 인천뿐 김포, 부천, 서울양천 등 한서(漢西)지방 주민들의 지주이자 휴식공간이며 아이들의 놀이터이고 자연학습장이다. 500만 한서 주민들과 아이들은 날마다 계양산 정상에 꽂힌 철탑을 바라보고 있다. 500만 시민들의 가슴 속에 쇠말뚝이 꽂혀 있는 것이며 우리 아이들의 앞길을 쇠말뚝이 가로막고 있는 것과 같다.

성주산-금마산-만월산-원적산-천마산-계양산으로 이어지는 한남정맥의 경관은 수십개 송전탑들과 전선들이 이미 망쳐놓았다. 한남정맥 인천구간의 주산인 계양산 정상에는 송신탑까지 꽂혀 있어 이제 더 이상 계양산 정상에서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이야기할 수 없다.

국방부가 계양산과 관련하여 인천지역사회를 실망시킨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롯데가 골프장을 추진했던 계양산 북사면의 골프장계획부지는 절반이상 사격장 안전거리로 군사시설보호구역이다. 그런 지역에 국방부는 2009년 골프장계획을 조건부동의했다.

MB정부시절 국방부는 제2롯데월드를 위해 서울공항의 활주로 각도까지 틀었다. 국민들에게는 무소불위, 불가침인 군이 재벌과 돈 앞에서 한없이 실망스런 모습을 보여왔다.

군수뇌부의 방산비리 등으로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이미 땅바닥에 떨어졌는데 계양산 군용송신탑의 건축허가조건위반과 민간돈벌이 논란으로 인해 땅속으로 더 추락해버렸다.

인천시민들은 똘똘 뭉쳐 골프장으로부터 계양산을 지켰다. 골프장대책위원회인 계양산시민자연공원추진위원회는 계양산보전한평사기운동본부와 함께 계양구와 인천시를 넘어 500만 한서지방 주민들과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계양산정상송신탑철거운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인공위성과 케이블 등 방송통신기술의 발달로 산정상에 송신시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

송신탑 건설 당시 군 관계자도 몇 년 후면 송신탑이 쓸모없을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계양산은 500만 시민들의 지주(支柱)이다. 국방부는 계양산 송신탑의 존재이유와 국방상 필요성을 인천지역사회가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일제가 우리나라의 곳곳에 쇠말뚝을 박아 정기(精氣)를 끊으려 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사실여부를 떠나 우리 선조들이 산에 기대어 살면서도 산을 얼마나 경외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전국적으로 대표 영산의 정상마다 수십미터 높이의 송수신탑이 꽂혀있다.

일제보다 더 크고 흉물스러운 쇠말뚝을 우리 스스로가 꽂은 셈이다. 계양산성복원, 문학산정상개방 등 인천의 역사문화복원, 가치재창조를 이야기하는 지금, 인천과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 계양산 정상 송신탑의 철거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 이 글은 2015년 12월 17일자 인천일보 환경의 창에 실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