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없어지는 것이 더 무서운 것

2016년 6월 14일 | 초록동무

재미와 안타까움이 함께한 초록동무!
올해는 비와 인연이 있는지 비소식이 자주 들린다. 하지만  초록동무 하는 날엔 다행이도 살짝 비껴갔다. 메말라 있던 계양산에 밤새 여러 번 비가 와서 물놀이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사방공사를 한 중턱까지 올라가기로 했다.
간벌로 잘라 논 나무의 나이테를 세어보고 몇 살 쯤 됐는지, 왜 나이테가 생기는지 알아봤는데 아직은 2학년이라 별 흥미가 없다. 대신 쓰러진 나무의 껍질 벗겨진 부분 전체에 초록색 이끼가 낀 것에 더 신기해하며 다가가 만져봤다. 계수나무군락을 지날 때는 코로 솜사탕 먹기를 했다. 가까이 있을 때보다 약간 떨어져 있을 때 냄새가 더 진하게 느껴졌다.
아직 빗방울이 나무에 맺혀있어 나무를 흔들어 빗방울 털기 놀이를 해줬더니 재미있어했다. 굵은 나무는 꿈쩍도 안하니 만만한 나무만 골라 죄다 흔들고 다녔다. 새집이라도 있으면 어쩌려고 살짝 걱정을 하는데 너무 재미있어 한다. 하기야 새들은 어수룩하게 너희들이 흔들 정도의 나무에는 집을 안 짓지.

키 낮은 아카시나무에서 가시를 따서 코에 붙이고 코뿔소도 되어보고, 한창 칡잎이 싱싱하고 연해서 잎으로 숨은 성격테스트도 했다. 착착 접고 잘근잘근 씹어서 난 구멍으로 하늘을 한번 쳐다보고 뒤집어서 펼쳐놓으니 숨은 성격이 은근히 나타나는데 긍정적으로 풀어줬다.  제법 솔깃해 하는 녀석들~~

산 중턱에 어울리지 않게 핀 큰금계국의 진짜 꽃과 가짜 꽃을 구분해서 루페로 살펴보고 나니, 바로 옆 때죽나무에 충영이 징그러울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있다. 이것도 본 김에 관찰해야지. 한데 한 친구가 거침없이 큰금계국꽃을 따서 루페에 넣었다.
나중에 간식 먹을 때 사과선생님이 루페에 안에 생긴 습기를 보고 왜 생겼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아직도 꽃이 죽지 않고 숨을 쉬고 있기 때문에 습기가 생긴 거라고 이 꽃이 얼마나 힘들겠냐고 그래서 살아있는 꽃을 함부로 따면 안 된다고 했더니 친구가 많이 미안해했다.
멋진 사과샘과 함께해서 정말 좋다.

길섶을 살피고 가는데 눈에 띈 뱀딸기.
하나 따서 먹어보라고 주니 모두 고개를 흔드는데 한두 녀석이 덥석 물었다. 맛이 어떠냐고 물으니 먹을 만 하다고 했다. 그 다음부터 너도나도 먹겠다고 해서 뱀딸기를 찾느라고 한참 뒤져다. 뱀딸기를 먹기 시작하더니 버찌도 연신 맛있다고 잘 따먹었다.
둘 다 환상적인 맛이란다. 애들이 3월의 그 애들이 맞나?

기대와는 달리 사방공사한 곳은 물이 없었다. 만약 자연 그대로 뒀더라면 어땠을까?
물놀이를 못해 아쉬워하며 내려오는데 산 곳곳에 나무가 베어져 있었다.
우리 아지트는 무사할까? 걱정스러워 물어보니 아이들은 마냥 신이 나서 귓등으로 흘린다.
중간에 화장실에 들렀다가 버찌로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선생님이랑 얼굴에 고양이를 그리며 재미있게 놀았다. 커다란 통나무다리를 건너고 굽은 나무에 수건을 걸고 타잔놀이를 했다. 힘들어하면서도 재미있어했다. 지치면 버찌를 따서 원기보충하고 완전 산골아이들처럼 놀았다.
하지만 아지트에 가까워질수록 숲의 변한 모습이 아이들 눈에 들어왔다. 아지트를 찾아서 가다보니 주위가 온통 엉망이 되어서 지난달에 봤던 숲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 녀석이 조금 남은 옛길로 들어서자 원래 숲은 이래야 되는 것 아니냐고 따지듯 묻는다.
뭐라 답해줘야 되는지…… .
전에는 애들이 우거진 숲을 무서워했는데 지금은 더 편안해 하는 것 같다.

그나마 우리들의 보금자리 대부분은 남아 있었다. 하지만 다음 달에는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바로 아지트 앞까지 간벌이 진행 중이고 옆에서 놀던 쓰러진 나무도 옮기기 위해 모두 토막이 난 상태였다.
아이들도 슬슬 아지트가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나무를 대충 정리하고 모기가 극성을 부리는 와중에도 아지트에서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간식을 먹었다.
간식을 먹으면서 아지트가 없어지면 우리가 이사를 가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 아이가 있어서 한 달에 한번 숲에 오는 우리도 갈 때가 없어서 걱정을 하는데 이 숲에 사는 작은 동물들은 어디로 이사를 가야할까? 그리고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어떻게 될까?
그러자 한 아이가 놀다가 아이들이 무언가로 무섭다고 하자 숲이 없어지는 것이 더 무서운 것이라고 숲지기처럼 말했다.

간식을 먹은 후에 하는 이름표에 열매붙이기 행사는 항상 열기가 대단하다.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주머니에 들어있는 열매를 랜덤으로 골라 한 달에 하나씩 붙이는데 가끔 사과 샘이랑 농담 삼아 얘들은 이것 때문에 결석을 안 하는 것 같다고 얘기 한다.
물놀이를 못한 아쉬움을 통나무에 올라가서 물을 멀리 쏘아 보내는 물폭죽놀이로 대신하고, 추억을 남기고자 우리들이 만든 걸개를 걸고 아지트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었다.

지난달 이어 이번 달 역시 재미있는 초록동무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웠다.
전날 목상동답사 때 이미 숲 가꾸기라는 명목으로 곳곳에서 간벌이 진행 중이었는데 초록동무들의 눈에는 숲이 마냥 황폐화되어 가는 것 같아 지켜보기 힘들었다.
어린 아이들에게 이걸 어떻게 설명 해줘야하나 고민을 하게 했다. 이래저래 생각을 많이 하게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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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구초록동무 3학년
글 들국화 / 사진 사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