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갯벌

2016년 8월 24일 | 성명서/보도자료

연일 30도를 넘는 폭염에 한반도가 뜨겁다. 내리쬐는 햇볕이 따갑고 에어컨 실외기 열기에 숨이 막힌다. 나무 그늘을 찾아들지만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내뿜는 열기를 식히기엔 역부족이다. 일본열도에 상륙한다는 태풍이 부럽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가 나돌 지경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영종도 갯벌을 추가 매립할 계획이라는 소식이다. 영종도 동측 미단시티 예정지와 영종도준설토투기장 사이 3.9㎢ 갯벌을 매립하기 위해 전략환경영향평가용역 입찰공고를 냈다. 인천경제청은 이 영종2지구(또는 중산지구) 갯벌매립 목적을 부족한 앵커시설 부지를 확보해 외국인 투자를 촉진,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고 동북아 경제중심 거점을 육성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갯벌보전 시민헌장’ 제정하고 갯벌 보존한다더니

2010년과 2014년 영종도 79.6㎢ 토지가 경제자유구역에서 해제되었다. 사업성 결여 등으로 경제자유구역의 정상적인 개발은 지금도 요원한 상태다. 지난해에는 감사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문제가 투자용지 부족이 아니라 수요를 과다하게 산정, 공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천경제청 논리가 설득력을 잃는 이유다.

매립예정지는 세계적인 멸종위기조류 ‘두루미’ ‘검은머리갈매기’와 ‘노랑부리백로’의 중요한 먹이터다. 인근에는 전 세계 3000여마리밖에 없는 ‘저어새’의 주요 번식지인 수하암이 있다. 또한 호주와 시베리아 수천㎞를 오가는 ‘알락꼬리마도요’를 비롯한 수만마리 도요물떼새들의 중간기착지이다. 영종도와 용유도, 삼목도, 신불도 사이 갯벌이 인천공항이 되고 운렴도 갯벌이 준설토투기장이 된 후 강화갯벌과 영종도남단갯벌은 이곳으로만 통한다.

현재 인천경기만 지역에서 추진되는 갯벌매립계획이 이것뿐이 아니다. 습지보호지역이며 람사르습지인 송도갯벌 두 곳엔 제2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와 배곧대교가 각각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수도권쓰레기매립지도 갯벌이었다. 인천국제공항도 남동국가산업단지도 갯벌이었다. 송도신도시와 청라신도시도 대부분 갯벌이었다.

좁은 땅덩어리를 한탄하며 국토확장을 외치던 시대는 갔다. 지금은 전지구적인 기후변화를 대비하고 ‘역간척’ 연안 생태계 복원을 계획하는 시기다. 지난해 해양수산부는 ‘갯벌자원화 종합계획’을 통해 수십년간 매립되거나 훼손된 갯벌을 복원할 것이며, 이를 위해 복원의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는 이보다 15년 앞선 2000년에 이미 ‘갯벌보전 시민헌장’을 제정하고 갯벌 보존 및 복원, 조사, 관리를 약속했다.

우리나라 서해안 갯벌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다. 그 중에서도 인천경기만갯벌은 한강, 임진강, 예성강 하구에 위치해 모래갯벌, 펄갯벌, 혼합갯벌 등 다양한 퇴적상을 보인다. 수많은 외국인들이 인천공항과 인천항을 통해 우리나라를 찾지만 세계적 자연유산, 인천경기만갯벌의 존재를 모른다. 인천시나 중앙정부가 갯벌국립공원지정 등 가치를 부여하고 홍보하는 일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갯벌매립은 인류생존 위협하는 폭탄매설

기후전문가들은 이미 지구가 기후변화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한다. 인류생존을 위해 기후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갯벌은 육지로부터의 오염물질을 걸러내고 정화하는 ‘자연의 콩팥’이고 여가와 교육, 관광 등 현대인들의 ‘문화마당’이며 홍수, 폭풍해일 등 자연재해를 방지하는 ‘자연 범퍼’다. 갯벌매립은 더 이상 경제활성화책도 아닌 인류생존을 위협하는 폭탄매설일 뿐이다.

2500년 전 노자는 도덕경에서 ‘표풍부종조 취우부종일(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 회오리바람은 아침 내내 불지 않고 소나기도 하루 종일 내리지 않는다)’이라 했다. 과연 앞으로도 그럴까?     /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 2016년 8월 22일자 내일신문에 기고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