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만의 저어새와 지질공원

2016년 12월 29일 | 성명서/보도자료

예류지질공원2

저어새 현황 알림판과 모니터 저어새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

며칠 전 <인천, 한반도, 황해 그리고 대만> 이라는 주제로 대만엘 다녀왔다. 몇 군데 방문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타이장국립공원 내의 저어새 안내센터에서 만난 6명의 학생들이다. 대만의 타이난에 위치한 타이장국립공원은 세계적인 멸종위기조류인 저어새의 대표적인 월동지이다. 그 학생들은 탐방객들을 상대로 저어새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일정의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후 저어새와 저어새보호지역에 대한 안내를 진행하고 있었다. 오늘 확인된 개체수 288마리, 2016년 대만 개체수 2060마리, 전세계 개체수 3356마리. 실시간으로 전세계와 대만, 타이장국립공원 내 저어새보호구역의 저어새 현황을 알려준다. 저어새 전시관에는 저어새 생태전반에 대한 내용 전반뿐만 아니라 보호활동에 대한 연혁까지 표시되어 있다.

2009년 4월 인천남동유수지에 저어새가 둥지를 틀었다. 그 후 시민들은 매년 꾸준하게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포럼과 교육, 전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에서 태어난 저어새의 대다수가 월동하는 대만. 20년 넘게 저어새보호활동을 해오고 있다는 자원봉사협회장은 저어새 고향, 인천에서 온 우리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인천에서든 대만에서든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의 끊임없는 목소리와 활동으로 저어새를 비롯한 새에 대한 관심이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 올해 인천시는 탐조안내자양성교육을 진행했고, 남동유수지를 야생생물보호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한 절차를 추진 중이다. 또한 송도에 야생동물구조보호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그런데 한편에서는 이미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저어새번식지 남동유수지의 하수종말처리장계획에 지역사회 논란이 되고 있다. 사회적 합의가 진행되는 과정에 ‘윗선’의 개입으로 다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대만처럼 국가차원까지의 지원은 바라지도 않고 그저 그렇게 저어새가 번식할 수 있도록 둘 수는 없는 것일까?

현재 인천에서도 백령도, 대청도, 소청도에 국가지질공원인증이 추진 중이다. 대만의 유명 관광지 중에는 예류지질공원이 있다. “대만 예류지질공원의 대표적인 바위로 손꼽이는 여왕머리가 풍화작용으로 인해 10년 안에 사라질 우려가 있어서 관계자들이 회의를 했는데요, 인위적인 처리를 통해 보존하는 대신 자연적으로 사라지더라도 그대로 두기로 했대요.”대만연수에서 우리 연수팀을 안내한 현지 가이드의 설명이다. 대표적인 바위로 꼽힐 정도면 화학처리를 하거나 기구를 설치해서 보존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 일반적일텐데 자연적인 흐름에 맡겨 그냥 두기로 했다는 설명이 인상 깊었다. 천만년에서 이천오백만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파도침식, 풍화작용, 지각운동 등의 지질작용으로 희귀한 지형, 지질 경관이 만들어진 예류지질공원. 2003년에 지질공원으로 지정되어 연간 약 3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그러나 수많은 관광객들로 인해 차분하게 둘러보기 어려웠다. 예류지질공원을 반면교사로 삼아 인천의 국가지질공원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지질경관의 가치와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공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동북아시아의 지중해라는 황해. 한반도의 관문인 인천, 대륙의 입구에 위치한 대만은 황해를 통해 이미 오래전부터 교류했고 역사문화, 자연생태도 많이 닮아 있다. 내년 봄 타이장국립공원의 저어새는 고향 남동유수지를 찾아올 것이다.

/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 이 글은 12월29일, 경기일보에 실린 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