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겨울야생동물학교 모습

2017년 1월 23일 | 계절학교

1월 18일(수) 3시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우리가 2박3일동안 묵을 설악산 장수대!

배정된 방에 짐을 풀고 점심을 먹은 뒤, 모둠별로 모였습니다. 각 모둠별로 지켜야 할 약속을 정해봅니다. ‘욕하지 않기’, ‘때리지 않기’ 등등이 나왔지요.

산에 오를 채비를 하고 숙소 마당에서 전체 놀이를 합니다. 각 모둠별로 인사는 했지만, 전체 친구들은 모르기에 서로 인사하면서 어울려 노는 전체 놀이를 했어요. 참나무 선생님의 밧줄을 이용한 놀이! 합심하여 설악산을 지키는 놀이를 했습니다. 술래가 설악산 개발업자가 되고, 다른 사람들은 설악산지킴이가 되는거죠. 밧줄 안에 있는 술래가 밧줄 바깥에 있는 사람을 치게 되면 아웃인데요, 그렇다고 밧줄을 모두 놓아버리면 설악산이 무너지게 되는 규칙이 있었죠. 개발업자의 발빠른 움직임에도 서로 합심하여 설악산을 지켜내었습니다. 실제로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지어지는 것을 막아낸 것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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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풀기를 끝내고 대승폭포를 오릅니다. 답사 때 선생님들이 올랐을 때도 쉽지 않아서, 여러분들이 잘 오를 수 있을까 걱정도 살짝 했지만, 모두 함께 대승폭포에 다다랐어요. 우리나라 3대 폭포라고 하는 대승폭포도 보고, 간식도 먹고 단체사진도 찍은 뒤, 숙소로 돌아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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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박그림 선생님의 ‘설악산 야생동물 이야기’ 가 진행되었어요. 박그림 선생님이 준비해 오신 사진들을 보며 우리가 직접 가보진 못했지만, 설악산의 다양한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함께 어우러져 살고 있는 생명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설악산을 지키기 위해 설악산케이블카반대활동을 하신 이야기도 해 주셨죠.

후에 박그림 선생님이 가져오신 동물 뼈와 털, 똥. 그리고 야생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각종 밀렵도구를 보면서 우리들의 눈은 휘둥그레. 그리고 설레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답니다. 뼈를 갖고 싶어 몇 번이나 졸랐던 이들도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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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날은 본격적으로 야생동물흔적을 보러 설악산에 들어갔습니다. 6시간 정도 산에 있기 때문에 단단히 채비를 하고, 준비운동도 합니다. 박그림 선생님이 길라잡이가 되어 설악산에 듭니다. 계곡을 건너는 과정에서 발이 빠져 운동화가 젖기도 하고, 여분 양말을 가져온 이들이 젖은 이들에게 양말을 빌려주기도 했어요. 이렇게 서로 도와가며 길을 헤치고 가니, 예전 분교터를 만나게 되었어요. 역시 학교터랑 그런지 볕이 잘 들어와서 이 곳에서 쉬면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전날 연습, 준비한 노래들도 불렀지요. 점심을 먹은 뒤, 앞쪽에 눈이 아직 녹지 않은 곳에서 눈놀이를 하며 놀고, 또 다시 이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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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쌓이지 않아 흔적을 많이 못 봐 아쉬웠지만, 고라니똥, 노루똥, 산양똥, 발자국 등을 보았어요. 노루가 앉아 있던 자리도 보았고요. 평소 산행을 많이 하진 않아서 조금 비탈진 길이나 오르막길, 내리막길이 힘들긴 했지만, 목표지점까지 잘 다녀왔습니다. 다녀온 뒤에는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저녁을 먹고 박그림 선생님이 산행을 하며 찍은 사진을 보여주셔서 설악산을 걸으면서 보고 들은 것, 느낀 것들을 각자 스스로 정리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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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날 아침을 먹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요. 수도권은 전날 저녁부터 눈이 내린다고 해서 내심 기대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내리지 않아 아쉬웠었죠. 근데 아침을 먹는데, 눈이 뻥뻥 내리기 시작해서 들뜬 마음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한계사지(터)로 출발했어요. 설악산에 유명한 절인 ‘백담사’ 의 전신인 한계사 가 있던 터를 보기 위해 나지막한 숲길을 걸어갔죠.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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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로 돌아와서는 숙소 마당에서 눈놀이가 이어졌습니다. 어디선가 포대를 구해와서 눈썰매를 타는 이들, 눈 치우는 삽으로 눈을 한곳에 모으는 이들, 눈싸움을 하는 이들, 눈사람을 만드는 이들. 각자 저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놀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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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마지막날 해야 할 것들이 있기에 마음껏 놀진 못하고 숙소로 들어왔어요 ㅠㅠ

우선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지어지지 않도록 결정해준 문화재위원들에게 감사편지를 썼어요. 설악산 전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기 때문에 10명으로 구성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들이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지어져도 되는지를 검토 했는데요, 지난 12월28일 회의를 통해 설악산에 케이블카가 지어지지 않기로 결정했답니다 ^^

그리고 면주머니에 동물발자국도 찍어보고, 설악산에서의 느낌도 표현해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각자 저마다의 개성을 담았답니다.

마지막으로 몇몇 이들이 쓴 감사편지를 읽는 시간으로 2박3일 겨울야생동물학교를 마무리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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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경험을 했지만 설악산에 대해서 각자 느끼는 것들, 담아가는 것들은 조금씩 다를 겁니다. 공통적인 것은 설악산과 생명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되었다는 것이겠죠? 이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생명과 자연을 생각하고, 행동하는 멋진 사람이 되길 바라봅니다. 박그림 선생님 말씀처럼, 2박3일 설악산 다녀온 경험, 느낌들을 각자 글로 정리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2박3일간 처음 보는 이들과 함께 지낸다는게 쉽지 않았을 거에요. 그리고 단체생활이고 예정되어 있는 일정들이 있어서 때론 맘껏 자유롭게 놀고 행동하지 못하게 큰 소리 냈던게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큰 탈 없이 마무리 되어서 고맙습니다.

함께 했던 박그림 선생님, 참나무 선생님, 양귀비 선생님, 바오밥 선생님. 그리고 이안이, 성운이, 재희, 학진이, 윤정이, 서정이, 소희, 호연이, 도현이, 기석이, 서현이, 하연이, 효원이, 유현이, 솔비, 민주, 동규, 민기, 현균이, 태민이, 시현이, 영하, 유찬이, 현우, 규민이, 태환이, 수병이. 모두 반가웠습니다.

초록동무에서, 게눈에서, 또랑에서, 그리고 다음 여름자연학교에서 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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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 부모님들이 보낸 메시지 중 일부.

# 처음 부모와 떨어져 보내는 캠프임에도 불구하고 걱정이 하나도 안 되더라고요. 아마도 좋은 선생님들 그리고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서 그런가봐요. 집을 벗어나 부모의 보살핌 없이 불편하지만 불편함마저도 의미있고 소중한 시간이 되었으리라 여겹니다. 다 컸지만 그래도 아이들이기에 선생님들 말씀도 잘 안듣고 이래저래 투정도 많이 부렸을텐데 잘 보다듬어주시고 이끌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몸으로 느끼는 캠프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물도 안 먹던 우리 아들이 밥이 맛있었다고 하네요. 6시간의 산행을 했다고 뿌듯해하네요.

# 100점 만점에 99점이라고 이번 캠프에 점수를 주네요.

# 박그림 선생님이 무지 인상적이었나봐요. 당분간 롤모델이 될 듯 하네요. 어찌나 즐거웠는지 쉼없이 풀어내고 있어요.

# 박그림 선생님 월요일에 설악산 케이블카 반대로 재판받는다고 하던데 아이들이 응원한다고 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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