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대만에서 읽는 인천⑤ 타이장공원의 저어새, “더 행복해보였다”

2017년 2월 2일 | 성명서/보도자료

황해는 동북아시아의 지중해로 불린다. 중국대륙과 한반도, 요동반도와 산둥반도, 일본과 오키나와, 대만에 필리핀까지. 고대로부터 동북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은 황해로 소통하며 역사문화를 일구었다. 인천은 한반도가 황해로 또는 세계로 통하는 관문이다. 인천녹색연합 활동가들은 쉬고 재충전하며 동북아시아의 자연생태, 역사문화를 둘러보고 2017년 인천녹색연합 활동을 준비하기 위해 2016년 12월 14일부터 21일까지 7박8일 동안 대만연수를 다녀왔다. 답사내용을 르포형식으로 7차례 <인천in>에 연재한다.


찬란한 대만의 저어새

어느덧 대만연수 5일째이다. 일행들과 따뜻한 타이난에 있다. 대만 남서쪽에 있는 도시이다. 가이드 겸 통역사를 자청해주신 한국분과 아침 일찍 숙소를 나와 타이장 국립공원으로 향했다. 타이장 국립공원으로 가기 위해서는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가야한다. 과거 염전이었던 곳을 재현한 폐염전과 소금박물관을 둘러보기 위해 잠시 내렸다가 저어새를 나타내는 흑(黑)면(面)비(琵)로(鷺)가 쓰여진 버스로 갈아탔다. 버스 기사님께 오늘 저어새를 볼 수 있냐고 여쭤보니 볼 수 있다고 하신다. 아담한 버스를 타고 약 30~40분 포장길을 달렸다. 따스한 기분 좋은 바람이 묘한 기대감을 주었다.
드디어 저어새를 볼 수 있는 곳에 도착! “우와 저어새 그림이다” 바닥에는 저어새 그림이 그려져 있었고, 저어새를 탐조하는 곳임을 나타내는 표지판이 우리를 맞이해주었다.


▲ 바닥에 새겨진 저어새 그림

우리 일행 외에도 탐조관광객들, 단체로 온 듯한 학생들도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마치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에서 볼 수 있을 만한 목재 건물이 보였다. 건물 내부로 들어가니 저어새의 종류, 저어새의 이동경로를 표시해놓은 사진들이 있다. 또한 저어새가 그려진 모자와 복장을 착용한 분들이 탐조관광객들을 위해 안내문을 나누어주며 안내를 하고 있었다.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저어새 개체수가 쓰여져 있는 현황판이었다. 12월 18일 오늘은 288마리가 확인되었고, 2016년 대만에서는 2,060마리, 전 세계에서는 3,356마리가 확인되었다고 쓰여 있었다. 매일 저어새 개체 수를 모니터링하고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곳에 있는 저어새 중에는 분명 인천 남동유수지에서 온 저어새도 있겠지’라는 생각을 하며 관조대로 이동했다.


▲ 저어새 개체수를 기록한 현황안내판

맹그로브 숲이 가득한 습지 방향으로 탁 트인 곳에 저어새를 탐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설치된 필드스코프에 눈을 대자 무리를 지어 모여 있는 저어새가 희미하게 보였다. “잘 보여요?” 차례를 기다리던 일행이 물었다. “아니요, 남동유수지에서 볼 때보다 안 보이는데요.” 실제로 그랬다. 필드스코프로 보기에는 먹이를 잡기 위해 부리질을 하고 있는 듯한데 남동유수지에서 저어새를 보는 것만큼 잘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저어새 다리에 연구 목적으로 채운 가락지가 보이지 않을까 했지만 이 또한 보이지 않았다. 약간의 실망감이 있었지만 내심 기뻤다. 이곳의 저어새는 행복해 보이기 때문이었다.


▲ 탐조대

▲ 필드스코프를 통해 본 저어새 모습

씁쓸한 남동유수지의 저어새

공단과 도로로 둘러싸인 인천 남동유수지에는 인공섬이 위치해있다. 공단에서 나오는 먼지와 오폐수,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 매립되고 개발되고 있는 주변환경 속에서 저어새가 번식하고 있다. 인적이 드물고 맹그로브 숲, 각종 수풀로 둘러싸여 월동하고 있던 타이장국립공원의 저어새와 대조적이다. 인천에서 힘들게 지냈던 시간들을 월동지인 이곳에서 날려 보내고 있는 듯 했다. 여기서라도 좋은 환경에서 지내고 있는 듯해 다행이었다.

타이장 국립공원에는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단체 관광 온 유치원생들에게 저어새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이 곳 안내인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일정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학생들이 탐방객들을 위해 자원봉사로 안내 및 해설을 해주고 있다고 한다. 또한 20년째 저어새 보호활동을 이어 온 저어새보호협회장도 만날 수 있었다. 인천에서 왔다고 하니 반가움과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매년 한국에서 열리는 저어새 국제포럼에 참여하고 있어요, 몇 년 전에는 강화에도 다녀왔답니다.”, “내년에도 저어새를 보러 인천에 갈 거예요”라고 말하는 그의 눈빛이 반짝였다. 우리 일행들은 자원봉사하는 학생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언젠가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며 그곳을 나왔다.


▲ 탐방객들에게 저어새에 대해 설명하는 학생

자신의 고향이자 집터인 남동유수지에 승기하수처리장이 들어설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대만에서 월동중인 저어새. 올해 3, 4월경 어김없이 인천으로 돌아올 계획을 품고 있을 것이다. 저어새 입장에서는 안 그래도 쓰레기며 소음이며 공해로 살기도 힘든데 이게 무슨 이야기냐며 항의 집회를 해도 모자랄 판이다. 인천 남동유수지는 저어새를 가까이 탐조할 수 있는 곳이며, 전 세계적으로도 큰 관심을 가질 만큼 주요한 번식지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인천시와 남동구청이 저어새 주요 번식지인 남동유수지에 승기하수처리장을 건설하는 것에 협의했다는 내용이 보도되었다. 작년 말에는 인천시가 남동유수지를 야생생물보호지역지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저어새를 위협하고 보호하는 행위를 동시에 하겠다는 것이다. 용케도 좋지 않은 환경에서 잘 살고 있는 저어새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이쯤 되면 남동유수지의 저어새가 도깨비였으면 좋겠다. 도깨비가 살고 있는 도깨비 터는 어느 누구도 감히 침입하거나 침범할 수 없다. 또한 영생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2월 2일은 세계습지의날이다. 이제 곧 월동지에서 돌아올 저어새가 걱정되는 날이다.

/ 글 : 이미리 연안보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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