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민 교통주권과 자전거

2017년 2월 6일 | 성명서/보도자료

겨울방학이 끝났다. 다행이다. 방학동안 아이들 맡길 곳이 마땅치 않아 가끔 사무실로 회의장소로 데리고 다녔다. 어쩌다 아이들과 버스를 타면 승차시간 내내 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출발하고 급정차에 곡예운전, 메스꺼운 냄새까지. 개학하길 손꼽아 기다렸다.

새해벽두부터 ‘고속도로’가 관심이다. 국토교통부가 ‘고속도로건설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해당 지자체들은 지역발전의 동력이라며 너도나도 선전하기 바쁘다. 인천에도 경인고속도로 지하화,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안산~인천구간과 서창~장수 고속도로 등 고속도로가 건설될 예정이란다. 민간자본으로 추진한다는 소식에 세금폭탄 맞는 게 아니냐는 우려에서부터 그래도 지역경제발전의 보탬이 되지 않겠냐는 막연한 기대까지 다양한 반응이다. 분명한 것은 인천은 앞으로도 ‘도로공사중’일 것이란 점이다.

민선6기 반환점을 돈 지난해 유정복 인천시장은 분야별 인천 ‘주권’을 천명했다. 그 중에는 교통주권도 있었다. ‘전국 직접 연결 철도망 구축’, ‘서울과 수도권 연결성 획기적 개선’, ‘인천내부교통망 완성’을 이야기했다. 도시철도 대순환선과 경인고속도로 일반화 구간 IN-Tram설치 등 내부교통망’완성’이 유독 눈길을 끈다. 지켜볼 일이다. 그동안 인천은 대한민국의 관문으로 ‘그냥’ 거쳐 가는 곳이었다. 제1,제2,제3경인고속도로, 제1,제2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경인전철, 7호선, 수인선, 인천지하철1,2호선 등. 서울로 전국으로 통하는 교통망은 이미 인천에 적지 않다. 전국을 직접 연결하고 수도권과의 연결성을 개선하겠다는데 반대할 일은 아니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현재 교통망이 뭐가 문제인가? 새로운 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것이 과연 정답인가? 인천시민의 교통주권은 무엇인가?

인천의 대기환경은 늘 전국 최하위다. 특히 미세먼지는 파란하늘을 가릴 뿐 아니라 시민들의 가슴도 답답하게 한다. 서른 살 이상 시민 10명 중 1명이 미세먼지 때문에 조기사망한다는 연구결과는 인천시민들을 더욱 침울하게 한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의 주범 중 하나가 자동차다. 더 넓은 도로와 더 많은 도로는 더 많은 자동차를 생산시킬 뿐인데 미세먼지를 줄일 묘책은 안보이는데 자동차만을 위한 고속도로를 여전히 고집한다.

교통선진국에선 지금도 도시 내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꼽는다. 그런데 자전거는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MB가 생활형이 아닌 레져용으로 4대강에 ‘대로’를 만들면서 자전거는 ‘녹조라떼’와 함께 녹색이지만 녹색이 아닌 존재가 되었다. MB 때 민선4기 인천시정부도 자전거이용활성화에 수백억원을 투입했다. 미추누리라는 생활자전거까지 보급했다. 지방선거에서 시장이 바꿨고 전임시장의 낙선이유가 막대한 인천시 부채와 함께 자전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민선5기는 ‘실패’한 자전거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5킬로미터 이내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는 자전거만한 이동수단이 없다. 민선4기 때 전문가들은 가능성이 높은 지역부터 시범적으로 시작하자고 이야기했다. 상대적으로 평지이고 대규모 아파트단지와 수출공단과 한국지엠 등 집과 일터, 학교가 함께 있는 부평은 시범사업의 최적지였다. 그러나 시 집행부는 도시축전 등을 이유로 인천시청과 연수구청 주변지역부터 해야 한다고 고집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행정이 늘 그렇듯 추진방향이 결정된 후 자전거는 돌진했다. 결국 자전거는 넘어졌고 자전거팀은 소리소문없이 자취를 감춰버렸다. 인천시의 자전거교통수단분담률은 여전히 1%에도 못미친다. 지하철에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 있게 되었지만 공휴일에만 가능하다. 수백킬로미터의 자전거도로가 생겼지만 자전거도로에 자전거는 없다.

지난해 인천의 버스노선이 조정되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지하철2호선도 개통되었다. 안전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인천 내 이동이 편해졌고 이용객수가 기대이상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철도와 버스, 자전거의 연계가 대중교통 활성화의 핵심이다. 굳이 기후변화, 에너지고갈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젠 300만 도시에 걸맞게 자동차가 아닌 사람 우선의 교통정책이 필요하다. 시민들에게 스스로의 힘으로 안전하게 여유롭게 일터에 가고 학교에 갈 권리를 돌려주자. 과거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다시 한번 자전거 페달을 밟아보자. /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 이 글은 2017년 2월 6일자  인천일보에 실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