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대만에서 읽는 인천⑥ 거대한 산정 정원 아리산

2017년 2월 10일 | 성명서/보도자료

[기획특집] 대만에서 읽는 인천 ⑥거대한 산정 정원 아리산

황해는 동북아시아의 지중해로 불린다. 중국대륙과 한반도, 요동반도와 산둥반도, 일본과 오키나와, 대만에 필리핀까지. 고대로부터 동북아시아의 여러 나라들은 황해로 소통하며 역사문화를 일구었다. 인천은 한반도가 황해로 또는 세계로 통하는 관문이다. 인천녹색연합 활동가들은 쉬고 재충전하며 동북아시아의 자연생태, 역사문화를 둘러보고 2017년 인천녹색연합 활동을 준비하기 위해 2016년 12월 14일부터 21일까지 7박8일 동안 대만연수를 다녀왔다. 답사내용을 르포형식으로 7차례 <인천in>에 연재한다.


대만의 유명한 생태기행지 하나인 아라산을 가기 위해 우리는 아리산 삼림열차 출발지인 자이시에 12월 18일 저녁에 도착하였다. 아리산 가는데 산림열차가 좋다고 하여 알아보니 지난 산사태로 인해 아리산 정상까지 갈 수 없다고 한다. 할 수 없이 버스로 이동하기로 하였다.

12월 19일 아침 숙소를 떠나 자이역 앞에 있는 아리산 출발 버스정류장에 도착하여 9시 10분 버스를 탔다. 아리산까지는 약 2시간 30분정도 걸린다고 한다. 버스를 타고 20분정도 지나 혼잡한 시내를 벗어나니 멀리 아리산 산줄기가 보이기 시작했다. 길옆 밭에는 있는 야자수와 바나나 농장을 보면서 우리나라와 크게 다른 대만의 기후풍토와 농업을 볼 수 있었다.

대만은 고온다습한 기후로 어디를 가나 대부분 늘 푸른 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었다. 아리산으로 가는 길 양옆에도 울창한 푸른 산림이 계속 이어지고 중간 중간에 심어 가꾼 듯한 야자수나무들이 자주 보였다. 차안에서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우리나라 꽃가게 화분에서 흔히 보았던 엔젤트럼펫이나 카라, 포인세티아 등이 야생으로 자라고 있었고, 평지부터 산간까지 가장 많이 피어있던 꽃은 대만 도깨비바늘이었다. 우리나라 도깨비바늘은 노란꽃인데 비해 대만 것은 흰꽃이었고, 열매는 우리나라 도깨비바늘보다는 좀 작았다.

버스를 타고 출발한지 1시간 쯤 후 1000미터 이상 산간을 지나자 고산녹차밭이 눈에 자주 보이고 길가마다 녹차를 가공하여 파는 상점들이 많이 보인다. 대만 아리산 녹차가 매우 유명하다고 하는데 아마 1000미터 이상 깨끗한 고산지대에서 자라서 그렇지 않나 생각한다.

버스타고 2시간 쯤 지나서 그전에 보았던 늘 푸른 넓은 잎(상록활엽수) 숲이 사라지고 늘 푸른 바늘잎(상록침엽수) 숲이 나타났다. 차창으로 자세히 볼 수 없지만 아리산 정상까지 삼나무와 편백나무, 소나무 숲으로 이어진 것으로 생각되었다.

사진1. 카라꽃

△ 부케 같은 카라꽃

아리산 산정입구에서 입장료를 내고 11시 40분쯤 아리산 정상 관광단지에 도착했다. 아리산 날씨도 비가 많이 오는 곳이라서 흐린 날이 많다고 들었는데 우리가 도착한 날은 택일을 잘해서인지 매우 맑고 쾌청했다. 도착 한낮 온도는 13도(밤에는 1도 정도)여서 생각한 만큼 춥지 않아 추울지 알고 입었던 내복을 벗어야만 했다.

도착 당일 일단 숙소에 짐을 풀고 산 정상 숙소 주변 산책로를 이용하여 주변을 돌아다녀 보았다. 산책로는 나무테크와 포장도로로 되어 있어 마치 도심공원처럼 돌아다니기 쉽게 잘 가꾸어져 있다. 산책로 곳곳에 하얀 부케꽃 같은 아름다운 카라가 활짝 피어 있었고, 우리나라 고산지대에서나 서식하고 있는 하얀색과 빨간 앵초꽃이 곳곳에 피어있었다.

공원으로 조성된 역근처나 산책로에는 산벚나무, 중국단풍, 백목련 등이 낙엽수들이 심어져 있는데 지금은 잎이 모두 지고 고온다습한 기후 탓으로 가는 실타래 같은 지의류가 잔뜩 붙여 있어 마치 죽은 것처럼 보인다.

사진2. 울창한 삼나무

사진3. 울창한 삼나무 숲

△울창한 삼나무 숲

아리산은 2,216m로 이름난 대만의 국가산림공원이다. 1904년 일제식민지 때 계획된 아리산 산림철도는 일본사람들이 목재를 자국으로 가져가 신궁이나 신사를 짓기 위해 정상까지 66.6km 길이로 만들었다. 자국 산림을 수탈하기 위해 만든 산림열차가 요즘은 관광열차로 이용되고 있는데 참 아이러니하다. 일제의 아리산 일대 대규모 산림벌채로 지금 아리산은 수백년 이상 오래된 울창한 거목숲은 사라지고 없다. 대신 아리산 정상부근 삼림의 대부분은 삼나무로 몇 차례 인공식재하여 100년 미만의 나무가 빽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사진4. 2000년 된 대만 붉은편백나무

△ 2000년 된 대만 붉은편백나무(紅檜)

그 날 시간이 없어 가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남의 나라 나무를 마구 베어가면서 작은 양심이라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오래된 신령한 나무들의 저주를 무서워서 그랬을까? 기록에 의하면 일제가 얼마나 많은 나무를 함부로 베어갔던지 나무를 위로한다고 1935년에 수령탑(樹靈塔)까지 세워놓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일제감정기 때 울진금강송나무 등 약 16억 그루(현재 경제가치로 약 50조원)나 수탈해갔다고 하는데 일제가 강점국가들의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힌 것도 모자라 울창한 산림, 그리고 호랑이와 표범 등까지도 남획하여 자연생태계를 엄청나게 파괴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아리산 정상부근 울창한 삼나무 곳곳에는 수백 년에서 3000년쯤 되는 대만 편백나무(香林)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보존하고 있었다. 가장 오래된 나무는 우리의 당산나무처럼 신목(神木)으로 지정하고 문화재로 보호하고 있었다. 3000년 된 1대 신목은 쓰러지고 지금은 2300년 된 나무를 2대 신목으로 지정했는데 높이는 무려 45m, 둘레는 12.3m나 된다고 한다.

나무데크로 잘 가꾸어진 산책로, 관광단지내 주차장마다 빼곡하게 가득찬 차량,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으로 인해 단기적인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다시 아리산을 찾을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는 쉽게 답하지 못하겠다. 신비로운 원시 자연의 아름다움이 많이 사라진 듯 보여 아쉽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립공원에는 현안이 되고 있는 케이블카 사업이, 녹지가 크게 부족한 인천에는 자연녹지를 ‘이용’의 측면에서 보는 경향이 크다. 자연의 아름다움을 유지하며 생명권을 보장하는 것, 그리고 미래세대도 이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렵기만 한 일일까?

/ 글 : 유종반(생태교육센터 이랑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