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인터뷰-2월 ‘울림’ 모임을 찾아서

2017년 3월 2일 | 녹색과사람들

회원소모임_울림 (1)회원소모임_울림 (2)회원인터뷰

“계양산이 가장 좋더라고요.”

글쓴이: 김현희(바오밥)
 
[세상이 더욱 디지털화 되고 첨단 기술화 될수록 우리는 친밀한 관계 및 사회적 연계에서 비롯되는 인간적 감수성을 더욱 갈구하게 된다.] -클라우스 슈밥의 제 4차 혁명 중에서-
 
요즘 한참 읽고 있는 책에서 눈에 들어온 글귀다. 2월 첫 주 녹색 소모임 ‘울림’을 다녀와서 더더욱 이 글귀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자연과 사람이 한데 어울려 교감하는 ‘울림’. 이달 회원 인터뷰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는 ‘울림’ 소모임을 다녀왔다. 때마침 그날이 절기의 시작 입춘이었다. 올해 첫모임은 계양산 둘레길이라 해서 헐레벌떡 찾아 나선 곳. 계양산 산림욕장 입구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띄었다.
 
“올해 나는 어떤 씨앗을 심었나요? 나무 중에는 겨울나무가 가장 순수하다고 합니다. 겨울 나무는 화려한 꽃, 탐스러운 열매, 다 내려놓고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지요. 나무의 일생은 겨울눈에 달려있답니다.”
초록지렁이님의 말씀으로 모임의 시작을 열었다. 이 모임은 10년 전 처음에는 야생화모임으로 시작했고, 그러던 것이 ‘울림’이란 이름으로 재탄생되어 10년 동안 이어왔단다. 회원인터뷰 하면서 울림 회원들을 종종 만나서 익히 들어왔던 터라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제 때에 피어나는 꽃들과 꽃 사이를 분주히 오가는 작은 곤충의 몸짓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함께 살 수 있을지 그 생명 나눔과 생명 사랑의 지혜를 공부하는 모임, 자연에서 생명이 주는 깊은 울림을 통해 나의 삶이 다른 삶을 울리고자, 함께 하고자 만든 모임 ’ 울림 모임의 취지와 방향이란다.
 
초록지렁이, 양귀비, 파랑새, 병아리, 여울, 들풀, 꾀꼬리, 인디언, 고라니, 자연, 꿀풀, 거북이, 까칠이, 백리향, 채송화 그리고 남편 분까지 모두 15명 회원들의 힘찬 자기소개를 마치고 계양산 둘레길 걸으며 겨울나무 공부는 덤으로 이어졌다.
사마귀알집 관찰, 계양산의 식충식물, 싱아, 복숭아 겨울눈, 열매자국이 보이는 붉나무, 물박달나무, 느릅나무, 참나무 6형제, 계양산에서 가장 연로하신(?) 기룽나무까지 만났던 둘레길은 걷는 내내 즐거움이 이어졌다.
 
입춘이라지만 아직은 얼어있는 땅의 기운과 몇 주 전 내린 눈이 군데군데 있어서 계양산의 겨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걷다 걷다 볕 좋은 산자락에서 각자 준비해온 간단한 겨울간식을 먹으며 올 한해 나의 씨앗 발표하는 시간도 가졌다.
2015년 동지제 가서 눈물 쏟으며 얘기했는데 기억이 안 나지만 말보다는 올해는 받아들이는 해로 삼고 싶다는 회원, 남편이라는 씨앗을 잘 심어서 평화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회원, 하루하루 기록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회원, 생명평화 100배 절이 씨앗이라는 회원, 내 시간을 많이 만들고 싶다는 회원, 제2의 인생을 알차게 살기 위해 준비하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는 회원, 아무튼 올해 각자 마음 안에 심은 씨앗을 들어보는 시간은 모임의 이름처럼 듣는 것만으로도 울림을 주었다.
“중중무진이란 말이 있지요. 내가 지금 관계 맺는 사람들이 나를 결정하고 내가 지금 누구를 만나고 있느냐 또한 중요하지요. 그래서 만남을, 인연을 귀하게 여겼으면 합니다.”
초록지렁이님의 마무리 이야기 듣기까지 마치고 또다시 걷기를 하였다. 한참 걸어가는데 앞서가던 누군가가 주먹만 한 눈사람을 만들어서 나뭇가지에 걸쳐놓은 걸 보고선 모두들 아이마냥 탄성을 질러댔다.
 
둘레길 걷는 중간 중간 물음에 답하는 회원들. “ 어디가 가장 좋았다 기억나기보다는 이야기 나눔이 더 기억에 남아요.” 하는 오래도록 이 모임을 함께 한 들풀님의 한마디, 현재 모임장으로 있는 자연님 또한 이야기 나눔 하는 게 참 좋았단다.
“힘든 시기에 울림을 만났고 저보다 나이가 있으신 언니들 얘기 들으면서 힘이 나구요. 초지님 한마디 한마디가 참 좋았어요. 그동안 가본 곳 중에….음…저는 계양산이 가장 좋더라구요.”
계양산 하느재까지 갔다가 하산하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강서구가 집이라는 여울님은
“저는 집이 강서구인대요. 7년 울림 모임을 했어요. 서울은 이런 모임이 없는데 울림 모임을 하면서 인천이 좋아졌고 계양산이 너무 좋다는 걸 느껴가요. 녹색연합이 있어서 인천은 너무 좋겠어요.”
하는 것, 정작 인천 사람들은 인천의 좋은 점을 모르고 살아가건만 참 기분 좋아지는 말이었다. 돌아오는 내내 울림에서 주고받았던 시간들이 오래도록 가슴속에 스며들었던 하루, 소성주 막걸리 한잔으로 이웃들과 저녁시간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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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인터뷰는 김현희(바오밥)회원과 서석진(진진)활동가가 인천녹색연합에 5년 이상 활동한 회원을 대상으로 매월 회원과의 만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글은 김현희(바오밥)회원이 글을 써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