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녹색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2017년 3월 9일 | 성명서/보도자료

지난 10월 말부터 4개월이 넘도록 광화문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다양한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정보의 공유와 의견개진도 활발히 이루어진다.

간혹 서로를 비방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유통하는 등의 잘못된 행태가 확인되곤 하지만, 거리에서든 온라인에서든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의견을 주고받으며 논의를 확장시켜나가고 있다. 각자의 생각과 목소리의 결은 조금씩 다르지만, 민주사회를 실현시키기 위해 행동하는 ‘시민(市民)’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시민(市民)을 검색해보면 ‘민주 사회의 구성원으로 권력 창출의 권리와 의미를 가지며,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공공 정책 결정에 참여하는 사람’으로 설명된다. 인천시에 태어나고 거주하고 있다고 해서 인천시민인 것이 아니라, 인천에 대해 고민하고 참여하고 행동해야 인천시민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시민’에 ‘녹색’을 붙여보면 어떨까? ‘녹색시민’은 앞서 말했던 시민과 차이가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성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 사이의 관계성을 생각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이다. 물질·경제·효율 만능주의 등 삶의 전반에 뿌리박혀 있는, 생명 사이의 관계를 파괴하는 관습이나 제도에 물음을 던지는 사람이 녹색시민이다.

풀꽃나무, 도롱뇽, 반딧불이, 알락꼬리마도요, 점박이물범이 잘 살아가는 세상이 참 세상임을 아는 사람, 내가 사용하고 있는 전기가 미세먼지를 내뿜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온다는 것을 아는 사람, 내가 먹는 대부분의 닭고기가 A4용지 크기의 케이지에서 갇혀 살다 도축된 것임을 아는 사람, 내가 버린 쓰레기가 수도권쓰레기매립지에 묻힌다는 것을 아는 사람, 누군가의 노력으로 농수산물이 생산된다는 것을 아는 사람, 내가 사용한 화장품의 미세플라스틱이 해양생태계를 파괴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 자연 속에서 경쟁이 아닌 공존의 삶을 배울 수 있는 사람. 이렇듯 자신의 일상을 되짚어보는 것이 녹색시민이 되는 첫걸음이다.

왜 굳이 이런 불편한 사실까지 알며 생활해야 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고, 먹고살기 빠듯한 이들에겐 배부른 소리로 들릴지 모르겠다. 그러나 녹색시민이 늘어날수록 사람은 물론 모든 생명이 행복한 녹색도시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기후변화, 에너지, 미세먼지 등 각종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큰 과제가 되었다.

각종 환경문제는 우리 삶 깊게 뿌리박힌 물질·경제·효율·편의 만능주의로 인해 발생, 축적된 것이다. 이 문제를 법과 제도로 해결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법과 제도 또한 만능이 아니다. 사회구성원들이 일상에서 녹색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 병행될 때, 정책결정자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제대로 된 녹색사회로의 전환이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는 녹색시민이 되어야 한다. 녹색시민은 협의체나 기구 등 정형화된 틀로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가정, 학교, 직장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 아주 사소하고 작은 것에도 의문을 갖고 질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동안 당연시했던 관습과 일상을 되짚어 보고 나와 생명과의 관계를 끊임없이 되새기는 길에 녹색시민이 있고, 녹색도시가 만들어질 것이다.

/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 이 글은 2017년 3월 9일, 경기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