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통신 vol. 205_봄과 함께 찾아오는 산새

2017년 3월 28일 | 행사

봄과 함께 찾아오는 산새
 
김대환 (인천야생조류연구회 회장)
 
 
여러분을 봄을 어떻게 느끼십니까? 산에 얼음이 녹고, 바람이 불면 봄이 왔다고 느끼시나요? 새를 보는 사람들은 새를 보면서 봄을 느낍니다. 밤에 북쪽으로 날아가는 기러기 울음소리를 들으며 이젠 겨울이 가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합니다. 야외에 나가보면 오리들의 숫자가 급격하게 줄어든 것을 보면서 역시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람마다 봄을 대하는 느낌이 다르겠지만 새를 보는 사람들에게 봄은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의미합니다. 겨울 철새가 빠지고 그 빈자리를 채워줄 또 다른 새들을 기다리는 것입니다. 그들이 바로 작은 산새들입니다.

그림 1.꾀꼬리                                    사진1.꾀꼬리

그림 2.산솔새                                    사진2.산솔새

체온을 유지해야 하는 동물은 모두 비슷한 처지겠지만 특히 체온이 높은 새들에게 겨울은 이겨내기 힘든 자연의 시련입니다. 그래도 하늘을 날 수 있는 능력 때문에 새들은 먼 거리를 날아 이동을 합니다. 새들은 번식을 위해 북쪽으로 이동을 합니다. 새들이 북쪽으로 이동하는 이유가 뭘까요? 따뜻한 남쪽에서 번식을 하면 더 좋을 듯한데 말이죠. 그 이유는 북쪽으로 가면 상대적으로 천적인 포유류의 숫자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날씨가 추워지면 새들은 날아서 이동을 하지만, 포유류들은 걸어서 이동하기 때문에 추위가 심한 먼 북쪽에는 천적이 되는 포유류의 숫자가 급격하게 줄어듭니다. 대신에 북쪽은 툰드라나 타이가 지역이 넓게 퍼져있어 습지가 풍부하고 습지에는 모기나 작은 곤충들이 엄청난 숫자로 번식을 하게 됩니다. 결국 새들은 먹이가 많고 천적이 드문 북쪽에 올라가서 번식을 하는 겁니다.

재미있는 것은 새들의 종류에 따라 얼마나 더 북쪽으로 이동하느냐가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새가 가지고 있는 추위에 대한 저항성, 새의 체구 등이 번식지를 결정합니다. 일반적으로 몸집이 큰 새들은 상대적인 부피가 줄어들면서 표면적이 작아져 추위에 강합니다. 이런 이유로 더 북쪽까지 올라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크기가 작은 새들은 추위에 약하기 때문에 멀리 올라갈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새들이 번식을 위해 북으로 올라가고 있지만 새들의 종류에 따라 어디서부터 얼마나 올라가는가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림 3.최근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는 노란배진박새               
사진3.최근 개체수가 늘어나고 있는 노란배진박새
 
 
오늘의 주제에 해당하는 작은 산새도 역시 번식을 위해 이동하지만 겨울철에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덩치 큰 오리와는 이동 패턴이 많이 다릅니다. 오리는 크기가 크기 때문에, 심한 경우 극지방까지 올라가기도 하지만 추위가 시작되면 월동을 위해 우리나라로 찾아옵니다. 그러나 작은 산새들은 크기가 작아 그렇게 멀리 올라가지 못합니다. 어떤 종들은 올라가지 못하고 우리나라에서 번식을 하는 새들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새들을 여름 철새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또 다른 새들은 우리나라를 통과하여 우리나라 보다는 좀 더 북쪽인 만주, 아무르 지역, 캄차카 반도 등까지 올라가는 새들도 있습니다. 이들은 각자가 이동한 곳에서 번식을 하고 겨울이 되면 월동을 위해 우리나라를 통과하여 따뜻한 남쪽인 중국 남부나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내려갑니다. 이때 우리나라를 통과하거나 우리나라에서 번식하는 새들이 오리가 빠져나간 자리를 채우게 되는 것입니다.

그림 4. 이동기에 많이 관찰되는 검은딱새                                   
사진4.이동기에 많이 관찰되는 검은딱새
 
 
봄철 이동기가 되면 중국 남부에서 황해 바다를 건너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작은 산새들은 종류도 다양하고 귀엽고 예쁜 새들이 많습니다. 새를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한 이들은 4월부터 시작하여 5월 말이 되면 봄철 이동기가 끝이 납니다. 탐조가들은 이들을 보기 위해 배를 타고 멀리 있는 작은 섬에 찾아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또, 배를 못 탄다 하더라도 해안 주변의 작은 산에 찾아가면 작은 산새들을 재미있게 볼 수가 있습니다. 인천의 경우 인천 안에 있는 대부분의 산들이 바다와 가까이 있고 도시라는 바다에 떠있는 작은 섬과 같아서 4~5월이 되면 어디든 작은 산새를 쉽게 만나실 수 있습니다.

어쩌면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온 작은 새들을 위해 새들이 먹을 수 있는 먹이를 산에 놓아두면 새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또, 먹이를 먹기 위해 찾아오는 새들을 구경하는 것도 착한 일을 한 것에 대한 작은 보람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새들을 이해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아무 말도 없는 새들에게 너희들을 알고 이해하는 것은 나뿐이라고 과시하지 말고 그냥 새들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없는지 찾아보고, 작은 일이지만 새들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실천하는 것이 새들을 위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 글은 초록세상 vol.205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