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 아파트 그리고 순환골재

2017년 6월 29일 | 섬•해양, 성명서/보도자료

인천에는 세계최대 쓰레기매립장이 있다. 수도권쓰레기매립지다. 두루미도래지로 천연기념물 제257호이었던 갯벌이 김포매립지 또는 동아매립지라는 이름으로 매립되더니 절반은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가 되고 나머지 절반은 쓰레기매립지가 되었다. 루비로, 사파이어로, 에머랄드로, 커넬로의 청라국제도시는 아파트 숲이 되었고 쓰레기가 시루떡처럼 켜켜이 쌓인 매립지는 가스굴뚝들이 촘촘히 꽂힌 언덕이 되었다.

쓰레기매립지 바로 옆에는 수십미터 높이의 산이 하나 있다. 어른 허벅지보다 굵은 나무들이 자라는 것이 영락없이 ‘산’이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경사면이 검은 차양막으로 덮혀 있다. 곳곳이 낡고 찢어졌지만 먼지날림, 흘러내림을 방지하게 위해 일부러 설치한 것이 분명하다. 땅에는 부엽토나 흙이 거의 없고 대부분 콘크리트를 잘게 부순 것들이다. 그냥 산이 아니라 산처럼 쌓인 순환골재 더미다. 건물을 부순 폐기물로 순환골재를 만들었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쓰지 않고 쌓기만 해 산이 되었다. 순환골재 산 아래 공장에는 지금도 건설폐기물을 실은 덤프트럭들이 연신 드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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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은 서해안갯벌과 비무장지대와 함께 한반도 3대 생태축이다. 백두산에서 설악산, 속리산으로 지리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에 자병산이 있다.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과 정선군 임계면의 경계가 되는 산이다. 오래 전 바다였던 자병산의 산체는 석회암이다. 그런 탓에 1970년대 후반부터 시멘트의 원료인 석회석을 캐내 70여미터가 낮아졌고 거대한 흰색 홀이 생겼다. 지금도 진행형으로 푸른 백두대간의 위성사진에 유독 희게 보이는 부분이 바로 자병산 석회석광산이다. 자병산에서 발원한 임계천은 태백산 검룡소에서 시작된 골지천을 만나 영월 동강으로 흘러든다. 서강과 동강은 남한강이 되고 원주에서 섬강이 합류한 후 양수리에서 북한강을 만나 한강이 된다.

인천앞바다에는 세계적인 자연유산 풀등이 있다. 임진강과 예성강, 한강은 백두대간, 한남정맥, 한북정맥, 임진북예성남정맥에서 많은 것을 오랜 세월 인천앞바다로 옮겨놓았다. 흙은 갯벌이 되었고 모래는 풀등이 되었다. 강화갯벌은 천연기념물이 되었고, 장봉도와 대이작도의 모래섬 풀등은 해양보호구역이 되었다. 갯벌과 풀등은 수많은 바다생명들을 길렀고 지역주민들의 삶터가 되었다. 그런 대이작도와 장봉도 풀등의 모래가 언제부터인가 건설용 골재로 팔려나가기 시작했고, 희소광물 채취 대상지가 되었다. 해양생태계 파괴를 염려한 주민들의 적극적인 동의로 일부 풀등은 보호지역이 되었지만 이미 인천앞바다에서 파낸 모래가 2억5천만㎥이다. 서울부터 부산까지 400킬로미터 경부고속도로 위에 25미터 높이 모래성을 쌓을 수 있는 양이다. 인천앞바다에서는 지금도 매년 수백만㎥씩 바다모래가 건설용 골재로 채취되고 있다.

인천에는 세계 최대를 자랑하는 준설토투기장도 있다. 인천항에 배가 드나들기 위해서는 항로가 일정 수심 이상이어야 한단다. 이를 위해 항로를 준설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펄이나 모래를 버리는 장소를 준설토 투기장이라 한다. 지금까지 인천에서 여의도면적의 4배가 넘는 갯벌이 투기장으로 사라졌다. 투기가 완료된 투기장은 지번(地番)이 부여되고 개발용지가 되었다. 인천항에 배가 들어오려면 앞으로도 계속 준설을 해야 하고 더 큰 배를 위해서는 더 깊이 파고 더 많은 투기장을 만들어야 한다. 해양수산부 등 관계기관은 ‘투기장’이 생겨서인지 준설토 재활용 등 대안에 대한 고민이 보지 않는다.

또 인천은 세계적인 아파트 도시이다. 경제자유구역이다 국제도시다 외치던 송도, 청라, 영종은 아파트 숲이 되었다. 원도심도 재개발, 재건축이라는 이름으로 빼곡하게 아파트가 올라갔다. 주택 보급율이 100퍼센트를 넘겼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 10년이 넘었는데 새 아파트는 계속 올라간다. 그러는 사이 인천앞바다 모래는 줄어들고 백두대간 자병산은 낮아지고 있다. 30년 갓 넘은 아파트들은 건설폐기물로 묻히고 순환골재로 골치덩어리 산더미가 되고 있다.  /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 이 글은 2017년 6월 29일자 인천in 환경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