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캐널과 디알엠오

미국 뉴욕주 서부에는 나이아가라 폭포(Nigara Falls)로 유명한 나이아가라 폴스(Nigara Falls)시가 있다. 이곳에 러브캐널(Love Canal)이란 곳이 있다. 러브캐널은 1970년대말 1980년대초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환경오염 사건의 현장이다.

러브캐널은 1890년대 윌리엄 러브라는 사람이 나이아가라 강과 온타리오호수를 연결하기 위해 팠던 운하의 이름이다. 전력생산을 목적으로 진행되었던 러브캐널은 나이아가라폭포 보호와 재정적인 문제로 1.6킬로미터를 파다가 중단되었다. 이후 아이들의 수영장, 스케이트장 등으로 이용되고 쓰레기를 버리는 곳이 되었다. 그러던 것이 1940년대 한 화학회사가 정부로부터 승인을 받아 1950년대까지 약 10년간 각종 산업폐기물을 러브캐널에 매립하였다.

매립이 종료된 후 헐값이 매각되어 매립지 위에 학교가 지어지고 주택가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불과 몇 년이 지나지 않아 지하배관은 부식되고 정체불명의 액체들이 스며나왔다. 아이들은 각종 피부병, 심장질환, 천식과 간질, 두통 등에 시달렸고 다른 지역에 비해 발암률이 높았다. 문제가 심각해지자 뉴욕주 보건당국이 조사를 진행했고 러브캐널 여성들의 유산율이 타 지역에 비해 4배나 높다고 신생아의 절반이상이 정신박약, 심장 및 신장 질환 등의 선천적 기형아임이 밝혀졌다. 결국 미국환경보호청(EPA)은 러브캐널을 환경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학교를 폐쇄하고 주민들의 이주시켰다.

폐기물매립지 위에 학교를 지을 때 학교관계자들은 땅 속의 화학 물질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즉각적인 화학 반응이나 독성 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폐기물매립 구덩이로 빗물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진흙을 덮고 잔디와 나무를 심는 조치만 하고 학교를 지었다.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폐기물을 매립한 화학회사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했다. 문제가 불거질 때까지 학생들과 주민들은 이런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미국정부는 러브캐널사건을 계기로 환경문제에서 주민들의 알권리를 법으로 보장하게 되었다

인천부평에는 디알엠오(DRMO)가 있었다. 일제강점기부터 80년 넘게 군기지로 사용된 부평미군기지 캠프마켓에 딸려있던 디알엠오는 주한미군 군수품재활용유통사업소이며 각종 폐기물들의 처리장이었다. 디알엠오 등 부평미군기지는 반환 후 공공시설과 공원으로 이용될 예정인데 환경조사결과 유류와 중금속 이외에도 다이옥신의 고농도오염이 확인되었다. 디알엠오 환경문제의 심각성은 아직 국내에 검증된 정화방법이나 오염정화사례가 없는 1급발암물질이며 맹독성물질인 다이옥신 오염 때문만이 아니다. 과거 미군의 기록을 살펴보면 디알엠오에서 1급발암물질로 소리없는 살인자(silent killer)로 불리는 석면, 성분들이 알려지지 않은 화학용매제들과 배터리 등 각종 위해폐기물들이 다량으로 처리했다.

미국은 400종이 넘는 화학물질을 토양오염물질로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반환절차에 따른 한미공동환경평가에서는 과거 디알엠오에서 처리된 폐기물들에 대한 정확한 정보제공없이 국내 토양환경보전법 상 21개 토양오염물질과 다이옥신만을 조사했다. 22개 물질 이외에도 얼마든지 위해물질들로 오염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고 위험성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물질들이 묻혀있을 가능성 또한 농후하다. 그런데 지금은 오로지 부지 내 정화인지 부지 내 밀폐처리인지 외부 반출 처리인지만 관심이다.

공업단지와 매립지가 많은 인천에는 디알엠오 이외에도 오염지역이 많다. 비위생쓰레매립지였던 청라지구에는 아파트가 빼곡하게 올라갔다. 또 다른 비위생매립지인 송도유원지도 테마파크와 도시개발계획 진행 중이다. 석유저장고였던 곳에 스카이뷰아파트가 솟았고 또 다른 공자들도 개발계획이 한창이다. 세계최대쓰레기매립장도 경제자유구역으로 개발하자고 한다. 좁은 땅에 폐기물매립지도 오염지역이라도 개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들린다.

땅과 토양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대부분 생물들의 터전이다. 물이나 공기와 달리 토양의 오염은 눈에 잘 보이지 않아 확인이 어렵다. 더디지만 빗물과 지하수를 따라 확산되고 토양마다 구성성분이 달라 오염조사, 정화와 관리가 어렵다. 확인되지 않았다고 문제없는 것이 아니다. 러브캐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 2018년 1월 9일자 인천일보 환경칼럼에 실린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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