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천내륙의 깃대종, 양서류

2018년 3월 19일 | 성명서/보도자료, 양서류

겨울잠을 자던 동물이 깨어난다는 경칩(驚蟄)이다. 계양산과 만월산의 도롱뇽들이 깨어났다. 봄비에 원적산 두꺼비도, 문학산 산개구리도 깨어났을 것이다. 곧 계양산, 원적산, 만월산, 문학산의 계곡과 습지에서는 도롱뇽과 개구리의 알을 만날 수 있다.

지난 여름 기록적인 폭염에 이어 겨울에는 살인적인 한파가 몰아쳤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는 집중호우, 태풍 증가로 침수나 산사태 등 인간의 재산과 생명을 위협할 뿐 아니라 야생생물의 서식환경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중에서 가장 먼저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이웃생명이 양서류이다. 이미 10년 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인 IPCC는 지구환경전망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양서류의 30% 이상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두꺼비, 도롱뇽, 맹꽁이, 금개구리……. 도시의 양서류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들의 터전에서 내몰리고 있었다. 인간의 각종 쓰레기들로 서식지는 오염되고 도시 확장으로 서식지는 사라졌다. 남은 서식지도 도로들로 잘려 고립되었다. 공업도시, 회색도시, 아파트도시 인천에서 양서류들은 힘겹게 그 명맥을 유지해 가고 있다.

재물과 복의 상징인 두꺼비는 숲에 사는 양서류이다. 피부가 울퉁불퉁한 두꺼비는 개구리처럼 폴짝 거리지 않고 엉금엉금 기어다닌다. 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로 계양산, 원적산에 야간산책나온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등산로를 어슬렁거리다가 등산객들의 발에 채이기도 한다. 봄이 되면 숲에서 내려와 짝짓기하고 연못에 알을 낳는다. 계양산 주변 연못이나 원적산 나비공원 연못이 인천내륙의 대표적인 두꺼비 산란지이다.

도롱뇽(Korean salamander)은 주로 밤에 활동하며 이른 봄에 주로 산지의 계곡이나 웅덩이에서 떼로 모여 짝짓기를 한다. 인천에서는 2월 중순 성주산, 만월산, 원적산, 천마산, 계양산으로 이어지는 한남정맥의 계곡 물이 고이는 곳에서 도너츠 모양의 도롱뇽 알들을 관찰할 수 있다. 만월산 도롱뇽계곡에서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몇 년 째 도롱뇽보호활동을 진행하고 세일고등학교 학생들도 원적산 사방공사로 서식지가 훼손된 도롱뇽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입 작은 두꺼비, 맹꽁이(narrow-mouthed toad)는 주로 장마철에 관찰된다. 땅을 잘 파서 쟁기발개구리라고도 불리는 맹꽁이는 평소 숨어 지내다가 장마철 물이 고이는 웅덩이에서 관찰된다. 수컷이 먼저 물이 고인 곳에서 맹~꽁~맹~꽁 요란하게 울면 암컷이 이 소리를 듣고 짝을 찾아온다. 점점 개체수가 줄어 멸종위기2급 야생동물로 지정되었다. 청라지구와 서창지구, 가정지구, 부영공원…… 도시개발, 토양오염 등으로 강제이주당하는 대표적인 양서류이다.

금개구리는 맹꽁이, 수원청개구리와 함께 멸종위기야생동물로 지정된 양서류 3종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 고유종인 금개구리(Korean  Golden Frog)는 주로 논 주변 웅덩이나 수로에서 관찰되는데 예전에는 닭사료로도 쓰일 정도로 흔했다고 한다. 청라경제자유구역 내 심곡천 하류에 금개구리 서식지가 있는데 청라지구 개발 전 흩어져 살던 금개구리들과 계양구 서운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이주해 온 금개구리들이 살고 있다. 경인고속도로직선화구간과 제2외곽순환고속도로 간 연결도로가 생기면서 이곳도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 부평구 삼산4지구와 계양구 동양동의 금개구리도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에서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제시된 깃대종은 각 지역의 생태적·지리적·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중요 동식물이다. ‘깃대종 살리기’는 한 종(種)을 보전함으로써 다른 생물의 서식지도 함께 보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인천의 깃대종으로는 바다의 점박이물범, 갯벌의 저어새와 알락꼬리마도요, 내륙의 두꺼비, 도롱뇽, 맹꽁이와 금개구리 등 양서류를 꼽을 수 있다.

기후변화시대,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야생동물에도 관심을 갖자. 깃대종을 지정하여 홍보교육하고 모니터링하며 서식지를 보호하자. 작은 실천이 인천의 자연환경을 지키고 전지구적인 기후변화에도 함께 대처하는 첫걸음이다.  / 장정구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이 글은 3월 6일 인천일보에 실린 기고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