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 보도] 파랑★6월 소연평도 취재

2018년 8월 28일 | 섬•해양

[파랑기자단] 갈매기가 맞이하는 ‘소연평도’ … 작은 섬 곳곳이 상처

‘물 부족’ 탓에 대형 물탱크 수십개 우뚝
낙석 등 광산 잔해, 비오면 쇳가루 흘러

▲ 지난 6월23일 소연평도를 찾은 파랑기자단이 갈매기섬으로 이동하고있다. /사진제공=인천녹색연합

 

 

▼ 소연평도에 있는 연평광산 주변이 낙석으로 가득한 모습. /사진제공=인천녹색연합

 

▲ 파랑기자단이 소연평도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쇳가루에 자석을 대자 철가루가 붙은 모습. /사진제공=인천녹색연합

 

지난 6월23~24일. 인천의 섬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는 청소년 기자단 ‘파랑’은 올해 처음으로 1박2일 여정을 떠났다. 목적지는 인천 옹진군 연평면에 있는 작은 섬 소연평도였다. 소연평도는 특별한 뜻 없이 대연평도보다 작다는 의미로 ‘소’를 붙여 만든 이름이다. 이처럼 소연평도는 대연평도에 비해 상당히 작은 섬이다. 하지만 이날 찾은 소연평도는 얼굴 바위, 하얀 등대, 갈매기섬 등 아름다움은 어느 섬 못지 않게 넘쳐났다.

▲작은 섬에 피어난 ‘물 부족’ 현상

오전 11시.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배에 올라탄 파랑기자단은 약 2시간 만에 소연평도에 도착했다. 소연평도에 첫발을 내리자 수십 마리의 갈매기가 머리 위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처음 바라본 소연평도는 ‘소연평도’라는 이름에 어울리듯 섬 전체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작은 크기를 자랑했다.

여기에 섬 곳곳은 주황색 지붕과 알 수 없는 파란색 물체 등으로 형형색색 물들어 있었다. 그 중 특히 눈에 띄는 파란색 물체를 유심히 살펴보던 파랑기자단은 그 물체가 물탱크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물탱크는 성인 남자 3명이 손을 잡고 만든 원보다도 커다랄 만큼 거대했다. 크기뿐 아니라 개수 역시 단순히 몇 개가 있는 것이 아닌 수십 개가 섬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치 섬에 사는 또 다른 주민과도 같았다.

소연평도는 커다란 문제를 하나 안고 있다. 바로 물 부족 문제다. 실제로 소연평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복녀(71)씨는 “현재 소연평도는 물이 부족해 주민들이 빨래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며 “주말마다 빨랫감을 들고 대연평도나 육지로 나가서 빨래와 목욕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어 “매달 군청에서 섬 주민들을 위해 식수를 배급해주지만, 이것 역시 경쟁이라 늦는다면 하나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호소했다.

소연평도에 물이 부족해 주민들이 큰 피해를 보자, 시와 군청은 지난해 6월부터 소연평도에 해수담수화 시설을 추진하고 있다. 안정적인 물 보급으로 주민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해수담수화는 생활 용수나 공업 용수로 직접 사용하기 힘든 바닷물로부터 염분을 포함한 용해물질을 제거해 생활용수를 얻어내는 과정이다. 현재 소연평도 해수담수화 시설은 시범운행 중이며 올해 안에 정상적으로 가동될 예정이다.

▲연평광산, 티타늄 채굴로 인한 흉터

소연평도가 가진 상처는 물 부족만이 전부는 아니다. 더 심각한 상처는 바로 티타늄 광산 잔해들이다. 이날 둘러본 소연평도는 곳곳이 거대한 바위로 가득했다. 옛 연평광산에서 티타늄과 철을 채굴하면서 여기저기 돌덩이가 나뒹굴고 있었다. 연평광산이 노천광산인 탓에 당시 채굴 방식은 산 겉 부분을 발파해 채취하는 방법이었다. 이에 섬 주민들은 매일 다이너마이트 소리에 고통받았다고 한다.

섬 주민들에 따르면 당시 광부들이 산의 바위 부분을 발파하면서 산 내부의 지하수 물줄기가 계속 쪼개졌다고 한다. 이에 마을 주민들에게 물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섬 내에 물이 부족해졌다고 한다. 또한 폐광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장마 등 비가 올 때면 쇳가루가 물줄기를 타고 흘러내린다. 그 결과 소연평도 주변에 많았던 굴이 전부 죽었다. 현재 소연평도 곳곳에 깔린 검은색 흙 역시 모두 쇳가루다.
/경동휘(부평고 2)·임한결(김포고 1)·정하윤(신현고 1)·양희상(예일고 )

 

한줄기 희망 해수담수화, 드디어 올해 가동된다 시 5000만원 투입해 설치 … “전기료 일부도 보조할 계획”

인천시가 소연평도 주민을 위해 설치한 해수담수화 시설이 빠르면 올해 하반기 안에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소연평도 주민에 따르면 소연평도 주민들은 20여년 전에 설치한 관정으로 지하수를 사용하고 있다. 관정은 지하수를 끌어올리기 위해 만든 대롱 모양의 우물로 시가 약 5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설치했다.

그동안 소연평도 주민들은 관정으로 끌어올린 지하수를 생활용수로 사용해왔다. 하지만 이젠 한계에 봉착한 모양새다. 더는 관정에서 물이 나오지 않아 주민들이 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민들은 설거지와 빨래 등 최소한의 생활도 제대로 못 하고 있다. 마을 주민 최동희(69)씨는 “밥을 먹고 설거지를 해야 하는데, 물이 부족해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소연평도 주민들은 설거지할 물이 부족해 큰 그릇에 반찬 여러 개를 담는 것이 습관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소연평도 물 부족 현상이 심해지자 시는 지난해 6월부터 27억5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상수도사업본부와 함께 해수담수화 시설을 만들기 시작했다. 현재 해수담수화 시설은 마무리 단계에 돌입해 시범운행 과정에 있다.

시는 그동안 물 부족으로 고통받는 섬 주민들을 위해 전기료 일부를 보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군청 관계자는 “주민들이 해수담수화 시설을 환영하면서도 전기료가 많이 나올까 걱정하고 있다”며 “그동안 큰 불편을 겪어온 주민들을 위해 전기료 일부를 보조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도윤(인천남고 3)·임동준(선인고 1)

 

박명재 노인회장 “소연평도는 지금 치료중, 하루빨리 아픔 이겨내길”

“소연평도는 아픔을 겪었지만, 조금씩 치료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인천 옹진군 연평면 소연평도에서 만난 박명재(78) 노인회장은 소연평도를 설명하며 환하게 웃었다.

소연평도의 아픔은 철과 티타늄 등이 나오는 연평광산에서 시작된다. 당시 소연평도에서 티타늄을 채굴하던 광업 회사는 1989년부터 2001년까지 티타늄을 채굴했다. 그 과정에서 쇳가루가 날리고 소음이 심하자 마을 주민 27명이 채굴을 거세게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자 광업 회사 사장은 소연평도에 쌀 백 가마니를 제공하겠다며 합의 각서를 요구했다. 마을 주민들은 대신 연간 15만t 이상 채굴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 두 배인 연간 30만t가량을 채굴했다. 이에 현재 소연평도 곳곳은 무분별한 채굴로 남겨진 잔해로 가득한 상황이다.

박 회장은 “광산에서 나오는 철이 물에 들어가면서 아이들이 큰 피해를 봤다”며 “특히 치아를 다쳐 치과에 간 아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연평도가 변하고 있다. 해수담수화 시설로 물 부족이 해결될 예정이고 죽었던 굴 역시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박 회장은 “물 부족 현상은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광산 잔해로 인한 굴 양식 피해도 호전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의 꿈은 소연평도가 아픔을 이겨내고 행복한 섬이 되는 것이다. 그는 “하루빨리 소연평도의 아픔이 해결돼 관광객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송다은(계산여고 1)·윤채희(인일여고 1)·이지연(예일고 1)

/정리=임태환 기자 imsens@incheo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