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인터뷰] 이영미(여울목)회원님을 찾아서

2019년 5월 31일 | 녹색과사람들, 자료, 초록세상

봄날 꽃마리가 내 삶에 들어왔어요.

글쓴이: 바오밥(김현희)

“마음만 먹으면 사라질 수 있는 것들이잖아요. 원래는 애네들 삶의 터전이었는데 어느 날 사람들이 빼앗아서 차지하게 된 거잖아요. 누군가는 이런 사라져 가는 자연을 기록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면서 사진을 찍고 글을 쓰게 되었어요.”
송도로 이사를 갔다는 얘기는 몇 년 전 듣긴 들었는데 이사 와서 이렇게나 멋진 일을 하고 있는 줄은 몰랐다. 여울목 이영미님 말이다. 여울목님과는 자연안내자 전문가 과정 7기 동기이기도 하다.
회원님은 송도 2동 소식지에 사라져가는 송도의 모습과 현재 송도의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찍고 글을 쓰는 일도 하고 있다. 작년까지 6년동안 게눈 초록교사로 활동하던걸 올해는 안식년을 갖고 있단다.
“ 뿔논병아리, 황오리, 논병아리, 바다 비오리 엄청난 새들이 송도 이곳 갈대숲에 왔었는데 올해는 없어요. 어느 날 검은 머리 물떼새가 삐삐거리면서 울더라고요. 근처에 아트센터가 생기면서 갈 곳을 잃은 것 같았어요.”
7년째 이곳에 살고 있다는 회원님. 갈대숲에서 맹꽁이, 청개구리, 참개구리 많이 울어댔는데 하나둘 사라지고 있음을 한 해 한 해 느끼고 있다 한다. 자연환경 문제는 집단적으로 활동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워낙 이런 부분에는 관심을 안 두기에 지면을 통해서라도 소개해야 되지 않을까 해서 글을 쓰게 되었단다. 숲교육 동기라지 녹색을 어떻게 해서 알게 되었는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마음속에 환경운동은 해야겠다 오래전부터 생각해두었어요. 80년대 학생운동이 노동운동까지 하게 되었고 전자공장에 위장취업도 하면서 사회문제와 싸우기 시작했죠. 참 힘겨운 싸움을 하면서 훗날 정치 쪽보다는 환경 쪽 일을 해야겠다 싶었어요. 결혼하고 아이 낳고 집에만 있던 중 아이 100일 즈음 되었을까요? 유모차를 끌고 집밖으로 나와 산책을 하는데 꽃마리 풀이 보이는 거에요. 작고 앙증 맞는 저 꽃은 어렸을 때 많이 보았던 건데 ….. 꽃마리를 보며 눈물이 다 나더라고요.”
녹색의 철학이 얘기한 생태적 감수성이란 이런 만남을 얘기하는 것이리라. 꽃마리 하나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니. 아무튼 회원님은 그 뒤로 혼자서 생태공부를 하던 중 초록지렁이 유종반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주안도서관에서 생태강좌를 말이다.
“아, 옛날에 작은 것들과 친구하면서 살았는데 작은 것들을 쳐내면서 살았었구나. 생각하니 슬펐어요. 일하면서 10년도 훨씬 넘게 사회와 투쟁을 하며 사람과 사람을 적으로 보면서 살고 함께 안하면 변절자, 배신자라고 얘기하는 그것과는 다르게 녹색의 가치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가슴 깊은 울림이 있어 좋았어요. 세상의 욕망에 충만한 사람들이 아니었어요.”
한동안 경주마처럼 남편과 함께 쫒아온 삶속에서 이제는 하루의 루틴 없이 그저 날이 좋으면 좋은 대로 궂으면 궂은 대로 살아가는 이런 삶이 너무 좋단다. 강화도가 고향인 회원님. 나무 타기며, 꽃, 풀을 많이 보고 자랐던 어린 시절, 교직에 계셨던 아버지는 강화에 있는 강남 미디어고등학교 1회 때부터 교편을 잡고 부임하면서 벚꽃을 학교주변으로 심으셨던 게 지금은 그곳이 벚꽂 명소가 되었단다.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 영정사진 들고 살아생전 아버지께서 심어놓으신 벚꽃이 만발한 벚꽃 나무 둘레를 한 바퀴 돌며 마지막 이승과 이별을 하였다는 이야기는 동화 속 이야기처럼 아름다웠다.

“정족산성 근처가 고향이었어요. 유년시절 산성 주변으로 살다시피 했어요.”라는 회원님. 녹색을 통해서 이익이 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구나. 개미도 중요하고, 개구리고 중요하고, 인생을 더 풍요롭게 살게 되었고 내 안의 나를 발견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며 ‘한영애의 여울목에서’ 노래를 참 좋아한다는
‘녹색교사 여울목 이영미선생님’ 내게도 이젠 꽃마리를 보면 누군가 그려낼 사람이 생겨났다.

* 이영미 회원님은 송도2동 소식지 주민기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송도2동 주민자치센터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계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