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세상_생태환경잡지 235호_녹색살이] 동물들과 함께 사는 팜프리 비건 화장품

2020년 6월 4일 | 자료, 초록세상

우리는 하루에 정말 많은 세안제품과 화장품을 사용합니다. 제 하루 일과에 빗대어 보면 아침에 일어나서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이를 닦습니다. 그리고 얼굴에 로션을 바르고 선크림을 바릅니다. 일과 중에는 손을 닦거나 건조한 손과 입술에 핸드크림과 립밤을 바르고 자기전에는 샤워를 하고 크림을 바릅니다. 가짓수를 세어보면 대략 10가지의 화장품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화장품이 동물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면 얼마나 미안하고 불편한 현실일까요.

우리가 사용하는 화장품은 판매되기 전에 안전성을 인증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많은 동물들이 동물실험으로 희생되고 있습니다. 토끼는 눈을 잘 깜빡이지 않고 눈물이 적기 때문에 눈에 화장품이 들어가도 안전한지 확인하는 실험에 희생됩니다. 하나의 마스카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토끼의 눈에 마스카라를 3,000번이나 바르는 테스트가 필요합니다. 비글은 사람을 좋아하고 인내심이 강하다는 이유로 샴푸나 진통제 등의 안전성 시험에 희생됩니다. 자신에게 해를 가하더라도 사람의 손을 피하지 않고 짖지 않는 것을 훈련받았기 때문에 비글은 실험을 당하는 고통 중에도 사람을 잘 따릅니다. 사람이 사용하기 안전한 화장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동물들은 실험실에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화장품에 많이 들어가는 식물성 글리세린은 대부분 ‘팜유’로 만들어냅니다. 팜유는 기름야자라고 불리는 팜나무에서 추출한 기름으로 과자, 초콜릿, 립스틱 등 많은 곳에 사용됩니다. 팜유는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기름입니다. 팜유는 열대지방에서 재배되며 우리나라는 보통 말레이시아에서 팜유를 수입합니다. 팜유를 생산하는 팜 농장은 비용을 아끼기 위해 열대우림을 태워 밭을 만드는 것을 선호합니다. 2011년 국제금융기구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부터 2009년 사이에 숲에서 팜유 농장으로 바뀐 면적은 38억 3천만ha로 남한 면적의 약 380배이고 해마다 팜유 농장의 면적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열대우림에서 살고 있던 야생동물들은 불에 타 죽거나 농장주의 총에 맞아 죽습니다. 그중에서도 수마트라와 보르네오섬에서 서식 중인 수마트라 오랑우탄과 보르네오 오랑우탄은 심각한 위기종(CR)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화장품을 사용해서는 안되는 걸까요? 다행히도 동물들을 지키기 위해 동물실험과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비건 화장품과 팜유를 사용하지 않는 팜프리 제품들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다양한 나라에서는 비건 인증기관을 두고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크루얼티프리 제품과 동물성 성분이 들어가지 않았다는 의미의 비건 제품에 인증마크를 부여합니다. 덕분에 화장품 뒷면에 마크를 확인하면 동물이 희생되지 않은 착한 화장품을 쉽게 알아보고 구입할 수 있습니다.

예전의 저는 화장품을 구입할 때 화장품의 디자인, 향, 효과등을 고려해서 화장품을 골랐지만 이제는 제품에 표기된 비건마크를 가장 먼저 확인합니다. 아직까지 팜유를 사용하지 않는 화장품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만 최근에는 팜유를 사용하지 않는 비누와 치약, 과자와 아이스크림 같은 가공 식품들이 만들어지고있습니다. 성분표를 살펴서 팜유가 포함되지 않은 제품을 고르거나 팜프리 제품을 미리 검색해서 알아두면 팜유가 들어가지 않은 제품들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나 하나가 소비를 바꾼다고 화장품과 관련된 환경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를 일상에서 하는 작은 투표라고 생각한다면 문제는 변화합니다. 일반 화장품과 동물을 지키는 화장품 중 하나를 고름으로써 지구와 동물을 사랑하는 브랜드를 지지하고 그들을 성장시키는 것으로 우리는 시장을 움직일 수 있습니다. 우리 하나하나가 착한 화장품을 구매하고 그것들이 모여 시장에 하나의 흐름을 만들 때 더 많은 화장품 회사들은 지구와 동물들을 생각하고 그들을 함께 지켜줄 것입니다. 앞으로는 화장품을 구매할 때 어떤 성분이 들어가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한 번 더 생각하고 구매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김지은

인천녹색연합 녹색전환팀 소속. 자연의 모든 아름다운 빛깔을 사랑하는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