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전하는 미군기지, 복원해야 할 하천

2018년 6월 27일 | 성명서/보도자료, 하천

(7) 산곡천


‘저는 부평주민들과 함께 성장했습니다. 봄에는 향긋한 꽃향기를 선물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과 바람을 선물합니다. 저는 계속 살고 싶습니다.’

인천 부평에 산곡남초등학교가 있다. 산곡남초 앞에는 미군부대였고 한국부대도 주둔했던 부영공원이 있다. 산곡남초와 부영공원 사이에는 왕복2차선 도로가 있는데 부영공원의 도로 경계에 아름드리 아카시나무가 여럿 있다. 그런데 지금 이 아카시나무들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아카시나무들 사이에는 현수막도 걸려 있다. 인도조성을 위해 부득이하게 아카시나무를 제거할 예정이라는 지자체 현수막이 있고, 무리한 인도조성을 반대한다며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도 보인다.


아카시나무 옆으로는 야자매트가 깔린 산책로가 나 있다. 학생들과 주민들은 산책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강아지도 산책시킨다. 군부대가 주둔했던 부영공원은 몇 년 전 유류와 중금속 오염이 확인되어 토양정화작업을 벌였다. 지금 부영공원에는 상자텃밭이 생겼고 노란코스모스 꽃밭도 생겼다. 아직 공원이 조성되지 않은 부영공원에는 아카시나무 외 아름드리 미루나무도 제법 있다. 반환 예정인 미군기지와 함께 부영공원은 부평뿐 아니라 인천을 대표할 공원으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곳이다.

2007년 6월, 부영공원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맹꽁이 수천마리가 확인되었다. 육안으로 확인한 성체만도 5백마리가 넘는다. 군 막사로 추정되는 곳의 콘크리트 수로, 산곡남초등학교 쪽 주차장부근 웅덩이, 운동장 사이의 수로 그리고 부영공원과 미군부대 경계지역 숲의 두엄과 땅속 등 공원 전 지역에서 맹꽁이가 관찰되었다. 부영공원은 가히 맹꽁이 공원이었다. 장마철 맹꽁이가 울면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시끄러워 문을 열어놓을 수 없는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 군부대 이전 이후 아는 주민들만 산책하고 운동할 뿐 도심임에도 일체 개발이 이루어지지 않아 부영공원은 맹꽁이 천국이었다. 정밀조사를 진행하지는 않아 토양오염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한 때 기형 맹꽁이가 발견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부영공원의 아카시나무는 산곡천의 버드나무를 바라보고 있다. 머리를 풀어헤친 듯 가지를 늘어뜨리고 있는 산곡천의 버드나무도 베어질 위기다. 산곡천을 덮어 30미터폭의 장고개도로를 만들 예정이기 때문이다. 산곡천은 굴포천 지류로 한남정맥 호봉산 장고개의 제3보급단에서 발원하여 산곡남초등학교, 부평미군부대를 지나 부평구청부근에서 굴포천과 합류되는 물길이다. 2006년 인천녹색연합의 인천시 복개하천에 대한 일제조사결과 산곡천은 약2.2km(상류건천지대포함) 중 복개구간은 약 1.7km로 전체하천의 77%가 복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류의 건천지역을 제외하면 부평미군부대 옆 구간과 청천2동과 부평1동의 경계지역 등 두 곳에 약400여m만이 미복개로 남아있었다. 복개상부 84%는 골목길과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복개 구간의 35%에 해당하는 미군부대 옆길은 자동차가 통행할 수 없는 곳이었는데 당시 조사에 함께 한 전문가들은 부평미군기지이전과 주변지역과 복개상부의 토지이용 상황을 고려할 때 인천의 복개하천 중 최우선 복원해야 한다고 의견일치를 본 하천이 산곡천이었다.

그런 산곡천이 2009년 또 복개되었다. 청천2동과 부평1동 경계지역 약220m를 복개한 것이다. 악취와 해충민원으로 인한 주민들의 청원으로 어쩔 수 없다는 것이 행정의 항변이었다. 땜질식 민원해결인 아닌 장기적인 관심에서 인천과 부평의 청사진을 그리고 시민들과 머리를 맞대자고, 생활하수를 차집하고 갈대와 부들 등 수생식물과 버드나무와 같이 큰키나무를 식재, 악취를 차단하여 하천습지공원과 자연체험학습장을 조성하자고 수차례 이야기했지만 허사였다. 복개가 아니라 복원해야한다고 이야기했지만 결국 덮혔다. 복개 상부를 도로나 주차장이 아닌 공원녹지공간으로 만들었지만 부평에서 물길을 찾기가 더 어려워졌다.

‘당신이 지켜낸 살아 쉼쉬는 강과 하천은 우리 모두의 희망입니다’. 그해 인천에서 전국 강의날 대회가 열렸다.

공장과 산업단지, 도로와 발전소, 공항과 항만 등 인천의 생활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공원과 녹지, 하천은 쾌적한 주거환경, 생태환경을 위해서 필수이다. 부평은 인천에서도 공원녹지가 절대부족한 지역이다. 인천에서 가장 큰 하천인 굴포천이 있지만 상류와 지류 대부분은 덮혀있다. 답답하고 후텁지근한 부평에서 생태도시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 부영공원이고 산곡천이다. 산곡천의 물길이 열리면 한남정맥이 부평미군기지터와 굴포천 연결되고 한강으로 이어지면서 부영공원의 맹꽁이는 한남정맥으로 계양과 부천, 김포까지 마실 갈 수 있을 것이다. 봄이면 아카시향이 가득하고 여름이면 버드나무 가지가 늘어진 산곡천을 기대해본다.


2018년 6월 27일자 인천in에 게재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