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두꺼비와 금개구리, 다남천과 귤현천

2018년 7월 19일 | 성명서/보도자료, 하천

(8) 다남천과 귤현천


“여기는 인천에서 최대 두꺼비 산란지이에요”
“높은 제방으로 이동이 어려운 두꺼비들에게 이동통로를 만들어주려고 모였어요”

2013년 4월, 계양산 북쪽 다남동 계곡에 60여명의 사람들이 모였다. 학생과 일반시민, 기업인 등으로 구성된 멸종위기 야생동물 지킴이들이다. 지킴이들이 모인 계곡 양쪽으로 사람 키보다 높은 콘크리트 제방이 쌓여 있다. 자발적인 후원과 모금으로 비용을 마련하여 돌과 흙, 합판 등을 이용해 두꺼비가 숲과 연못, 즉 서식지와 산란지를 오갈 수 있도록 제방에 비스듬하게 이동통로를 만들었다.

계양산 북쪽 다남동 계곡에 위치한 양어장은 수도권에서 손꼽히는 두꺼비 산란지이다. 봄철 다남동 계곡과 주변지역의 자연생태를 조사한 결과 두꺼비 성체가 3백마리 넘게 관찰되고 산란지도 3곳이나 확인됐다. 그런데 계곡과 하천의 제방을 오르지 못한 두꺼비들이 하천에 알을 낳은 경우가 발생하였다. 하천에 낳은 알들은 낮은 수온으로 부화되지 않고 흐르는 물에 떠내려가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또 근처의 새로 반듯하게 난 도로에서는 십여마리의 두꺼비들이 로드킬을 당했고 불과 30cm가 채 되지 않는 보도턱을 넘지 못해 길을 헤매는 두꺼비들이 관찰되었다. 두꺼비는 숲에 사는 양서류이다. 평소에 숲에 살다가 봄 산란철 연못을 찾는다. 계양산 자락의 방축동과 다남동을 연결하는 고개, 일명 신의주고개에는 아치형으로 만들어놓은 생태이동통로가 있다. 새로 도로를 내면서 만들어놓은 생태이동통로이다.

계양산 두꺼비 @이은영

동양들 금개구리

계양산 정상과 신의주고개로 이어지는 산능선의 남동쪽에서는 소하천인 방축천이 발원하고 북서쪽으로는 다남천이 시작된다. 다남천과 방축천은 모두 인천 계양구가 지정관리하는 소하천이다. 비가 오면 계양산에서 북쪽으로 뻗은 자락인 말등메이산과 앞메산, 북동쪽으로 뻗은 신의주고개, 형제봉 산줄기의 사이에 떨어지는 빗방울은 다남천으로 모여 계양역에 이른다. 폭우가 내리면 지하관로로 계양역과 공항고속도로와 공항철도를 아래를 통과한 후 2011년 국가하천으로 지정된 인공물길인 아라천(경인아라뱃길 또는 경인운하)로 흘러들고 평소에는 공항고속도로와 아라뱃길 사이 자투리땅과 서부간선수로를 간신히 통과해야 귤현천을 만난다.

귤현천은 고속도로 다리를 두개나 지나야 한다

계양구 귤현동 43-5번지, 서부간선수로와 아라뱃길이 교차하는 남쪽지점이 바로 지방하천인 귤현천의 시점이다. 귤현천은 1.79km를 흐르며 동양들 귤현보 바로 위에서 굴포천으로 흘러든다. 귤현보는 굴포천과 경인아라뱃길의 경계가 되는 러버보(고무보)이다. 귤현천은 2km가 안되지만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인천공항고속도로의 높고 큰 다리 두 개를 지나고 세 개의 작은 다리도 지나야 한다. 동양들에서는 김포공항에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가까이 볼 수 있다. 도시가 확장되면서 과거의 부평평야, 지금의 계양과 부평, 부천에 남아 있는 곡창지대가 동양들과 대장들이다. 동양들과 대장들에서는 반듯한 논길을 따라 버드나무들을 볼 수 있다. 늘어선 버드나무 줄이 곧 물줄기이다.

‘한국수자원공사와 인천시가 1억원을 들여 심은 라벤더가 4개월만에 고사했다’ 아라뱃길이 건설되면서 귤현천 옆으로는 두리생태공원이 만들어졌다. 오토캠핑장이 들어섰고 습지공원도 새로 만들었다. 2017년 인천시와 계양구는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두리생태공원의 습지에 허브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한민국 대표 라벤더 테마파크를 조성하여 라벤더 꽃 축제 등 다양한 상설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었다. 6만평의 라벤더 테마공원을 목표로 우선 1천3백평에 라벤더를 시범적으로 심었다. 대부분 죽었다. 습지생태계를 고려하지 않고, 자생습지식물이 아닌 외래종으로 무리하게 심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었다. 라벤더 공원을 조성하고 사회적경제기업을 만들어 일자리를 창출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될 것이라 홍보했지만 결론은 일단 실패였다.

지난 겨우내 동양들 남쪽 서운들에는 산업단지 부지조성공사가 한창이었다. 몇 년 전까지 보이던 기러기들을 더 이상 볼 수 없었다. 서운산업단지조성으로 수백마리 금개구리들은 청라로 강제이주당했다. 금개구리는 Korean Golden Frog으로 우리나라 고유종이고 멸종위기2급 야생동물이다. 동양들의 기러기와 금개구리들도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 서운산업단지보다 5배가 넓은 백만평 계양테크노벨리를 조성하겠다는 선거공약이 엄존하기 때문이다.

귤현천 하류, 동양들은 아직 논이 있다. 그 논에서 계양과 부평, 부천과 서울에 공급되는 맑은 공기가 생산된다. 또 겨울이면 기러기가 날아들고 여름이면 금개구리가 짝을 찾는다. 뜸~북 뜸~북 뜸부기가 우는 곳이 귤현천 동양들이다.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버드나무가 하천임을 알려준다

2018년 7월 19일자 인천in에 게재한 칼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