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봄이 오려나 보다… 일 년을 열 손가락 셀 정도만 빼고 매일 오가던 농장이지만 올 겨울 내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너무 무심했나…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했는데… 미안한 생각이 들긴 하지만 녀석의 집을 지나면서도 그냥 지나쳤다. 내일은 한번쯤 잘 있는지 보고 오리라 생각하고 그냥 내려온다. 오늘은 날씨도 추운데 잘 있나, 아니 잘 있을 거야 그럼 이 추위쯤이야 어쩌려고 마음 조리며 지내던 이월 중순의 어느 날 마음의 짐을 내려놓았다. 이 추운 겨울 무사히 잘 견뎌 주었구나. 다섯 통의 벌통에서 녀석들이 일제히 나오기 시작하여 겨우내 몸속에 저장한 배설물을 시원스레 뿜어 대는 것이었다.
꿀벌(토종벌)의 만남은 이러했다.
계양산 농장 큰 바위 아래 누군가가 빈 벌통을 가져다 놓았으나 여러 해 빈 통으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지 오 육년쯤 되던 어느 봄날 벌통 입구가 요란스러웠다. 토종벌이 날아 들어온 것이다. 처음이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고 오래토록 이곳이서 살았으면 했다. 처음 분봉을 하고 나무에 축구공하나가 달렸다. 대단했다. 경험이 없어 어찌할 줄을 모르다 날려 보냈다.
가을이 되면 녀석들의 창고를 열어 귀한 꿀을 조금씩 가져오곤 했다. 어느 해는 꿀이 없어 그냥 오기도 하고, 겨울 동안 먹을 수 있는 꿀을 충분히 남겨두고 일부만 가져와야만 꿀벌이 겨울을 지낼 수 있는 것이다. 어느 해에는 겨울이 유난히 길어 벌통에 벌들이 전멸을 하기도 했다. 욕심이었다. 좀 더 남겨 둘 걸 후회 한들 소용이 없었다.
한 해는 꿀벌 세통에서 전혀 수확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겨울동안 한통의 벌들은 전멸해 죽었다. 지난해는 다섯 통으로 늘었다. 가을엔 벌통이 무거웠다. 날씨가 좋아서 일들을 많이 했구나 생각했다. 이번에는 욕심을 줄이고 겨울동안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남겨 두리라 생각하고 가져왔다. 다섯 통에서 가져와서 그런지 너무 많았다. 또 욕심을 부렸나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추운 겨울을 잘 지내주길 바라며 벌집 입구와 통을 따뜻하게 덮어 주려 생각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 올 겨울을 그냥 지나쳤다.
벌들이 사라지고 있다.
몇 해전 우리나라 토종벌 약50%가 이유 없이 죽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벌 군집의 바이러스와 이상기후, 농약 등을 그 원인으로 들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자료를 보면, 2009년 전국의 토종벌 사육은 38만3천418통 이었지만 2010년 17만1천827통으로 반 이상 줄었고, 2011년에는 10만756통으로 줄었다. 2012년에는 4만 통 정도로 줄었고, 지금은 1만 통 안팎만 살아남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토종벌의 면역력을 키워 주는 면역증강제, 토종벌 생태를 수시로 살필 수 있는 개량 벌 통 등을 농가에 보급하고 있지만 여전히 토종벌이 죽어가고 있다. 2009년 2만 농가 안팎이던 토종벌 농가는 5천 농가 안팎으로 줄었다.
꿀벌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소식이 전 세계 각지에서 들리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사육되는 꿀벌 군집의 3분의 1이상이 겨울을 견디지 못하고 떼죽음을 당하는 등 꿀벌 군집 붕괴 현상이 4년째 계속되고 있다고 들리기도 한다.
지구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작물의 약 3분의 1이 곤충의 수분 활동으로 열매를 생산한 다고 하는데, 그 중 80%가 꿀벌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한다. 꿀벌이 지구상에 없다면 지구상의 동물이 먹을 수 있는 열매의 상당수가 사라지게 되고, 식물들도 번식을 할 수 없게 된다. 생태계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는 것이다.
꿀벌은 1kg의 꿀을 얻기 위해 무려 560만 개의 꽃을 찾아다녀야 한다고 하는데 한 개의 벌통에서 약 10kg 정도의 꿀을 얻는다면 5600만개의 꽃들에게 화분매개를 통한 건강한 열매를 맺게 해주게 되는데 만약 꿀벌이 없다면 누가 이일을 할 수 있을까. 혹자는 꿀벌이 국내 농작물 수분작용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가 약 6조원이라고 말하는데 꿀벌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경제적 가치로만 계산 할 수 있을까 싶다.
꿀벌이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자연 생태계는 놀라울 만큼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족도리 풀이 없으면 애호랑나비를 볼 수 없고 기린초가 사라지면 붉은점모시나비를 볼 수 없을 것이다.
애벌레가 먹고 살아가는 건강한 자연이 없다면 하찮게 생각하는 풀 한 포기가 사라진다면 우리는 아름다운 나비를 볼 수 없을 것이다. 꿀벌이 사라지면 맛있는 과일은 물론 식량 자원도 줄게 되어 인류가 살 수 없는 공간이 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인류도 4년 내에 멸종될 것이라고 했다.
꿀벌은 왜 사라져 가는가.
꿀벌이 사라지고 있는 이유에는 전자파, 바이러스, 지구 온난화, 살충제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현재까지 과학적으로 밝혀진 것은 없는 상황이다.
사라지는 방법도 벌의 군집 감소와 겨울동안 벌 군집이 전멸해 버리는 경우이다.
군집 감소는 일 나간 벌들이 길을 잃어 벌집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꿀을 따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죽게 되는데 원인은 적확치 않으나 살충제에 의한 피해와 꿀을 찾아 멀리 날아가서 집을 찾지 못하여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이다. 왜 집을 찾지 못할까 이다.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는 동 서양간 학자간의 차이는 있으나 외국에서 제시하는 의견을 살펴보면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각종 무선장비가 발생하는 전자파 – 벌이 길을 찾는 메커니즘을 상실.
유전자조작 식물 – 벌레에 강하도록 조작된 유전자 식물이 꿀벌에게도 해를 끼친다.
각종 유기화합물 – 농약등, 유기화합물에 노출된 벌이 생체활동 교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 바이러스에 걸린 벌들이 집단 폐사.
지구 온난화 – 개화시기가 변화로 일벌이 꿀과 꽃가루를 찾기 위해 혹사.
이외 다른 의견들을 들 수 있으나 한 가지 확실한건 벌들이 내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경 우리나라 토종벌에서 충봉아부패병 즉 바이러스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어 양봉업계에 큰 영향을 끼칠 만큼 심각한 피해를 발생시키고 특히 강원도 어느 곳에서는 농가에서 사육한 벌 80%가 죽었다고 했다.
벌이 내성이 약해지는 이유를 혹자는 이런 말을 하는 이도 있다. 벌들이 다양한 여러 야생초에 얻어지는 꿀들을 먹어야 내성이 강해지는데 강산에 야생 식물들이 사라져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또한 이런 생각도 해 봄직하다 벌들을 힘들게 꿀을 모아 오지만 정작 자신은 다양한 꽃에서 얻어지는 내성강한 꿀들을 먹지 못하고 인간에 빼앗기고 인간이 주는 설탕을 먹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꿀벌을 지키자.
벌의 질병이 퍼진 베트남이 원상 복구하는 데 20년이 걸렸다 한다. 자연은 한번 파괴되면 몇 갑절의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된다.
생태계 중에서 꿀벌이 차지하는 생태적 가치는 경제적 관점에서만 평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것은 전 인류의 문제이며 더 나아가 나 자신의 문제요 우리 삶의 문제인 것이다. 꿀벌들의 소중함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나 그 심각성은 아직 멀리 있는 것 같다. 이제라도 꿀벌을 살리는 일에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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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녹색연합이 작아와 함께하는 날을 같이 합니다. 3월 8일(토)은 꿀벌 지키는 날입니다. 사라지는 꿀벌, 열매를 맺게 하는 꿀벌을 지키는 날입니다. 4월 12일(토)은 로그아웃의 날입니다. 단 하루만이라도 전자제품을 로그아웃 해보세요. 이와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메일로 보내주세요. borum@greenkor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