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만남_ 나에게 녹색은 살아가는 힘

2022년 6월 21일 | 녹색과사람들

“나에게 녹색은 살아가는 힘 ”

송은희 회원

“저기 저 논에 기러기 보여요? 까맣게 논 위에 무리지어 앉아 있잖아요.”

언제부턴가 호조벌 들판에 기러기들이 무리지어 떼로 있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원래는 근처 어딘가 들판에서 겨울나기를 했던 기러기들이 갈 곳이 없어 이곳에 모이는 현상이라 했다. 갈수록 도시 외곽에 있는 중소도시의 논이나 밭이 아파트 건설로 인해 사라져가고 둥지 잃은 나그네새들은 쫓겨 다닌단다. 호조벌 저곳도 곧 사라진다면 저 기러기들은 또 어디로 가야한단 말인가?

한참을 인터뷰 마치고서 시흥 농업기술센터 뒤로 펼쳐져 있는 호조벌 들판 노닐고 있는 기러기 떼들을 보며 이야기 나눴다. 도토리 송은희 님과 말이다. 알고 보니 도토리님은 나와 고향이 같은 중학교 동창이었다. 인터뷰를 오래도록 하다 보니 이런 인연도 다 만나게 된다. 3년 동안 같은 학교를 다녔다지만 같은 반이었던 적이 없고 말도 섞어본 적 없기에 우리가 헤어지는 시간까지 존대를 하였다. 다음에 만나면 친구로 대하자는 말을 남기며 인터뷰는 마쳤다.

도토리님과 기러기 떼를 한참 보았던 호조벌에 대해 잠깐 언급하자면 경기도 시흥시 보통천과 은행천을 끼고 형성된 평야지대를 말한다. 호조벌은 바다를 가로막아 생긴 제방 호조방죽에 의해 만들어졌다. 개펄이었던 이곳에 둑을 쌓아 농경지로 개간하였다. 호조벌은 약 150만평에 달하는 시흥시 최대 곡창지대로 지역의 특산미인 ‘햇토미’가 여기서 생산되고 있다. 호조벌은 시흥 시민에게 생명과 환경의 중요성을 인식시켜 주는 장소로 큰 의미를 줄 것이라 도토리님과 한참 나눈 이야기였다. 호조벌 앞으로 야트막한 산이 하나 있고 그곳에 두꺼비가가 서식을 하고 있단다. 산란을 하기 위해 도로 하나를 건너서 호조벌까지 가는 도중에 로드킬이 된다는 두꺼비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여기 임시망이 설치되었어요. 일단 두꺼비들이 도로를 건너지 못하고 망에 걸리면 두꺼비를 들어내서 호조벌에 놓아두기를 하고 있어요.”

라며 두꺼비 살릴 수 있는 임시망 설치된 곳도 가보기도 하였다. 두꺼비는 요즘에 볼 수 있단다. 아쉽게도 우리가 간 시간에는 두꺼비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애들 어릴 때, 서울에서 시민단체인 ‘환경정의’를 만나면서 환경공부를 하게 되었다는 도토리님. 선배들과 토론도 하고 ‘다음을 지키는 엄마들‘ 모임도 참여했단다. 당시, 유해물질 조사도 하였는데 2000년도 초반 엄마들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기자회견도 하였단다. 시흥으로 이사 오며 그 모임은 지속적으로 하지 못하게 되었고 ’YMCA‘ 생태안내자 공부로 생태교육 공부는 시작이라 하였다. ’인천녹색연합’과는 녹색입문과정 교육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2010년도였을 거예요. 「식물의 잃어버린 언어」 책을 읽고 토론을 했지요. 토론하면서 새롭게 얻어지는 게 참 많았어요, 그 책이 충격적이기도 했지만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주기도 했어요.”

2016년 ‘인천녹색연합’에서 진행한 절기교육을 받고 회원가입 했다며 교육의 감동을 전하기도 하였다. 한때 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으로도 활동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맨땅에서 시작한 일을 힘들게 하게 되었다 했다. 작년에 임기가 끝날 즈음 몸이 안 좋아 휴식기를 갖고 있었다. ‘저어새와 친구들’ 활동도 하고 있으며 2018년부터 호조벌 저어새 탐조도 하고 있단다.

‘인천녹색연합’에서 함께 했던 만월산 양서류모니터링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2월 계곡에 얼음물이 있을 시기부터 모니터링 시작해서 두 달 정도 활동 하였단다.

“도롱뇽 알이 엄청 많았고 신기했어요. 인천둘레길 코스 중에 한 곳이라는 만월산도 너무 좋았고요. 인천에 물이 흐르는 계곡이 이렇게 있구나 싶었고요. 어느 날 모니터링을 갔는데 개구리가 죽어있는 것도 보았어요. 꾸준하게 모니터링을 하는 게 중요해요. 모니터링은 자주 들여다볼 수 있는 동네 사람들이 하면 좋고요. 여기도 산에서 내려오는 두꺼비들 로드킬 당하지 않았으면 해서 그물망 쳐놓은 것도 실은 여기 계신 분들이 지속적으로 관심 갖고 살펴주면 더 좋지요. 여기 카페 사장님도 동참해서 두꺼비 살리기 운동도 하고 있다고 얘기 들었어요.”

‘인천녹색연합’ 회원이 되고 생긴 변화라면 생태적으로 생각하는 가치가 달라졌다 했다. 강의식 생태교육이 아닌 토론 하면서 인문학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나에게 녹색이란 살아가는 힘이라며 올해는 꼭 책 쓰기를 해보고 싶다했다. 문장 채집이라고 남의 글을 현재는 필사하고 연습하고 있지만 내 글 쓸 수 있는 날, 책 쓰는 걸 상상하면 행복해진다고도 하였다.

글. 김현희

초록세상 239호 <만남 l 아름다운 지구인을 소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