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세계 철새의 날을 맞아
오는 5월 11일은 세계 철새의 날(World Migratory Bird Day)이다. 올해 세계 철새의 날 주제는 곤충과 새의 관계를 강조한 ‘Protect insects, Protect birds’이다. 곤충은 번식기와 이동 중에 철새들에게 필수적인 에너지원으로 곤충 개체수 감소는 철새의 생존과도 관계가 있다. 이는 생물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이 연결고리가 끊어지면 생태계의 균형이 깨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철새 보호는 산림녹지, 연안습지, 논습지 등 다양한 생태계를 보전, 관리하며 생물다양성을 증진할 때 이룰 수 있다. 특히 인천 갯벌은 철새 이동 경로상 지리적, 생태학적으로 중요한 공간이다. 인천시는 철새들의 서식지인 갯벌을 비롯한 생태계 보전과 생물다양성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세계 철새의 날은 매년 5월, 10월 둘째주 토요일로 유엔 환경 계획(UNEP)에서 철새 보호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06년 제정했다. 인천은 미국 알래스카와 러시아 극동지방부터 아시아에 걸쳐 호주와 뉴질랜드까지 이어지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의 핵심지역이다. 2021년,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었던 핵심 이유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철새 이동로인 황해 지역에서 멸종위기종을 부양하는 핵심적 장소라는 점이었다. 또한 등재 당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인천 등 핵심적인 갯벌을 추가 등재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인천시민사회에서도 인천갯벌 세계자연유산 등재 필요성 등 시민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철새 서식지로써 영종갯벌의 중요성을 확인, 알려내고 있다. 인천녹색연합과 (사)한국물새네트워크가 공동 주관하고,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이 협력한 영종갯벌 조류 모니터링 결과, 세계적인 멸종위기 조류 서식지로써 세계자연유산 등재 가치가 충분한 것을 확인했다. 2023년 영종갯벌에서 관찰한 물새류는 62종으로 각 종의 최대 관찰수를 기준으로 약 5만마리였다. 이는 람사르 습지보호지역 기준 2만마리를 훨씬 초과하는 개체수이다. 알락꼬리마도요의 단일 확인 최대 개체수는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과 영종 동측에서만 2,041개체였다. 전세계 32,000개체(IUCN,2016)의 약 6%를 차지할 만큼 높은 수치이다. 저어새는 최대 609개체를 확인했으며, 이는 생존수의 8%를 차지한다.
이처럼 멸종위기 철새의 중요한 서식지이자 번식지인 영종갯벌과 습지는 개발로 사라졌거나 사라질 위협에 처해 있다. 만조시 철새들이 휴식지로 사용하는 홍대폐염전은 소유주 LH가 개발예정지 관리라는 명목으로 2023년 5월 습지에서 물을 제거해 서식지 기능을 상실했다.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 같은 경우, 검은머리물떼새 둥지와 알을 확인하는 등 번식지로 활용되고 있는데, 영종도 제2준설토 투기장은 2030년 투기가 완료되더라도 항만 재개발 사업이 아닌, 멸종위기 조류의 서식지로 보전해야 한다. 또한 진입 금지 푯말이 있음에도 송산유수지 내에 진입한 낚시객들이 조류들의 안정적인 서식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송산유수지에서 멸종위기종인 검은머리갈매기의 다리가 낚시줄에 감긴 모습을 포착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최근 송산 방향 미디어파사드 설치로 야간 운영시 철새 이동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지 우려된다. 관계기관은 서식지 관리 및 보호를 위해 선제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인천시, 중구 등은 영종갯벌이 세계적인 멸종위기 조류 서식지로써의 가치를 인정하고, 보호 대책을 비롯해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영종갯벌의 가치를 시민들이 공감하고, 장기적으로 함께 보호, 이용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2022년 12월,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전지구적 생물다양성 전략계획인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를 채택했다. 프레임워크에는 ‘자연과 조화로운 삶’ 이라는 비전을 2050년까지 달성하기 위한 2050년 목표와 2030년까지의 실천목표, 이행 및 평가 등을 담았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국제 사회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육상 및 해양보호지역 지정 30% 달성 등 전략 목표를 담은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을 2023년 12월 수립했다. 오는 5월 22일은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로 ‘From agreement to action: Build back biodiversity’, 즉 ‘합의에서 행동으로; 생물다양성 재건’을 주제로 하고 있다. 생물다양성에 문제가 생긴다면 도미노 효과로 인류도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며 행동에 나설 것을 강조한다.
한국 정부도 보호지역 지정 등 실행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인천 지역도 실천이 필요하다. 인천을 찾아오는 철새 보호를 위해 기존 생태계 보전과 아울러 영종갯벌 등 핵심 지역의 추가적인 보호지역 지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2024년 5월 9일
인천녹색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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