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눈 10월 활동후기] 비가 와서 생긴 일 in 선녀바위 해변

2025년 11월 5일 | 게눈, 녹색교육

비가 와서 생긴 일 by. 여울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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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흐리다. 창밖을 보니 단풍잎이 정신없이 흔들린다.

‘오늘 약간의 비가 내린다는 소식이 있던데, 설마 아이들 활동하는 오전 중에 내리지는 않겠지’

안일한 생각이 앞질러 나간다.

그러나 오늘 내리는 비는 나의 안일함과는 상관이 없을 듯 그것은 어차피 하늘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활동장소 선녀바위는 집에서 40여 분 거리.

20분쯤 영종대교를 지날 즈음 차창을 두드리는 빗방울,

‘여름 장맛비처럼 우악스럽게 쫙쫙 내리진 않겠지’

가을비는 살랑거리며 내릴 거라는 편견을 더해 맑은 날을 기대해 보지만

선녀바위에 도착하자마자 우산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심상치 않다. 아! 오늘 활동 망했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썰렁해진다.

지난달에도 비 때문에 활동을 못 했는데.

온다는 아이들 모두 도착하고. 이 빗속에서 어떤 활동을 해야 할까?

날이 좋으면 <줄새우아재비>를 뜰채로 잡고 웅덩이의 생물들을 관찰하려 했었다.

줄기차게 비 내려도 원칙대로 해야지 뭐.

웅덩이를 휘젓자 그래도 줄새우아재비 몇십 마리가 잡힌다. 그것은 팔딱팔딱 용수철 같이 튀어 오르는 생명력 자체다.

비만 오지 않았다면 아이들의 즐거운 함성 또한 파란하늘과 맞닿은 저 해안가에 푸르게 퍼져나갔을 텐데.

엽낭게, 무늬발게 한 마리도 보이지 않고 아직 떠나지 못한 저어새 두 마리

빗속에서 고개를 휘저으며 먹이사냥에 정신없다. 아이들은 찬비의 한기로 손이 시렵다며 불만이고,

“그래 이런 날에는 어묵탕이 제격이지 비도 오는데” 근처의 편의점으로 향한다.

어묵탕은 아니 팔고 컵라면 먹는 다른 아이들이 모두 자리를 차지해서 우리 모둠은 3층 카페로 간다.

하! 이런 날도 다 있구나!

비 덕분에 카페에서 비 내리는 바닷가를 보며 음료수를 먹으면서

호젓하게 시인 비슷한 흉내를 내보기로 한다.

앗! 이런, 그런데 아이들 모두가 시인이다.

‘빗방울과 우연과 섬 ’ 몇 개의 키워드를 주고 카페에서 끄적거리는 풍경이라니.

우연으로, 예측된 지루한 삶이 아니라 다양하고 exciting한 시간을 즐길 수가 있다고 〇〇이는 이야기한다.

“그래 그 비오는 우연으로 우리도 오늘 여기로 왔잖아.”

그리고 새를 좋아하는 서완이는 저어새를 자세히 관찰한 끝에 아홉 번의 뻘짓 끝에 먹이를 잡아먹더라는 이야기를 한다.

단 한 번 성공의 결과만 의미가 있는 게 아니라 결국은 아홉 번의 헛발짓이 그 성공을 만들었다고.

아홉 번 아니 스무 번의 삽질들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결국은 다 의미있는 순간들이었다라는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다.

친구들이여 열심히 뻘짓하자! 깨달음을 주는,

그래서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〇〇이는 빗줄기에 자신의 여린 마음을 투영한다.

비오는 날이 만들어준 우연이라는 선물! 그래서 특별하고 재미있었던 날.

또 하나 카페에서 음료수 주문받고 가져다주고 수고를 마다치 않은 서완이가

카드를 주머니에 넣고 집에 가는 바람에 부천까지 그것을 찾으러 갔었다.

이 또한 비오는 날이 만들어 준 특별한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