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논의 끝날 때까지 방조제공사중단….!

2005년 1월 18일 | 갯벌

“논의 끝날때까지 방조제 공사 중단” 행정법원 조정권고안… “민·관 위원회 구성, 용도 우선 결정해야” 그 동안 두 차례나 사업이 중단된 ‘새만금’ 사업에 대해 법원이 새만금 간척지의 용도특정과 개발범위를 검토하고 결정할 ‘민·관 위원회’를 국회나 대통령 산하에 두며, 위원회의 논의가 끝날 때까지 방조제 공사를 중단토록 하는 조정권고안을 제시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강영호 부장판사)는 지난 2001년 환경단체 등 3537명이 새만금 간척사업 취소를 요구하면서 국무총리와 농림부 장관을 상대로 낸 정부조치계획취소 청구소송에 대해 “민·관 위원회를 구성해 새만금 사업의 용도(목적)를 먼저 확정하고 환경영향평가를 반드시 다시 거쳐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찾아내라”는 내용의 조정권고안을 밝혔다. 다음은 행정법원이 이 사건의 신속, 원만한 해결을 위해 밝힌 조정권고 주문. ① 새만금 간척지의 용도특정과 개발범위에 대하여 검토하고 결정할 위원회를 국회나 대통령 산하에 둔다. ② 위 위원회는 원고들이 추천한 위원과 관련 정부부처(농림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등) 및 전라북도가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한다. ③ 위 위원회에 논의가 끝날 때까지는 방조제를 막지 아니한다. 한편 행정법원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행정법원 3층 회의실에서 새만금 간척사업 관련 조정권고안 발표를 가졌으며, 이 자리에는 원고측인 환경단체 대표들과 피고측인 농림부 대표들, 30여명의 취재기자들이 참석했다. 지난 3년간 정부와 환경단체 및 시민사회단체 등이 새만금 사업을 둘러싸고 첨예한 대립을 통해 표류했던 ‘새만금 간척사업’ 문제가 이번 법원의 조정권고안으로 인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재판부 “새만금 사업 50%도 진행되지 않았다” 재판장인 강영호 부장판사는 우선 “새만금사업은 간척지 및 담수호를 조성하는 공사이지 방조제 공사가 아니다” “현재 방조제 공사는 91.8%가 진행됐지만 내부 간척지 공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아 전체 공정으로는 50%도 되지 않았다”고 전제했다. 특히 강 부장판사는 새만금사업의 문제점에 대해 “‘목적’을 특정시켜야 하는데 조성될 간척지가 과연 ‘농지’로 쓰일 것인지, 산업단지로 쓰일 것인지 여부에 대한 투명성이 없다”며 “애초 농림부가 ‘농지’로 주장했으나 정부나 노태우 대통령 이후 모든 대통령이 농지로 주장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지난 197년 옥서지구 농업개발사업계획이 수립되면서 시작된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해 역대 대통령들이 밝힌 용도는 다음과 같다. ▲ 1991년 11월 28일. 노태우 대통령 새만금사업 기공식 자리에 참석해 공단과 항만, 농수산단지와 관광시설이 함께 개발되는 종합개발계획을 추진하겠다고 역설. ▲ 1995년 2월 18일. 김영삼 대통령이 새만금사업 현장을 방문해 산업거점기지로 개발 지시 ▲1997년 11월 19일.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는 새만금내부개발특별법 제정 및 새만금지역을 아태환황해권의 생산, 교역, 물류 전진기지로 개발할 것을 공약. ▲2000년 10월 26일. 김대중 대통령은 전라북도를 방문한 자리에서 새만금사업 등을 통한 전라북도의 발전을 약속. ▲2003년 2월 11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전북대 열린 순회토론회에서, 쌀 재고가 넘쳐 정부보상금을 받는 휴경지가 새만금 간척지보다 몇 배나 넓은 상황에서 간척지에 벼를 재배한다는 당초 정책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밝힘. 재판부는 이같은 점을 지적하면서 “방조제 축조로 인해 생기는 간척지를 어떤 용도로 사용할 것인지가 우선 특정돼야 그에 따른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토지사용 용도에 맞는 수질관리대책도 세울 수 있다”며 “추가로 소요된 거액의 예산에 대해서도 계획을 세워 국민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다시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애초 새만금간척지를 농지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그에 기초해 환경부와 협의를 거쳤다”며 “만일 새만금간척지를 복합산업단지로 개발할 경우에는 다시 환경영향평가를 하고 환경부와 재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새만금사업이 당초 (노태우 전 대통령의) 공약대로 임해공업단지, 항만, 관광단지의 조성 등을 목적으로 추진됐다면 농림부는 새만금사업의 주관 부서로서 지위를 상실하게 될 것”이라며 “당초부터 서해안의 간척사업을 구상하고 새만금사업을 기획한 농림부로서는 주관부서 지위상실이라는 결과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의 이같은 지적에 따라 농림부가 농지조성을 목적으로 추진해온 새만금사업에 대한 용도변경 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img:sadragon1.jpg,align=,width=500,height=263,vspace=0,hspace=0,border=1] ▲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재판장 강영호 부장판사·가운데) 17일 지난 2001년 환경단체 등 3537명이 새만금 간척사업 취소를 요구하면서 낸 정부조치계획취소 청구소송에 대한 조정권고안을 밝히고 있다.   ⓒ2005 오마이뉴스 유창재 “수질관리 실패할 경우 엄청난 환경재앙 초래될 수도” 또 재판부는 ‘담수호’로 조성될 새만금호 수질관리상 문제점에 대해 “서울 강남·서초·송파구를 합친 면적과 비슷할 만큼의 대규모인 새만금호는 단순히 농업용수(4급수)에 그쳐서는 안되고 최소한 호수로서 기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칫 새만금호 수질관리에 실패하게 될 경우 절반 크기인 시화호 오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엄청난 환경재앙이 초래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죽음의 호수’로 불릴 정도로 수질이 악화됐다가 해수유통으로 담수화를 포기한 시화호와 비슷한 전철을 밝고 있는 경기 화성시 화옹호 사례를 들면서 “하구를 막아 담수호를 조성하는 사업은 계속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재판부는 방조제 완공 후 정부조치계획상의 순차개발방식에 따라 개발이 진행될 경우 인근 해역의 수질악화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실현가능성이 의문시되는 수질개선대책을 모두 실행한다고 하더라도 담수화 과정에서 어패류 등의 집단폐사가 불가피하고 방조제가 완공되는 2006년까지 저층수배제 시설만 설치될 뿐 별도의 호소관리대책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새만금호를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실현가능성이 불투명한 수질개선대책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해야 할 뿐 아니라 이를 위해 전라북도의 신도시개발 및 산업발전 등이 제한받게 되는 등 불이익을 감수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덧붙여 재판부는 “환경부 장관 역시 와의 인터뷰에서 새만금을 담수화하고 간척지를 농지로 만들 경우 시화호에서 불 수 있는 재앙이 초래될 수도 있다는 의견을 밝힌 적이 있다”며 “민관공동조사단 등의 조사에서도 방조제를 막았을 경우 나타나는 해양생태계 파괴, 홍수, 사라질 갯벌 등에 대한 대책도 부족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새만금사업에 대한 해결방안은 없는가 재판부는 새만금사업을 합리적 해결방안으로 ‘새만금지구에 담수호를 조성하고 사업을 계속하는 방안’과 ‘새만금지구에 담수호를 조성하지 않고 사업을 계속하는 방안’ 두 가지를 제안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 담수호를 조성하고 사업을 계속 시행하는 방안 – 장점 : 8560만 평의 넓은 간척지와 3570만 평의 대규모 담수호 확보 – 단점 ① 수질관리의 어려움 : 현재 기본계획에 따라 간척지를 농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담수호 수질을 농업용수 수준으로 유지·관리해야 하고 막대한 예산 소요. 전라북도로서도 상당한 재정 부담을 지지 않을 수 없음. 만일 용도가 변경될 경우 수질관리가 더 어려워지며, 실행이 어려운 모든 대책이 시행된다고 가정할 경우에도 수질을 공업 및 생활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 ② 사업에 소요될 막대한 예산확보의 어려움 : 낙후된 전라북도 개발을 위해 새만금간척지를 복합산업단지로 개발할 경우 앞으로 최소한 20조원 이상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 막대한 예산이 적기에 확보돼 집행될 수 있을 지 의문. ③ 사업완공에 긴 시간 소요 : 당초 계획대로 2011년까지 완공될지 의문이며, 최소한 2017년이 돼야 가능. 이로 인해 전라북도 지역이 서해안개발 경쟁에서 밀려나 서해안개발의 선점 시기를 놓치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될 것. ④ 갯벌파괴와 해양생태계 악영향 : 방조제를 완공할 경우 무한한 가치를 지닌 갯벌을 파괴하고, 인근 해양생태계에 막대한 악영향을 주게 될 것. ▲ 담수호를 조성하지 않고 사업을 계속 시행하는 방안 – 장점 ① 수질관리 부담 경감 : 수질관리에 소요될 막대한 예산 절감. ② 예산의 절감 및 예산확보 용이 : 담수호 조성사업에 드는 예산을 크게 절감. ③ 신속한 사업 추진 : 빠른 시일 내에 용도를 변경하고 개발을 시작할 수 있고 전라북도로서는 서해안개발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 차지. ④ 신축성 있는 개발 : 예정된 간척지 면적의 1/3 정도만 개발해도 2850만 평 확보. 전라북도이 요구하는 복합레저형 국제기업도시를 유치할 충분한 용지 확보. ⑤ 갯벌 보존 및 해양생태계 피해 최소화 – 단점 : 간척지 면적이 당초 계획보다 축소되고, 담수호를 확보할 수 없게 됨. “국회에서 ‘새만금 사업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정해야” 재판부는 이미 쌓은 방조제 문제에 대해 “방조제를 허무는 기술·비용 부분을 고려할 때 (재판부가 제안한 안이) 이번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없다”며 “근본적으로 담수호를 조성할지 여부 및 실익에 대한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재판부는 이날 ‘조정권고’안 제시와 함께 그동안 새만금사업과 관련한 소모적인 논란을 종식시키고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가칭 ‘새만금사업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별조치법’에는 새만금간척지를 무엇으로 활용할 것인지를 비롯 ▲수질관리를 위해 오염원 발생을 차단할 수 있는 규정 ▲사업에 필요한 예산확보 ▲새만금 사업 전반에 관해 수시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구 신설 ▲정책결정 과정에서 중대한 잘못을 범하거나 허위보고 등을 한 사람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특별규정 신설 등을 담도록 제안했다. 한편 재판부가 제시한 조정권고안이 성립될 경우 새만금 공사에 대한 민·관위원회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이뤄지게 되며, 위원회 검토가 종료될 때까지 방조제 공사는 전면 중단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사업 시작 뒤 어느 정부도 새만금 간척지 용도를 확정하지 않았다”며 “사업의 주목적인 간척지 조성은 시작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만금사업 재검토가 시기적으로 때를 놓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강영호 부장판사는 이날 조정권고안 발표에 앞서 “지난 3년간 정확한 이해없이 (언론 등에서) 글을 쓴 것이 많았다”며 “발표 전 사업에 대한 설명을 한 뒤 권고안을 밝히겠다”고 말하며 미리 준비한 자료를 스크린을 통해 보여주기도 했다. 또 A4용지 65쪽의 브리핑 내용과 별도로 5쪽 짜리 목차를 준비해 조정권고 내용의 이해를 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