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천에는 8배의 숲이 더 필요하다

2016년 9월 1일 | 성명서/보도자료

한 달 가까운 기나긴 폭염이 언제 끝날까 싶더니 순식간에 가을이불을 꺼내 덮어야 할 만큼 서늘해졌다. 올해는 유난히도 날씨가 우리를 괴롭혀 왔다. 봄철 내내 미세먼지가 하늘을 가득 메워 맑은 하늘 보기 어렵더니 여름에는 기나긴 폭염이 일상자체를 지치게 만들었다. 이번 겨울에는 혹시 강추위가 찾아오지 않을까, 폭설이 내리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하게 된다.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변화가 우리의 삶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고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정부에서는 여전히 화력발전소 추가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자동차 수는 더 늘어나고 있으며, 공장에서 나오는 오염물질들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우리나라 사망자는 2010년에 100만명당 359명으로 기록되었으며, 2060년 사망자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100만명당 1천명을 넘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인구증가, 도시혼잡으로 발전소, 차량 배기가스 등에 더 많은 사람들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 같은 경우, 도로, 발전소, 각종 공업단지, 항만과 공항, 수도권쓰레기매립지, 각종 신도시 개발로 인해 과도한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 미세먼지 농도 기준을 초과했고, 초미세먼지도 특별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기오염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발생원을 줄이는 것이며, 완충역할을 하는 도시숲을 적극적으로 조성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1ha(3천여평)의 숲은 연간 168kg에 달하는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을 흡수한다. 2012년 기준 인천의 산림면적은 약 4만ha이며 인천에서 연간 발생하는 미세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은 무려 6만3천톤에 달한다. 산림청 기준에 따라 단순계산 해보면 이 대기오염물질 6만3천톤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37만ha의 산림이 필요한 것이다. 현재 인천의 산림면적이 4ha이기에 33만ha의 산림, 즉 약8배의 산림이 더 필요한 셈이다.

산림은 대기오염물질을 흡수할 뿐만 아니라 폭염대비에도 효과가 있다. 실제 7월 말, 전주의 환경단체에서 형질별 지면, 대기온도를 조사한 바 있다. 이 조사결과에서는 인조잔디, 우레탄, 아스팔트, 흙, 천연잔디, 숲속 흙 순으로 지면온도가 높게 나타났으며, 아스팔트 등의 인공지면이 도시숲 지표면의 온도보다 2배 이상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아스팔트 지면은 하루종일 31도 이하로 떨어지지 않아 도시열섬과 열대야 현상을 더욱 가중시킨다고 분석되었다. 반면에 숲 속 그늘은 낮은 온도를 나타냈는데, 이는 도시숲을 만들면 시원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 사람들의 실제 체감 온도는 더욱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결과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도시열섬현상을 완화시키기 위한 대책으로 녹지 확대를 이야기 해 왔다.

인천시는 미세먼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7월, 쾌적한 인천, 시민 삶의 질 개선을 목표로 항만, 공항 등 오염물질 배출량 저감, 자동차 제한, 녹지공원 확대 등의 내용을 담은 2020미세먼지 저감 종합대책(안)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지난 30일에는 교통 주권 설명회를 열고 도로, GTX, KTX, 철도 등 교통망을 더 확충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사용 억제를 전제로 한 대중교통망 확충 계획이라면 환영할 일이지만,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향성은 보이지 않아 인천 전체가 공사판이 되고 하늘에 미세먼지만 더 늘어날까 걱정이다.

인천시는 무조건적인 교통망 확충이 아니라 미세먼지를 비롯한 대기오염물질 발생의 주요원인 중 하나인 도심지내의 이동차량에 대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하며, 도시공원 등 도시숲 확대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도시숲 조성은 인천시민들의 생존에 있어 필수가 되었다.

/ 박주희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 2016년 9월 1일자 경기일보에 기고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