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세상_생태환경전문잡지 232호] 쓰레기의 안식

2019년 11월 29일 | 초록세상

기획특집: 생명과 공존의 상징, 점박이 물범


녹색살이_○쓰레기의 안식_이아롬

○쓰레기, 내손을 거쳐 재탄생시킨다_장기순

○주목할 만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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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의 안식

 

태평양 거대 쓰레기섬과 의성 쓰레기산. 미디어를 통해 본 쓰레기더미가 쌓인 모습은 공포 그 자체였다(물론 이들은 합법적인 쓰레기 처리시설은 아니다). 당장 지구로 범위를 넓히지 않더라도 쓰레기 문제는 더이상 우연한 이슈라 할 수 없을 정도로 일상적인 일이 되었고, 내가 사는 인천시도 마찬가지다. 서울과 인천, 경기도의 쓰레기가 인천 서구로 모이는 바람에 세계에서 가장 큰 매립지가 된 수도권 매립지. 이곳은 2025년에 기간이 종료되는 탓에 인천시와 경기도, 서울시는 요즘 머리를 맞대고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사진1. 수도권매립지의 조감도. 조감도 조차 너무 커서 사진에 전부 담지 못했다. 인천시 서구 오류동, 왕길동, 백석동, 경서동, 검암동, 경기도 김포시 양촌면까지 걸쳐있는 세계 최대 규모다.

 

사진 2. 빗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군데군데 비를 모아 분리할 빗길을 만들었다. 쓰레기에서 나오는 물은 지하에 연결된 관을 통해 정화시설로 가고, 위에는 가스를 모으는 관이 설치되어 있다. 사막으로 이뤄진 행성에 찾은듯 광활하고, 적막한 곳이었다.

 

 

사진3,4. 옥천군 폐기물 종합처리장에서는 우리가 버리는 쓰레기의 ‘실체’에 대해 더욱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전국 1022개 폐기물처리시설 중 환경부가 선정한 우수기관 18곳 안에 속할 정도(2018년)로 선진사례로 꼽히는 곳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따로 분리하지 않고 한꺼번에 소각이 가능한 기술력이 이곳의 큰 자랑이었다. 음식물쓰레기가 뒤섞여있어 소각장으로 가기 전에 쓰레기가 쌓여있는 폐기물반입장은 냄새가 더욱 심했다. 인형뽑기처럼 거대한 크레인이 쓰레기를 2t씩 집어 소각로로 가져가면 소각되는 시스템이다. 여기서 발생한 열은 폐열보일러로, 재가 된 쓰레기는 매립시설에 묻힌다.

 

사진5. 옥천의 쓰레기 매립장. 1998년에 시작해 아직 매립이 진행되고 있고, 2051년에 종료된다. 쓰레기를 묻은 지역을 비닐로 가리고 곳곳에 무거운 타이어로 눌러 외부와 차단했다. 하루에 30톤정도의 쓰레기를 소각하는 옥천군도 종료 시점이 점점 다가오고 있어 앞으로 새로운 부지를 찾는 것이 과제라고 했다.

 


 

쓰레기는 공공의 적이 되고,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이가 쓰레기를 버린 사람의 대가를 대신하는 지금. 쓰레기는 편히 소멸될 수 있을까. 궁금한 마음에 옥천과 인천, 두 쓰레기 매립지를 찾았지만 어디서도 시원한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내가 버린 쓰레기는 소각되어 땅 속에 매립되었고, 오래 전에 버린 쓰레기는 ‘안정화’가 되었다는 것. 쓰레기는 신속하게 흙 속에 메워졌고, 거대한 굴뚝과 파이프로 가스와 고름을 흘려내며 사라지는 과정중이다. 92년에 시작된 수도권쓰레기매립지 제1매립장이 2013년 골프장이 되었으니 그때 생을 마감해 소각된 쓰레기가 잠들기까지 21년이 걸린 셈이다.

“멀리 있으면 관계가 끊어진다. 쓰레기장이 가까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내 문제로 인식한다.”

옥천의 폐기물 종합처리장을 다녀와서 들은 이야기가 쓰레기와 나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었다. 우리는 모두 쓰레기와 가까워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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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아롬(유기농펑크)

농업과 농촌 분야에서 콘텐츠를 만들고 기획하는 일을 합니다. 일주일에 3일은 헬로파머 매니징에디터로 일하며 하고 싶은 일과 생업 사이의 균형을 찾으려 애쓰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