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길이의 후기 시리즈

2011년 1월 21일 | 게눈

   처음에 산을 올라갈 때는, 아이젠을 안 껴서 자주 미끄러지고 배도 고팠는데 중간에 아이젠을 끼고 나서 너무 가뿐해졌다. 그때부터는 여유도 부리고 나무도 별로 안 잡았다. 그렇게 힘들지 않게 올라갔다. 올라가면서 노루의 발자국, 똥, 오줌, 멧돼지의 발자국, 열매를 뒤져먹은 흔적을 봤다. 아주 보람찼다. 조금 아쉬운 점은 실제로 노루, 산양을 못 본 것이다. 조금 더 있자 배가 고픈 건 심해졌다. 그래서 주먹밥을 뚝딱해치웠다. 평소에 그 주먹밥을 먹었더라면 그렇게 꿀맛은 아니었겠지만 그 때 먹으니 완전 꿀맛이었다. 또한 쉬면서 본 경치도 좋긴 했다. 단체사진을 돌 밑에서 두 방 찍고 다시 내려갔다. 내려갈 땐 내가 길을 많이 만들었다. 특히 그게 가장 재미있었다. 길을 몸으로 뚫고 가는 게 제일 재밌었다. 스릴 있기도 하고 뒤에 아이들이 날 따라오는 것도 재미있었다. 중간쯤에 빙판이 있었는데 거기서 스케이트와 썰매를 탔다. 나는 아이젠이 있어 거기서도 뛸 수 있었다. 너무 좋았다. 형들이나 애들은 다 미끄러지는데ㅋㅋ. 아이젠은 정말 사랑스럽다. 15분쯤 놀다가 다시 출발했다. 거의 다 내려왔을 때 땅바닥에서 전투식량이라 쓰여 있는 포장을 봤다. 1995년에 썼나보다. 유통기한과 제조일이 쓰여 있었다. 전쟁대비를 거기서 했나?? 아무튼 나쁘다. 쓰레기를 버리다니.. 역시 난 녹색인이다 ㅎㅎ. 좀 더 가다가 딱딱한 눈이 있어서 아이젠을 뺏다. 그리고 3초 동안 걸은 후 난…. 넘어졌다… 그리고 엄청난 아픔과 아이젠의 소중함을 느꼈다. 난 눈 위에서는 아이젠이 꼭 있어야 하나보다. ㅋㅋ 아이젠 넌 내꺼야!! 방으로 돌아오고 계속 쉬던 중 어떤 아이가 멧돼지다!! 라고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았는데 진짜였다!! 멧돼지가 진짜 있었다. 너무 귀엽고 상냥해 보였다. 하지만 언제 덮칠지 모르는 것이었다. 그래도 덮치진 않았다. 멧돼지와의 소중한 추억을 갖고 나서 밥을 먹었다. 우리 조는 원하는 것을 해봤다. 멧.돼.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