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7월31부터 8월 5일까지
강화도 불은면 마리학교
초록동무 아이들과 5박6일 동안 강화도의 마리학교에서 자연학교를 연다는 말을 듣고, 나는 우리아이들과 떨어
져 지내면서 아이들이 집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없이 스스로 집안일과 자신의 일을 스스로 챙겨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방학동안 필요한 일인 것 같아 가족들의 동의를 얻어서 참여하게 되었다.
나 역시 집안일과 가족과 떨어져 지내면서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와 함께
전기 없이 사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인지 체험해 보고 싶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부담감 때문에 가는 마지막 날까지 망설인 것도 사실이다.아이들과 잘 지낼 수 있을 지도 걱정이 되었고 집과 가족들도 염려가 되었기 때문이다.
7월 31일 여러 가지 걱정을 뒤로 하고 강화 마리학교로 출발했다.
하루하루 정해진 계획대로 일정은 진행되었다. 모둠을 나누고 각 모둠별로 5박6일 간의 계획을 세우고 각자 자신의 일을 알아서 하는 일정이 시작되었다.
각 모둠별로 5박6일간 계획 짜기, 지켜야할 약속 정하기
아침맞이, 밤맞이
각 모둠별로 식사준비하기, 설거지 하기
땔감나무 해 오기
김치 담그기
빨래하기
장보기(간식 만들어 먹기)
짝꿍생물 정하여 관찰하기
물놀이
숲에서 놀기
일정에 따라 아이들은 스스로 또는 선생님의 조언 아래 처음에는 서툴렀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장작을 지펴 밥과 반찬을 준비하고 아이들은 맛있게 감사하면서 먹고 설거지를 스스로 했다.
아이들은 해가 뜨면 이른 시간인데도 스스로 일어나 아침을 맞이하여, 오늘 할 일에 대해 이야기 했고, 해가 지면 밤을 맞아 잠자리를 준비하고, 오늘 한 일에 대해 이야기 했다.
전기를 사용하지 않아, 아이들은 밤이 되어 어두워도 전등이 없는 것에 익숙해졌고, 무더위와 열대야로 더웠지만 선풍기 에어컨 없이 마당에서 계곡에서 숲에서 아이들은 열심히 놀았다.
모둠별로 담근 무김치가 자기 모둠이 가장 맛있다며 밥을 먹었고, 간식을 만들 때는 정말 열심히 만들어 다른 모둠과 나누어 먹었다.
짝꿍 생물을 정하여 극본을 쓰고 그것을 연극으로 표현하여 다른 친구들에게 발표하는 시간은 아이들이 대견스러워 마음이 뿌듯하였다.
하루하루 마음이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 자신도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솟아올라 마음이 뜨거워지는 때가 많았다.
부모님과 헤어져 지내면서 아이들은 부모님과 형제, 자매, 가족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마음에 새길 시간을 갖는 것 같았다. 특히 부모와 처음 떨어져 지내면서 연락 두절로 지내는 것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큰 고통인지, 그 고통만큼 부모와 가족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깊은지를 선생인 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중간에 포기하고 간 아이들도 있었지만 우리 모둠의 한 아이가 한 말이 가슴에 남는다. 만약 자기가 도중에 포기하고 갔다면 아마 후회 많이 했을 거라고 그래서 자기는 엄마가 보고 싶어도 참고 끝까지 있을 거라고. 아마 그 형아들도 지금은 후회할 거라고 하던 말.
아이들도 자기 나이만큼의 생각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그래서 모든 스스로 알아서 판단하고 행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전기가 없다는 것은 자연학교에서는 별 의미가 없었다. 거의 의식을 하지 않고 살았으니까. 아이들도 전기가 없어서 불편한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하루 이틀 사흘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은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감싸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서로에 대해 아는 폭이 많아질수록 이해의 폭도 넓어지고 가까워지는 모습이 너무 어여뻤다.
부모님들이 오시는 마지막 날, 아이들이 고대하던 최고의 날이었다. 자연학교를 무사히 지내고 드디어 가족과 만날 수 있음에 아이들은 해가 뜨자마자 일어나서 가장 예쁜 옷으로 갈아입고 기다렸다.
드디어 가족 상봉이 이루어지니 반가움에 엉엉 우는 아이, 눈물짓는 아이, 펄쩍펄쩍 뛰는 아이들의 얼굴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이었다.
부모님들과 아이들이 서로에게 바라는 것을 이야기 하고, 서로 약속을 정하였다.
부모님들도 아이들이 정말 보고 싶었다고 아이들과 이야기 하면서 부모와 아이가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부모님과 나눈 대화 중에 ‘부모란 ○○○ 이다.’ 로 표현해 주신 내용입니다.(그린트리모둠)
부모란 손전등 이다. (아이가 원하는 곳을 비춰 주고 싶은) 서진엄마
부모란 친구 다. 서진아빠
부모란 또 다른 자식 이다. 규희아빠
부모란 코치 다. 지은아빠
부모란 거울 이다. 재훈아빠
부모란 지붕 이다. 승건엄마
부모란 거울 이다. 승건아빠
부모님께 아이들에게 아이들이 부모님에게 서로 바라는 약속입니다.
규희: 아빠에게 – 주말에 놀아주기, 다이어트하기, 한 달에 한번 영화보기
지은: 아빠에게 – 늦잠자지 않기
재훈: 아빠에게 – 하루 종일 TV보지 않기, 술 먹지 않기
승건: 부모님에게 – 일 년에 3번 캠핑가기
서진: 부모님에게 – 한 달에 한번 전기 없이 지내기, 두 번 이상 술 먹지 않기
아빠가 규희에게 – 오버하지 않기, 때리면서 말하지 않기, 밥 잘 먹기
엄가가 승건에게 – 동생과 잘 지내기, 밥 잘 먹기, 말 예쁘게 하기
아빠가 서진에게 – 3Kg 살찌기(밥 잘 먹기)
아빠가 지은에게 – 밥 잘 먹기
아빠가 재훈에게 – 누나와 사이좋게 지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