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일까? 다행일까?
무슨 말인지 궁금하시죠?
이번 달 서구초록동무에서 초록동무 역사상 초유의 사건이…
태풍도 지나가고 가을볕이 오곡백과를 무르익게 하는 기분좋은 날 친구들과 만났지요.
태풍에 쓰러진 나무들과 쓸려 내려간 흙들을 보며 활동을 시작했어요.
아직 덜 여문 밤송이가 많이 떨어져서 밤송이로 야구도 하며 길을 가던 중
아주 큰 은사시나무도 이번 태풍에 쓰러졌더라구요.
그냥 지나치지 않고 아이들과 살펴보던 중 원우가 쓰러진 나무 밑둥에 발을 덴 순간
“아~” 하며 비명을 질렀어요.
순간 놀란 저는 말벌 몇마리가 날고 있는 걸 보았고
다급한 마음에 아이들에게 “애들아! 얼른 도망 가야해. 뛰어~~”
다리에 벌을 쏘인 원우는 절뚝거리며 엄마의 도움을 받아 한참을 힘겹게 뛰었지요.
마나 뛴건지 먼저 뛰어간 아이들 중 지수가 소리쳤어요.
“박하~ 지아는 2방 쏘였고 찬우가 많이 쏘인 것 같아요~”
눈물 콧물에 범벅이된 얼굴로 찬우는 ” 엄마는 안 물렸어요?
난 여기여기 4방이나 물렸어요.
이 녀석 그 와중에 엄마 챙길 정신은 있는가 보다.
그 모습에 웃음이 나는 걸 참고 아이들을 살폈지요.
그 길을 무수히 다녀 봤는데 그 곳에 말벌집이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안해봤기에
저도 아이들도 많이 놀랬고 그만 하길 다행으로 여기며 우는 아이들을 달래며
오늘 활동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도 그러고 싶은 눈치여서 내려가자고 했더니 또다시 그 장소를 지나쳐야하는 것이 두려웠는지
아이들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어요.
마침 등산객들이 올라오시기에 물어보니 말벌 못 봤다고 하는 말을 듣고야 서로를 위로하며
초록동무활동을 마쳐야만 했답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서 병원에 모두 가기로 했고
다들 아무 이상이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니 맥이 탁 풀렸지요.
참 내려오는 길에 원우가 한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꿀벌에게 장난치는 걸 좋아했는데 앞으로는 절대로 그런 장난치지 말아야겠다고…
만약 그 벌이 장수말벌이었다면 아마도 더 큰일이 생겼겠지요?
그냥 말벌인게 더 많이 쏘이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다음 활동때 이야기할 꺼리가 생겼으니 불행이 아니라 다행이라고 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