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야생동물 흔적을 찾아서(기행문)

2012년 7월 2일 | 숲해설가양성교육

(기행문)
 
애들아, 이번에 선생님이 설악산을 다녀왔는데 너네들한테 보여줄 선물이 있어.”
뭔대요?”
눈이 휘둥그레진 아이들, 책상위에 뭔가는 내려놓았는데 뭔가 하고 쳐다본다.
이게 뭘까?”
똥 아니에요?”
그래, 맞아 똥이야. 야생동물의 똥.”
라면서 아이들에게 퀴즈를 내보았다. 설악산에서 사는 야생동물임을 강조하고 설악산에는 가보지 않았지만 누구의 똥일까를 상상을 하면서 퀴즈에 열중한다.
토끼똥이요.”
소똥이요.”
멧돼지 똥이요.”
한다. 고라니, 산양, 노루, 멧돼지 똥을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냄새까지 맡아보게 하였는데 처음에는 똥이라고 하니 맡을려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산양의 똥을 맡고부터는 아이들이 서로 다른 똥도 맡아보려고 한다. 그리 냄새가 기분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생태교육의 설악산 기행은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도 큰 선물을 안겨다주었다. 어디서 그렇게 야생동물의 똥을 봤으랴? 책속에서만 보던 동물의 똥을, 실제로 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나역시도 그리 큰 산은 가보지 않았지만 산속에 들어가면 나무나 풀, 꽃만 쳐다보았지 산속의 땅위는 관심밖이었다.
교육 첫날 이른 시간 대형버스 안에 몸을 실고 3달 남짓 강의를 들었던 교육생들과 설악산 가는 길에 발을 내딛었다. 도착한 곳에 짐을 풀고 곧바로 산행이 시작되었다. 강원도 녹색연합 대표이신 박그림 선생님의 강의는 산속으로 들어가면서부터 진행되었다. 자그마한 체구에 범상치 않은 기운이 감도는 선생님의 첫 만남은 포옹으로부터 시작되었는데 친근함이 더해졌다.

  설악산이라고는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와서 흔들바위까지 가서 흔들바위를 흔들었던 기억, 대학시절 교수님 따라서 갔던 만해 시인 학교의 백담사 역시 설악산이었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백담사라고만 알고 있었지 설악산을 끼고 있는 절이라는 것까지는 관심밖이였다. 그때의 설악산은 굽이굽이 휘감고 있는 산길, 금방이라도 고속버스가 쓰러질 듯 아래의 절벽은 아슬아슬 했던 기억, 참 험난한 산이구나라는 기억이 또렷이 떠오른다.

  똑같은 설악산인데도 이번 산행은 또달랐다. 첫날의 대승폭포까지의 산길은 험난했다. 산은 좋아하나 산이라고는 산문턱에서만 놀다가 늘 오곤 했던 내게는 참 버거운 산행이었다. 끝날 것 같으면서도 끝나지 않는 산오름. 한참을 올라가다 밑을 내려다보면 아찔아찔해서 앞만 보고 여유부릴 새 없이 오르는 데에만 열중했다. 그러는 사이 높이 88m나 되는 설악산 국립공원에 속하는 설악의 비경 중 비경인 대승폭포까지 도착해서 서로 사진 찍기로 여유를 부릴 수 있었다.

  대승폭포는 금강산의 구룡폭포, 개성의 박연폭포, 우리나라 3대 폭포 중 하나라고 한다. 내설악에서는 폭포의 왕자라 불리울만큼 물줄기가 장엄하다고 하는데 우리가 그날 본 대승폭포는 목마름에 허덕여서 지쳐있는 모습이었다. 몇 달 째 전국적으로 가뭄에 시달리고 있으니 산속 폭포라고 해서 거져 얻어지는 건 아니다. 눈을 크게 뜨고 보면 가는 물줄기가 아, 저곳이 폭포 맞구나 싶었다.

  대승폭포에서 내려다본 내설악, 고개를 돌려보면 한계령이고, 몇 년전 큰 폭우에 피해를 심하게 입었다는 말씀을 선생님께서 들려주셨다. 그리고 눈을 감고 5분 감상에 들어갔다.
5분 동안 나는 아무 생각없이 그저 산위에 올라왔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30
분 가량 그곳에 앉아서 잠시 강의를 듣고 우리는 또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거기서부터는 그리 힘든 산행은 아니었다. 조금 올라가니 빙 둘러앉아 이야기 나누기 좋은 평평한 곳이 있어 우리 일행은 그곳에 자리를 했다. 선생님께 궁금한 점들과 선생님께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을 하면서 모두 올라오면서 흘렸던 땀을 그곳에서 식혀낼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은 그리 멀지 않고 힘들지 않았다. 고단함을 논할 시간도 없이 저녁을 먹고 또다시 이어지는 저녁강의, 설악산의 저녁 풍경 감상을 할 여유가 없이 이어졌다. 그리고 우리 일행은 설악산 산자락의 기운을 받으며 하룻밤 곤하게 잠을 청했다.

  뒷날 6시 기상과 7시 아침 식사를 마치고 전날 보다는 좀 더 강행군을 한다는 선생님의 말씀이 번뜩 들어 적잖이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집 떠나서 아이, 남편을 비롯한 복잡한 세상살이 잠시 내려놓고 12일을 한다는 설악산 일정은 설레임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집에서도 6시 기상은 평생 살아오면서 몇 번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힘든 일정의 시작이었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한 몸을 지탱하게 한건, 벚나무의 열매를 한 움큼 따먹고서부터 피로는 풀렸다.

  산행을 언제 해보았던가? 산오디를 만나서 따먹고, 산벚찌를 따먹고, 마치 우리도 야생동물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야생동물들도 이렇게 열매를 만나면 따먹었으리라.
노루의 흔적을 발견하고 똥을 발견한 우리는 신기함으로 가득했다. “야생동물의 흔적을 찾아서라는 주제를 담고 이곳에 왔건만 전날 같은 경우 야생동물의 흔적을 못보아서 약간의  실망이 있었는데 둘째 날은 순전히 야생동물의 흔적을 쫒아서 걷기 시작하였다.

산에 가면 야생동물들의 발자국이 있어요. 그 발자국만 쫒아가도 야생동물들을 만날 수 있죠. 그래서 밀렵꾼들은 그 발자국을 찾아내서 사냥을 하지요.”
 
  선생님께서 그러셨다. 그리고 한참을 올라가다보니 2007년 홍수 피해의 잔재를 쫒아갔던 폐교는 그 자리가 학교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온통 바위 더미에 쌓여서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우리가 묵었던 펜션 근처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홍수가 나서 쓸어내지만 않았어도 교실 안에서 흘러나오는 아이들의 목소리, 아이들은 공부하고 있는 사이 운동장은 햇빛과 만나 놀고 있었을 곳인데 안타까움이 밀려들었다. 바위더미 주위로 큰 나무들이 오래된 학교였구나 라는 사실을 우리들에게 말해주는 듯 나뭇잎이 바람결에 살랑거리고 있었다.

  그곳을 지나 도로 하나 건너서 또다른 산자락을 걷기 시작했다. 걷는 내내 우리는 야생동물은 만나볼 수 없었지만 동물들이 누고 간 똥을 보며 이곳에 정말 이런 동물들이 살구나 라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우리가 만나보고 싶어 하던 산양 똥, 고라니 똥, 멧돼지 똥, 노루똥, 더 신기한 건 우리가 나타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싼 노루의 똥도 발견할 수 있었다. 똥이 촉촉했다.

  걷다걷다 나무그늘에 앉아서 먹는 우리 회원들이 싸온 간식하며, 펜션에서 자칭 개발했다는 주먹밥하며 지금 생각하니 참, 달콤했다. 그리고 점심을 먹고 난 후 나무 그늘에 앉아서 선생님이 글을 쓰길래 나도 따라해 본 글쓰기하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본 경험들이 낯설지만 편안하고 행복감을 가져다 주었다.
이번 자연 안내자 첫 번째 워크숍 12일 동안의 설악산 생태교육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산양, 노루 , 고라니, 멧돼지 비록 만나보지 못했지만 그들의 가족들, 친구들, 이웃들이 많이많이 생겨나서 오순도순 편히 대대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산속에서 만난 똥을 집에까지 가져와서 종종 보며 몇 마리의 동물 똥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떤 녀석들일지 참 궁금하다. 보는 내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