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청소년 녹색순례 -후기-3일차 7/28

2015년 8월 3일 | 계절학교

07.28 (3일차) 펜션과 가까운 백운산을 올라갔습니다. 산길이라서 시원하긴 했지만 길이 험해서 양쪽에 설치해놓은 밧줄을 잡아야 했습니다. 우리가 넘은 고개는‘칠족령’인데 예전에 개가 발에 옻칠을 하고 길을 냈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합니다. 험한 산을 맨 앞에서 안내해주신 할아버지는 70대이신 줄 알았지만, 95세라고 하셔서 너무 놀랐습니다. TV에서 보면 자연 속에서 꾸준히 일을 하면 젊게 산다고 하는데 그 말이 정말 맞았습니다. 밧줄도 잡지 않고 지팡이 하나 쥐고 빠른 몸놀림으로 산을 타는 것이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습니다. 아침이니까 가볍게 산책하는 코스인 줄 알았지만, 내려오는 것은 빙 돌아가느라 산 속에서 2시간이나 나오지 못했습니다. 백룡 동굴이 10시로 예약되어 있어서 오늘따라 빠르게 움직였고, 다행히 여유 있게 도착했습니다. 백룡 동굴이 있는 부근에 크고 작은 동굴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 동굴들에는 수달이 산다고 합니다. 설명해주시는 분께서 동강은‘영월’의 동쪽을 나타낸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예전에 배를 타면 자칫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제사를 지냈는데, 동굴 앞 동강에서 제사를 대신 지내주는 사람들을‘떼꾼’, 이에 대한 보상을‘뗏돈’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뗏돈은 오늘날 사람들이‘떼돈을 번다’고 하는 말로 변형되었다고 합니다. 동굴 안은 상상보다 온도가 낮았습니다. 수학여행이나 체험학습으로 땅굴은 여러 번 들어가 봤어도, 제대로 된 동굴은 처음 가봤습니다. 자연적으로 절대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 때문에 최대한 조심성을 발휘했습니다. 키도 있고 평소에 주변에 잘 부딪히고 다녀서 힘들긴 했습니다. 처음 발견한 학생이 망치로 동굴을 팠던 것 그대로 보존해 놓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구멍이 작은 곳을 지나가야 할 때마다 긴장이 되었습니다. 진흙도 있고 기괴하게 생긴 생성물들이 무서웠지만, 일행이 앞뒤로 있어서 심리적으로 의지할 수 있었습니다. 생성물은 크게 석순, 석주, 종유석, 휴석이 있습니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닮은 석순, 토끼 모양 석순, 하트 모양 천장, 성모마리아 상 석주, 백마 탄 금발 왕자 모양 석주, 빨대 모양의 종유석, 울퉁불퉁하다 위쪽이 ET 손가락처럼 얇은 석주, 레이스 커튼, 만리장성이라 불리는 생성물이었습니다. 가장 안쪽에 넓은 동굴에서 암흑 체험을 한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모든 불빛을 끄고 눈을 감았다가 떴는데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눈을 깜박여도 옆 사람도 보이지 않았고, 손을 눈앞에 대고 흔들어 봐도 형체조차 없었습니다. 신기했고 무서웠고 내가 앞이 보인다는 것에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동굴에서 나와 장화를 세척하고 작업복도 벗고, 사복으로 갈아입으니 몸이 편했습니다. 점심으로 나물밥을 먹었습니다. 그 때부터 햇살이 점점 뜨거워져서 수건에 물을 적셔서 두르고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의 상의 끝에 3시에 오는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처음으로 이용한 교통수단이었고, 편하게 앉아서 에어컨을 쐬면서 밖을 구경하니 꿀이었습니다. 버스를 3번 탔는데, 마지막 버스를 기다릴 때‘동강사진전시박물관’에 들렀습니다.‘동강국제사진전시회’라고 동강 지역을 주제로 찍은 사진전이었습니다. 특히 두 번째‘서늘한 바람’전시관에는 농사꾼들의 고된 노동을 보여주고 있었으며‘역사는 개인의 역사로부터 시작된다.’는 작가의 의도가 와 닿았습니다. 알찼던 하루를 마치고, 영월 단독펜션에 도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