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그 날이 언제였던가?

2006년 4월 12일 | 도시농사꾼

텃밭을 분양한다기에, 농사 3년차의 실력을 보이려고, 덥석 분양을 받고, 주룩 주룩 철퍼덕 비내리는 날, 남편과 아들 데리고, 알리 만무한 길을 따라 도착해 보니 한처장님 비에 젖은 생쥐마냥, 손에 연장 하나 들고 지팡이 삼아 서 계시는 것이 아닌가? 여기가 좋은지, 저기가 좋은지 말만 농사 3년차이지 첫 해에는 열무가 무우로 변해 노란 꽃이 키 만큼 자란 것을 보고 마냥 좋다고 키득 키득 거리다가 한 해 다 보냈고, 그 다음해에는 본전이라도 빼 볼려고, 옆으로 째진 눈으로 남이 하는 모습을 흉내 내 보았더니 수박도 둘째아이 머리통만한걸로 하나, 참외가 다섯, 감자, 고구마, 방울토마토, 김장 할 배추까지… 남편보다 쪼금 더 안다고 이퉁 저 퉁 줘가면서 머슴부리듯이 2년차! 길고 긴 땅떼기를 보고 동서남북을 가리켜가며 햇볕이 잘들어야 한다는 둥, 물이 잘빠져야 한다는 둥, 아는 것 모르는 것 다 모아다가 남편 앞에서 큰 소리치고 제일 가장자리를 잡으니, 한처장님 왈, “여기는 가~쪽이라 손을 탈 수 있으니 땅을 좀 더 줄께요.” “손타는게 뭐예요?” 순진한 척 하기는! 근데 남이 농사지은 것을 가져간다고 생각을 안했던 터라 손타는게 다른 것인줄 알고 되물었다. 에고 에고…. 남의 손이 타든 말든 땅을 더 준다는 말에 남편과 아이얼굴보며 입이 귀에까지 찢어지려 한다. 그래서 남편이마가 넓은가? 팻말을 꽂으려고 아들과 삽자루 뺏기하는 남편! 감독관마냥 “왼쪽 왼쪽, 오른쪽, 뒤로 뒤로,더 깊이!” 하면서 손가락과 입만 움직이는 마누라!  비는 오는데…. 맨발로 이 곳을 뛰어 다닐 아들녀석 생각하면서 일년 농사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팻말을 꽂고 나올즈음, 조~기서 차가 들어 오는데, 잘 오더니만 흥분했는지 지 가는 길이 도랑인줄 알고 비스듬이 누워버린다. “어어어!!! 자기 자기!!!” 눈으로 보면 되지 고개는 왜 돌아가나? 차가 누운 방향으로 내 고개는 돌아가고 손은 가방속 사진기로 가 있대! 누가 운전했는지는 모르지만 차 문을 열고 사람들이 제법 나오기는 하는데, 손에는 우리가족이 꽂은 팻말 비슷한 것을 들고, 내가 서 있는 쪽으로 나오네! 거기에는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고. 이상한 일이지? 다들 웃으면서 나온다. 스릴 있었나? 다행이 다친사람은 없단다. 가까이 가 보니 차 옆에는 아름다운 지구인이 되어달라는 “인천녹색연합” 이라고 쓰여져 있다. 누가 운전했을까? 비는 오는데, 날은 저물어 가는데, 저 차 언제 꺼내누! 내 기억으로 그 날 빨간색 차 한대도 언덕을 올라가지 못해 앞으로 가는 차의 특성을 버리고 옆으로 갔었지 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