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흐릿하더니 비가 주룩주룩 오는 날이었다.. 이런날이 싫지 않고 가을을 반기는 비같아 아침부터 기분이 상쾌했다. 오늘은 야생화 모임에서 강원도 평창으로 꽃을 보러가는 날.. 비도 많이 오고 도로도 많이 막혔지만 덕분에 주위의 풍경을 실컷 볼 수 있었다.. 여름내 이겨내 왔던 열기들을 가을비 속에 풀어헤치는 산등성이의 물방울들이 연기처럼 피어오르고.. 누렇게 물들어가는 농부들의 땀이 벤 벼이삭들이 나를 반겼다. 평창은 중학교 수학여행 이후로 처음가는 것이라 많이 기대한 만큼, 웅장하고 끝이 없는 산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진 도로를 달리는데.. 정말 그렇게 마음이 시원할 수가 없고.. 뿌옇게 안개가 덮힌 산 속에서 신선이 된것 같은 기분이 어떤것인지 느껴졌다. 물매화.. 솔채.. 달맞이꽃.. 큰엉겅퀴.. 발걸음을 멈춰가며 조그맣고 소박하게 틈틈히 피어있는 야생화들을 종이위에 그려가며 관찰하는데.. 전부다 기억할 수는 없어도 그림을 보며 떠올릴수 있도록 눈도장을 찍어두었다. 비온뒤의 그 싱그러운 산의 향기가 그 곳은 눈물이 날정도로 진하게 코끝을 울렸다. 그리고는 발끝까지 깨끗이 정화시켜주고 다시 산기슭으로 날아갔다. 옆에서 졸졸졸 흐르는 티없이 맑은 물소리를 눈을 감고 듣는 기분이란..ㅋㅋㅋ 다시 돌아와야하는 아쉬운 발걸음.. 그리고 근처 봉평의 메밀꽃 축제를 못보고 와야하는 것에 모두들 많이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메밀꽃 축제 못지않은 메밀꽃밭에서 기념사진을 찍는데.. 천만금을 주어도 그때 그 기쁨과 즐거움은 바꿀수 없을 정도로 소중했다. 돌아오는 길은 해도 일찍 져물고 캄캄했지만.. 차창밖으로 내다본 구름속에서 점점 얼굴을 내비치는 달도 가을비에 목욕을 했는지 어느때보다 하얗고 푸르스름했다.. 달빛에 더 은은하게 빛을 낸다는 메밀꽃밭이 살짝 그리워지며 웃음이 나는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