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별꽃도 피어있고
털별꽃아재비도 피어있고
개망초도 피어있다
이 길은 내년까지 밖에 걸을 수 없다네….
뱀딸기도 피어있고
패랭이꽃도 피어있고
금계국도 피어있고
토끼풀도 피어있다
무너진 흙벽돌 집 속에서 피어난 키큰 배초향 마른풀이
떠나가는 집의,떠나가는 계양산의
옛 이야기를
대신하고 있다
점차 굵어지는 비……
마른잎에 떨어지는 비소리는
바삭거린다.
찔레꽃 붉은 열매가
많이도 열려있다
하얀 눈이 내리면
겨울 산새들을 위하여
제 한몸 기꺼이 붉게 드러내겠지
광대나물꽃도 피어있고
달맞이꽃도 피어있고
큰 엉겅퀴꽃도 피어있고
꽃향유도 피어있다.
11월 울림에선 목상동에
아직 남아있는 꽃들을 만났다.
화사하게 매무새를 자랑하던 꽃들이
이젠 열매로 씨앗으로
겨울동안 꿀 꿈을 기다리고 있다.
내년에 만날 찬란한 봄의 꿈을…
그 꿈들이 후년에도 그 다음해에도…
이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