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
차라리
겨울에 우리는 따뜻했다.
망각의 눈이 대지를 덮고
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을 유지했으니
다시 움트고 살아나야 하는 4월
T.S 엘리엇의 “황무지”의 일부이다
계절의 순환속에서 다시 봄이 되어
버거운 삶의 세계로 돌아와야하는
모든 생명체의 고뇌를 묘사하고 있다
‘망각의 눈’에 쌓인 겨울은 차라리 평화로웠지만
다시 움트고 살아나야 하는 4월은
그래서 잔인하다고 한다
예전에 동의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땅은 한번도 죽은적이 없으며,
잠든적도 없다
봄은 희망이며 생명이다
4월은
생명의 부활이다
주저리 주저리 달린 개암나무 꽃~
사월의 땅이 너무 척박하지 않도록 땅을 따라 흐르는 무리들~ 솔이끼 포자
정원수로의 인위적인 폼새가 아닌
주목나무의 자유를 봅니다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야생의 자유.
여러 눈을 부릅뜨고 산을 지키는 은사시나무
‘난 네가 무슨일을 하는지 알고 있다’
나 조차도 꿰뚫어 보든 듯해서
잠깐 움찔^
봄산 가득 생강향기를— 생강나무 꽃~
회양목에도 꽃이 피는 사실을 알았다.
작지만 큰 비밀!
덩그머니 여린가지에 양갈래 올괴불 꽃
봄의 꽃이 꼭 필요한 자연을 위한
생태의 암묵적 합의(?)라고 하였던가~~
혼자 있으되 혼자가 아닌
온 우주가 연결되어있는 이치를
홀연히 알게 된다
갈낙엽 이불삼은 긴 잠 깨고
빼꼼히 얼굴을 내민 노루귀와 복수초
봐도 봐도 보고 픈 봄!!
새들의 합창인가!! 현호색의 뽐내는 자태
저예요 버들~~
작년 이맘때 제게 준 이름
그래설까요 왜 이리 포근하고 예쁜것일까요
작게 불러 보아요
버들~ 버어들~~
봄으로의 화려한 외출을 한 울림 식구들
항상 빼놓을 수 없는 나의 피사체~
덤프트럭이 달렸을 바퀴자국 위에서도 견디는
악착같이 삶을 봅니다
벌써 태내에서 생명이 꿈틀대는 도룡뇽알을
옮기느라 가던 발길 멈추었지요
마른바닥에 앉아 도시락을 나눠먹는 시간
꿀맛같은 정이 스미고,
친밀함이 쌓이는 잠깐!
봄을 본다.
봄을 닮고 싶다
황량한 대지에 생명을 채우는
강한 온유함을~
그 거대함 앞에서
생각의 보따리를 풀어내고
한없이 가벼울 수 있는 시간이
허락되어짐을
감사한다
봄의 자연속에서
오늘 나는
더
작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