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9일에 번개 모임을 가졌습니다.
며칠전부터 비가 오락가락하면서 날씨가 수상한데다가, 일기예보에서는 비 소식도 있고,
울림 식구들은 그날따라 모두들 바쁜 사정이 있으셔서,
그날의 번개 모임은 소라님과 저 둘 만의 호젓한 데이트가 되었지요.
다행히 비는 잦아 들고, 희미하게나마 해가 나오더군요.
전날 내린 비로 길은 질척거렸지만 걸을만 했고,
젖은 수풀도 옷을 적실 정도는 아니었어요.
늘 오던 계양산인데, .
토요일이면 언제나 많은 사람들이 찾던 계양산인데,
비 예보 때문인지 아무도 없었지요.
도란 도란 얘기하는 여인네 두 명과, 스쳐 지나가는 자전거 타시는 분들…..
오늘은 너무나 한적해서 전혀 다르게 느껴지기까지 했습니다
이슬처럼 맺힌 빗방울을 달고 싱그럽게 피어있는 박쥐나무꽃, 인동, 밤나무꽃, 노루발꽃…..
모두들 한가로이 쉬고 있었지요.
고요히 잠들어 있는 것 같은 계양산에서
호젓한 시간을 갖노라니,
식물들이 내쉬는 숨결 느껴지고, 그 향기에 젖어
마음이 촉촉해져 갔습니다.
비에 젖은 밤꽃, 비스듬히 비치는 햇살에 눈이 시렸지요
인동 (금은화)
카메라를 들이대도 자기 할 일만 열심히 하던 꿀벌입니다. 다리에 꽃가루를 점점 더 크게 뭉치고 있더군요
사격 훈련으로 일그러져 죽어가는 나무와, 그 발치에 핀 엉겅퀴….
이 꽃이 오늘 꼭 보려고 하던 박쥐나무 꽃입니다. 파마한 머리처럼 동글동글하게 말린 꽃잎…. 참 신기하게 생겼네요
노루발꽃입니다 , 노루귀는 여러번 보았지만, 노루발을 보기는 처음이었어요.
어디 노루엉덩이라든가 노루 꼬리, 노루 눈.. 이런 이름의 꽃도 있을것 같은데요? ㅎ
이름이 뭐였더라…..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곱고 날렵한 자태가 좋았습니다
이렇게 그림보다 더 고운 들에 앉아 소라님과 단 둘이 맛있는 점심 식사를 했지요 ^^
산딸나무꽃은 겨울을 나던 봉우리일때도 붓끝처럼 뾰조롬해서 눈에 띄었지요.
봄이 되어 꽃이 피어서도 하늘을 향해 솟는 자세가 특이하더니,
이제 여름이 넘어가며 꽃잎이 시들어 가는 모습도
개성이 있네요.
늘 한 번씩 더 바라보게 되는 <빼앗긴 들> 입니다.
황량한 땅에 타 죽은 나무들만 있어 애처롭더니,
자연은 또 다른 풍광을 보여 주네요.
샛노란 금계국이 자우룩히 피어있고,
어우러지듯 개망초가 소복히 피어난 모습이
또 한 편의 풍경화가 되어줍니다.
6월에 가졌던 번개모임은 이렇게
호젓한 시간을
넘치도록 풍요롭게 누린 모임이었습니다.
그 풍요로운 호젓함을 아시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