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설레임을 가지고 이십여일을 기다리던 오대산 산행을 하고 왔습니다.
18km정도를 느린 걸음과 마음을 가지고 즐기다 보니 8시간 정도 걸리더라구요.
새끼발가락에 살짝 물집이 생겨서 쓰리기는 했지만
풍성한 신록이 제게 안겨 준 선물꾸러미들이 가득했기에
행복한 마음으로 발걸음이 가벼웠답니다…
그 선물 꾸러미 중..
제게 잊지못할 은빛의 찬란함을 뽐내던 친구 ‘거제수 나무’를 소개합니다.
혹시 ‘거제수 나무’라고 들어보셨나요?
이름이 독특해서 찾아보니
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이 ‘열로인한 병을 낫게한다’ 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네요.
그런데.
왠지 더 어렵게 느껴지는거 있죠..
.
얼핏 보면 자작나무와 비슷하더라구요,,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수피도 다르고 달려있는 잎도 다르답니다.
그래서일까요
‘물자작’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기도 하네요.
핀란드의
자작나무 숲을 동경하곤 했습니다.
넘 하얗다 못해
도도해 보이기 까지 한 자작나무의 도도함을 직접 느끼고 싶었지요.
.
.
하지만
오대산에서 마주했던 ‘거제수 나무’ 의 고고한 자태를 보고
그나마 마음의 위안을 받을 수 있었답니다.
어쩌면
자작나무 숲의 모습도
이러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느껴지시나요?
햇살에 맑게 부서지는 은빛의 도도함이.
넘 맑아서
.
넘 투명해서
잠시 할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나무를 올려다 보니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살짝 드러나는
파아란 하늘색..
그 시간
.
그 곳에서
한 폭의 자연의 스케치를 감상하며
자연과 더불어 호흡할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우린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건지.
그쵸?
거제수 나무의 수피는 위의 사진처럼 하얗기도 하지만
갈색빛의 은은함을 가진 수피도 있답니다.
자작나무 수피처럼
살짝 벗겨져서
그 수피를 몇 달동안 책갈피에 넣어두면
근사한 편지지가 된다고 하네요.
그런 멋진 편지지에 쓴 글을 받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할까요~
많은 기대와 설레임을 가지고 갔던 이번 산행을 통해
여유로운 몸짓으로 숲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치 어두운 밤의 터널을 통과하듯
겨울의 길고도 매서운 바람을 견뎌내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한
초록의 싱그러움과 짙은 녹색 향기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오대산의
숲의 정령에게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좋은 분들과 함께 자연의 향기를
나눌 수 있게 베풀어주심에.
그리고
행복한 시간을 제게 선물해 주신 녹색연합에도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