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를 알아야 새를 찍을 수 있다.

2007년 9월 20일 | 회원소모임-기타

 

2. 새를 알아야 새를 찍을 수 있다.

  지금까지는 사진에 관한 이야기를 했지만 이것으로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사진을 잘 찍는 사람도 새사진의 경우에는 변수가 많다. 그 변수를 최소화 할 수 있는 것이 새를 아는 것이다. 새사진을 처음 찍는 분이라면 우선 새 앞에 카메라를 들이대기보다는 쌍안경이나 필드스코프를 들이대라고 말하고 싶다. 인물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은 모델의 행동이나 반응에 대해 매우 예민하게 관찰을 한다. 어떤 상황일 때 가장 자연스러운 표정이 나오는지 모델을 아주 자세히 관찰한 후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이다. 하물며 말도 안 통하는 새들이야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또한 새를 본 경험에 따라 알아두어야 할 내용이 다르다. 여기서는 각각의 수준을 셋으로 나누어 설명해 보기로 하겠다.


(1) 도감을 구입하라 – 초급

  새를 찍는 사람이라면 새도감 하나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흔히 초보들에게 자주 듣는 이야기 중에 하나가 도감의 새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새가 너무 다르더라는 얘기다. 그러니 그림이고 그러니 사진인 것이다. 새도 나이를 먹고 성별이 다르고 덩치가 다른데 그 모든 것을 그림이나 사진으로 표현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사진 도감의 경우에는 자신이 가진고 있는 사진 중에서 가장 예쁘게 나온 사진을 모아 도감을 만드는 것이 아니고 그 새의 특징이 가장 잘나온 사진을 모아 도감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일명 도감용 사진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이 여의치 않는 경우에 그림을 그린다. 그림은 사람이 그리는 것이기에 특징을 살려서 그리면 되는 일이다. 하지만 특징을 살려서 그리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체형, 자세, 몸 각 부분의 특징을 고려하여 수많은 경험과 노력이 집약되는 매우 힘든 작업이다. 이런 것이 고려되지 않은 도감은 그림책에 불과하다. 또 도감이 뭔지 모르는 사람이 도감을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도감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 새의 특징을 글로 쓰거나 그림에 표시하게 된다. 이 부분을 잘 알아두면 도감을 보고 새를 구분하기가 쉬워진다. 또 한번 본 새는 도감에 표시를 한다. 일명 킬마크라고도 하는데, 내가 본 새와 보지 못한 새를 기록해 보는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 또한 도감의 내용이 부족한 경우도 있는데 이럴 경우 주변의 빈 공간에 첨부할 내용을 적어두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새를 오랫동안 본 사람의 경우 자신이 가지고 다니던 도감을 분실하면 엄청난 타격을 받는다. 따라서 필요하다면 따로 내용을 적어두는 것도 바람직한 일이다. 또 도감은 크기가 작고 휴대가 간편하기 때문에 심심할 때 자주 보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국내에 나온 도감 중에서는 LG상록재단에서 나온 도감을 가장 적당한 도감으로 보고 있다. 이 도감은 그림 도감이다.


(2) 좋은 카메라 보다 좋은 쌍안경이 우선이다 – 초급

  흔히 카메라 사는 것은 돈 아까운 줄 모르는 사람이 쌍안경 사는 것에는 인색한 사람이 있다. 사진도 새가 보여야 찍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자면 밝고 작은 쌍안경이 적합하다. 물론 큰 쌍안경이 좋은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무게가 문제다. 카메라 장비의 무게가 엄청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몇 g이라도 무게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크기가 작은 장난감 같은 쌍안경이라 하더라도 가격이 고가인 것은 엄청난 밝기를 자랑한다. 보통 70만원 정도의 가격을 보인다.

  앞쪽 덤불에 뭔가가 움직이고 있다면 습관적으로 손이 쌍안경에 가야한다. 사진찍기 좋은 거리에서 뭔가가 움직인다면 당연히 쌍안경 보다는 카메라를 들어야할 것이다.

  쌍안경에서 중요한 몇 가지를 설명해 보자

1) 용어 : 흔히 잘 모르는 사람들이 “그 쌍안경 배율이 얼마예요?”라고 물어본다. 쌍안경은 배율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배율이 높으면 어지러워서 오랜 시간 볼 수가 없다. 대부분 ×8, ×10, ×12 정도의 배율이 일반적인데 ×12를 쓰는 사람은 매우 적다. 가장 일반적인 배율은 ×10의 쌍안경이다. 쌍안경을 자세히 보면 10×25, 10×50과 같은 숫자가 써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앞에 써 있는 10이라는 숫자가 배율이다. 그럼 뒤에 써 있는 숫자는 무엇일까? 그것은 대물렌즈(쌍안경 앞쪽의 렌즈) 구경이다. 구경이 크면 그 만큼 밝다. 하지만 그 만큼 무겁다.

2) 자세 : 쌍안경을 쥐고 보는 법이다. 그냥 들고 보면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시면 그렇게 보면 된다. 하지만 좀 더 쉽게 보는 방법은 쌍안경을 잡은 손에 있다. 우선 쌍안경의 접안렌즈를 보면 고무바킹이 있거나 나사식으로 돌려서 길이를 조절하는 부분이 있다. 안경을 쓰고 있는 사람은 고무바킹을 뒤로 젖히거나 나사를 돌려서 접안렌즈 밖에 돌출되어 나오는 것이 없도록 해서 봐야 한다. 그래야 시야기 넓어진다. 다음은 엄지손가락을 접안렌즈 아래에 붙이는데 이 때 손가락이 쌍안경 밖으로 약간 나오는 것이 좋다. 손가락이 밖으로 약간 나온 상태에서 눈 아래로 쌍안경을 붙이면 쌍안경과 눈 사이의 거리를 고정할 수 있다. 이 때 나머지 손가락을 이용하여 초점을 맞추면 된다.

3) 관찰 : 수시로 쌍안경을 내려서 맨눈으로 넓은 시야에서 새를 찾고 새를 찾으면 다시 쌍안경으로 새를 관찰하는 것이 좋다.


(3) 복장은 기본이다. – 초급

  새를 찍는 사람에게 복장은 아주 기본적인 것이다. 군대의 저격병(스나이퍼)을 연상케하는 복장이면 최고겠지만 그런 것이 어렵다면 너무 튀지 않는 색의 옷을 입어야 한다. 흰색, 노랑색, 하늘색, 빨간색, 분홍색 등의 원색이거나 밝은 색은 새에게 쉽게 포착되게 된다. 따라서 우중충한 색의 옷을 입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여자들의 경우에는 진한 화장도 문제가 된다. 생각보다 후각이 발달한 새들의 경우 화장품 냄새는 새들이 놀래기에 충분하다. 오랜시간 야외에서 활동해야 함으로 모자도 있으면 좋다. 창이 넓은 모자로 자외선을 차단한다. 등산 조끼도 있으면 유용하다. 카메라의 자질구레한 장비를 넣고 다니기에 유용하다. 아니면 작은 벨트쎅도 활용도가 높다. 가능하다면 이런 벨트쎅에 짧은 렌즈를 가지고 다니면서 새들이 사는 장소나 주변을 촬영하는 것도 유용한 작업일 것이다.


(4) 기타 준비 – 초급

  준비는 아무리 철저해도 부족한 법이다.

1) 탐조 인근 지역에 사는 사람의 연락처 – 차를 타고 탐조를 하는 경우가 많아서 무슨 일이 생기면 차로 움직이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야외에서는 그렇게 만만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야외에 나갈 때에는 반드시 그 지역에 사는 사람의 연락처 정도는 알아놓고 가는 것이 좋다. 무슨 일이 생기면 도움을 청해야 하니까

2) 간단한 간식이나 물은 필수 – 새를 보다 보면 끼니를 넘기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간단한 간식은 매우 중요하다. 건빵, 땅콩, 초콜릿, 사탕 등은 매우 유용한 간식이다. 또한 물도 반드시 필요하다.

3) 휴대폰 – 휴대폰이 없다면 뭐가 나와도 연락할 방법이 없다. 야외를 많아 다녀본 사람은 휴대폰으로 알려지는 실시간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 것이다.

4) 여분의 장비 – 카메라 배터리, 여분의 메모리 카드, 휴대용 저장장치, 간단하게 고칠 수 있는 수리 도구 등은 없으면 곤란한 준비물들이다.

  

(5) 고수를 체포하라 – 초급

  가장 쉽게 새를 배우는 방법은 새를 잘 아는 고수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이다. 전화도 자주하고 어디 간다고 하면 기사노릇도 하고 하지만 대부분 기사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새를 볼 때 운전은 아주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초보에게 운전을 맡기는 고수는 없다. 안되면 밥이라도 사던가해서 무조건 고수 뒤를 따라 붙는 것이 가장 빨리 새를 익히는 방법이다. 사진도 역시 마찬가지다.


(6) 관찰 – 중급

1) 새의 기본적인 행동 특성을 파악 : 새의 종류에 따라 다른 행동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비슷한 종류인 경우에는 비슷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새를 잘 찍으려면 그 새의 기본적인 행동 특성을 파악해야 한다. 또 파악된 내용을 도감 등에 적어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처음 접하는 새의 경우에는 이런 사전 지식이 매우 중요한 정보가 된다. 또한 보고 있는 새가 어떤 종류의 새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지를 파악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2) 새가 자주 앉는 곳을 파악 : 새가 자주 앉는 위치가 있다. 또 새의 종류에 따라 자주 앉는 위치가 다르다. 따라서 각 새들에 따른 선호 위치를 파악한다. 몇까지 예를 들어보면, 맹금류의 경우에는 사방이 노출된 곳을 선호한다. 따라서 나무에서 돌출된 죽은 나뭇가지, 전봇대, 아파트 옥상, 철탑 등을 선호한다. 또 갈대밭이나 풀밭을 선호하는 새들이 있는가하면, 작은 관목만을 선호하는 새들도 있다. 또 시기적으로 특정 나무를 선호하는 새들도 있다. 이런 것들을 잘 알아두면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다.

3) 태양의 위치 : 저 멀리에 새들이 보이면 먼저 쌍안경으로 관찰하여 돌아다니는 새들이 무엇인지 확인한 후 조심해서 접근해야 한다. 이 때 오로지 새만 보고 새의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은 너무나 단순한 방법이다. 그냥 새를 보는 사람이라면 별 상관이 없겠지만 사진을 찍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태양의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태양을 마주보고 접근한다면 역광으로 촬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냥 막연히 새를 찾는 경우든 아니면 특정 장소에 새가 있다는 정보를 가지고 찾아가는 경우든 반드시 태양의 위치를 확인하고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여건상 어쩔 수 없이 역광으로 붙어야 한다면 대충 증거 사진만 찍고 멀리서 새의 행동을 관찰한 후에 태양의 방향과 어느 시간대에 촬영하는 것이 적합한지를 가늠하는 것이 중요하다.

4) 위치 선택 : 멀리서 새들의 행동을 관찰해 보면 새들이 일정한 자리에 자주 앉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멀리서 그 위치를 파악한 후 새가 없을 때 미리 그 위치 주변에 가서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너무 오랫동안 그곳에 있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그 이유는 이미 새에게 우리의 행동이 간파 당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럴 경우 그곳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새를 잘 아는 사람은 새가 돌아다니는 곳에서 새가 잘 앉을 듯한 장소를 찾아낸다. 그리고 그곳에서 잠복을 한다. 어떤 경우에는 새를 살살 몰아서 자신이 의도하는 나뭇가지에 앉도록 하는 경우도 있다.

5) 새의 개인차를 파악 : 사람도 다 같은 사람이 아니듯이 새도 다 같은 새가 아니다. 같은 종이라도 아주 예민한 녀석이 있는가하면 좀 무딘 녀석도 있다. 지금 내 앞에 있는 새가 예민한 녀석인지 아니면 무딘 녀석인지를 아주 빠른 시간 안에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자면 같은 종이나 비슷한 종을 미리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7) 접근 – 중급

1)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 과연 새에게 접근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때때로 가능하다. 일단 접근을 하기 위해서는 목표가 되는 새에 대한 기본적인 특성이 파악된 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일단 일반적인 사항만 말하자면 새가 경계하는 모습을 알아야 한다. 보통 먹이 활동을 하고 있거나 잠을 자고 있을 때는 경계심이 늦춰진다. 도요나 물떼새, 오리류는 머리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행동을 하는데 이는 경계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경계하고 있을 때는 접근하지 않고 경계심이 풀어지면 다시 접근을 한다.

2) 주변 상황을 파악하라 : 주변에 사람이 없는 곳에서 갑자기 사람이 나타나면 새들의 경계심은 높아진다. 그러나 주변에 사람의 왕래가 있을 경우에는 그 만큼 경계심이 풀어진다. 또한

3) 지형 지물을 이용하라 : 보통 하천 아래에 새들이 있을 때 둑 위에 있는 사람은 쉽게 발견된다. 하천 아래에 있는 새들 입장에서는 배경이 하늘인 상황에서 사람이 나타나면 그 만큼 쉽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장을 하고 기다리더라도 둑 위에서 위장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4) 차량을 이용할 때 : 사람이 걸어서 접근할 때 보다는 좀 더 쉽게 새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태양의 위치를 고려하거나 높게 자란 풀을 피해서 차량을 정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차량 안에만 있으면 비교적 가까이 접근할 수 있지만 차에서 내리면 새들이 바로 날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되도록 차에서 내리지 않고 새들을 관찰해야 한다. 또한 차가 빨리 지나갈 경우에는 새들이 날지 않지만 천천히 지나갈 경우에는 새들이 날아오른다.

5) 회귀본능 : 동물들이 같은 자리에 다시 돌아오는 것을 회귀본능이라고 하는데 새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새가 앉았던 자리에 미리 접근해 있다가 새를 기다리면 쉽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그러나 15분 이상 기다려도 새가 오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빠져서 새가 다시 오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한 너무 욕심을 내어 새가 앉을 자리에 너무 가까이 접근해 있으면 아무리 기다려도 새는 오지 않는다. 둥지의 경우에 새가 앉지 않고 주변을 반복해서 돌아다니면 촬영자가 둥지에 매우 가까이 접근해 있다는 증거이다. 이때는 바로 빠져나와서 좀 떨어진 곳에서 관찰을 하면 쉽게 둥지를 발견할 수 있다.

(8) 둥지 주변에서 사진 찍기 – 고급

  둥지 사진을 찍는 것은 매우 조심스러운 작업이다. 우선 새들의 특성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둥지에서 포란(알 품기)을 하거나 육추(새끼 키우기)를 하는 새들은 포란이나 육추가 그 어떤 것보다도 우선한다. 설령 사람이 접근한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포란하고 있는 새를 만져도 날아가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새가 사람과 친해진 것이 아니고 사람보다도 포란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사람의 행동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새는 결국 둥지를 포기한다. 그렇게 되면 둥지의 모든 새끼나 알은 죽게 되는 것이다. 그럼 그 일정 수준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일까? 그것은 전혀 예측이 안 된다. 새마다 개인차가 있고 종류에 따른 차이도 있고 주변 환경의 차이도 있어서 절대로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새들이 포란을 하거나 육추를 할 경우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다. 여름철 사람의 접근으로 어미새가 둥지를 비우게 되면 둥지 안 알의 온도는 올라갈 것이다. 보통 20~30분 정도는 버틸 수 있지만 그 이상이 되면 알의 온도로 인해 결국 알은 죽게 된다. 그러므로 둥지에 어미새가 30분 이상 들어오지 않을 경우에는 바로 철수해야한다.

  따라서 둥지 사진은 찍지 않는 것이 원칙이고 꼭 찍어야 할 때는 최대한 빨리 찍고 빠져나와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어미새가 다시 둥지로 들어가는지를 멀리서 확인해야 한다.

  간혹 플래시를 사용해야할 경우도 있는데 이 때도 되도록이면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 문제에 관해서는 많은 논의가 있었고 어떤 이는 안과 의사에게 문의하여 사진 플래시가 새끼에게 어떤 영향을 주겠느냐는 문의도 했다고 하는데 그런 문의는 사람을 치료하는 안과 의사에게 할 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직 이 문제에 관하여 구체적인 연구가 실시된 적이 없고 자료도 없기 때문에 단정 지어서 말 할 수는 없지만 모르면 안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둥지의 파괴는 사람에 의한 파괴뿐만이 아니라 천적에 의한 파괴도 병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까치의 경우 사람의 행동을 보고 그곳에 둥지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어 결국 둥지를 습격한다는 것은 이미 일반화된 이야기고 여기에 많은 맹금류들도 동참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둥지 사진을 찍기 위해 둥지 주변의 나뭇가지나 풀을 제거하는 경우는 둥지를 노출시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절대 해서는 안 될 행동이다.

  간혹 둥지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위장막을 설치하고 그 속에서 사진을 찍는 경우가 있는데 임시방편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이지 절대적으로 좋은 방법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경우에 따라서 위장막으로 인해 둥지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또 위장막 안에 오랜 시간 있던 사람이 먹다 남긴 여러 가지 음식물이나 사람의 체취로 인해 천적이 유인되어 사람이 있을 때까지는 별 일이 없다가 사람이 떠나면 천적에게 둥지가 습격 받는 사고가 생기기도 한다.

(9) 위장막을 이용한 사진 찍기 – 고급

  조류 사진을 찍기 위해 위장막을 사용할 경우가 있다. 위장막은 새들에게 되도록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한 사람의 배려다. 그러나 이런 배려가 새들에게 얼마나 효용이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

  일단 위장막 설치에 관하여 논의해 보도록 하자.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목표로 삼은 새의 특성을 파악한다. 얼마나 민감한지, 둥지를 짓고 있는 상태인지, 포란 중인 상태인지, 육추 중인 상태인지, 그냥 먹이 활동하는 상태인지, 쉬고 있는 상태인지를 파악한 후 어떤 방식으로 위장막을 설치할 것인지를 연구한다.

  다음은 주변의 지형과 지물을 살펴본다. 어느 방향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태양의 위치는 어떤지, 사람이 자주 다니는 길은 어느 쪽에 있는지, 어느 쪽에 산이 있고 어느 쪽에 물이 있고 어느 쪽에 들이 있는지를 고려하여 위장막 설치 시 참고해야 한다.

  포란이나 육추를 하는 경우 특히 조심해야하며 처음부터 둥지 주변에 위장막을 설치하기 보다는 위장막을 조금씩 옮기는 방식으로 조금씩 둥지에 접근 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단 위장막이 설치된 후 사람이 들어가면 최대한 정숙해야한다.

  위장막 설치 후나 위장막을 이동한 후에 새들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둥지의 경우 위장막 설치 후에 어미새가 20분 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위장막 설치에 문제가 있는 것이므로 빨리 철수해야 한다.

(10) 셔터를 누르는 순간 – 고급

  새도 있고 빛도 좋고 비슷한 자리에서 같이 사진을 찍었는데 왜 내 사진은 이 모양일까? 이유는 순간 포착에 있다. 처음 조류 사진을 찍다보면 새의 종류와 상관없이 너무나 비슷한 포즈의 사진만 찍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는 관찰자의 머릿속에 이미 새의 포즈가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좀 더 다양한 포즈의 사진을 찍기 원한다면 새의 행동을 잘 관찰하고 그 행동 안에서 좋은 포즈를 찾아야 한다. 매우 짧은 순간이지만 사진을 찍는 것 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이런 관찰을 등한시하면 결국 나중에 그 새를 다시 만났을 때도 역시 같은 모습의 사진만 찍게 된다.


Epilogue

  저 혼자만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삶의 모든 것이 이율배반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새를 좋아하고 사진을 찍으면서 새를 괴롭히고,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하면서 경유차를 몰고 다니고, 갯벌을 지켜야 한다고 하면서 과거 갯벌이었던 곳에서 살고 있고, 담배도 피고, 술도 마시고, 어쩌면 살아 있다는 자체가 공해일 수 있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렇다고 죽을 수도 없고…

  언제나 자연에게 용서해달라는 마음으로 살아가야할 듯 합니다. 그리고 더는 파괴되지 않도록, 파괴하지 못하도록…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너는 파괴자가 아니냐? 라는 물음에 어떤 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합리화하면서 살고 있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