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원당초록누리 후기

2010년 6월 23일 | 회원소모임-기타

       2010년 6월 11일 원당 초록누리 후기

 

    지난 5월에는 장릉에서 모여 노자 2장 <머물지 않음으로써 사라지지 않는다> 를 읽고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자연이라는 거울을 통해 내 자신을 이해하고 바라보기 위해, 자연은 어떻게 존재하며,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로 했지요.

 

  이번 6월에는 계양산 목상동 소나무 그늘에 모여 앉았습니다.

    늘 이 모임에 활기를 주던 생생님이 건강이 안 좋아 못 나오셨고, 직장일로 바쁜 분들도 참여하지 못해서 이번 모임에는 햇살, 배롱나무, 들풀, 여울 이렇게 네 명의 회원들만 참석할 수 있었지요. 초록지렁이 선생님도 바쁜 일정에 피곤한 기색이셨고요.

   그래서인지 이날의 수업 시작은 다소 쓸쓸하였습니다.

   그렇지만, 유월의 산이 불어넣어주는 생명의 기운과 소나무들이 내어주는 향긋한 내음에 힘을 얻어서였을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모인 분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웃음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더랬지요.

 

노자 3장 <그 마음을 비우고 그 배를 채우며> 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 잘난 사람을 떠받들지 않음으로써 백성으로 하여금 다투지 않게 하라. 얻기 힘든 것을 귀하게 여기지 않음으로써 백성으로 하여금 도둑질을 하지 않게 하라 –

수업시간에 오갔던 이야기들을 간추려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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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는 1등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나만 살겠다는 욕심도 없습니다.
못났다거나 잘났다는 것도 없고, ‘나와 다르면 나쁘다’는 것도 없습니다.

참나무이든 소나무이든, 제비꽃이든 민들레이든, 벌이든 노린재이든,
모두가 다 고유하고 모두가 다 소중할 뿐, 비교하지 않습니다.

이렇듯 모든 삶은 다 소중하게 태어납니다.

그것을 억지로 한 방향으로 몰고 갈 때 세상은 왜곡되기 시작합니다.

 

지금 우리의 사는 모습은 어떻습니까.

세상이 떠받드는 사람이 부러워서 그 사람의 인생을 무작정 베끼기에
눈이 멀지는 않았을까요?

남의 모습을 부러워 말고 자기 본래의 성품대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중요합니다.

꽃봉오리를 들여다보면, 그 속에는 여린 꽃잎이 꼬깃꼬깃하게 구겨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을 억지로 피려고 하지 않고 자연에 맡기며 기다리면, 꽃은 그 본디 성품대로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분명히 방향을 알고 내용을 알고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또한, 자연은 자신의 삶을 지켜내기 위해 치열하게 애쓰지만,
자신의 생명뿐 아니라, 서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애쓰고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 사는 것이 또한 자신이 사는 길임을 자연은 잘 보여주고 있지요.

 

 
     수업이 끝나갈 무렵, 누군가 물었지요.

 

   ” 보이지 않는 틀에 갇혀있는 이 시대에,
    요지부동으로 완고하고, 자본주의와 경쟁의 잣대로 사람들을 저울질 하는 이 시대에,
    자기 성품대로 살기가 쉬울까요? 선택의 폭은 너무나 좁아 보입니다. “

 

  그이의 질문은 우리 모두의 고민이었지요.

쉽지 않은 질문들이고, 대답을 얻어도 대답처럼 살아내기에는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

그렇지만 노자 공부를 통해 생겨나는 질문들을 마음에 품고 사노라면,
“나 한사람부터” 조금씩 더 넓어지고 깊어지겠지요.
그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뜻들이 조금씩 모이고 모여 세상도 한 걸음 나아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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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힘들다지만,

공부하는 동안 산비둘기가 울고, 햇살이 따스하게 우리를 비춰주듯이.

세상은 또한 아름답기도 합니다.

 

노자 공부가 현대 사회에서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도 하지만,

그윽한 솔향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선생님의 나직한 목소리가 생각을 열어주듯이,

수천 년 전에 하신 노자의 말씀들이, 우리 초록누리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속에 작은 씨앗처럼 스며들어 온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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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 년 6월 여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