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의 소나무 숲 일기 _ 10월의 마지막 밤에

2006년 11월 2일 | 한남정맥•공원녹지

10월 29일(넷째날) 종일 해피로드님(계양산 친구들)이 지켜주셨다! 하늘타리, 개똥이네 가족과 함께 따뜻한 햇살받으며 고요한 듯 불안한듯… 관리아저씨의 선포는 없었지만 한차례 왔다가셨다. 이렇게 아저씨의 행동에 위축되어서야 원…. 하늘말나리님이 보내주신 색종이. 처음에 받았을땐 이것을 어디에 쓰라고 주셨을까? 했는데, 날 만나러온 꼬마 방문객들에게 고마움의 편지를 써서 비행기로 접어 날려 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잘한 것 같다.^^ 이곳에 올라와 보면 미소짓게 만드는 풍경중의 하나는 솔잎 씨앗이 방그르르 돌며 바람을 타고 빛을 받으며 어딘가로 떨어지는 모습니다. 생명이 숨쉬는 곳임을 느끼게 해준다.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솔씨들이 떨어지고 제자리를 찾으려 날아다닌다. 이땅에 오래도록 그들의 땅이길 바란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착지해 뿌리를 못내릴지라도,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바람을 타고 온 솔씨들이 자신만의 자리를 찾아 뿌리 내릴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10월 30일(다섯째날) 오늘의 첫 방문객이 관리인 아저씨라니… 빨간옷을 미고 관리인 아저씨가 나타나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이 싸움이 롯데나 시와의 싸움이 아니라 관리인 아저씨와의 싸움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래 지원팀의 텐트를 헤집어 놓고 간 아저씨는 다시 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갔다. 관리인 아저씨가 불러서 왔던 경찰(사유지 무단 점거 농성 이유로 신고하심)은 관리인의 돌출행동을 우려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아래에 함께 있다. 아직 식사도 전인데 입맛도 없다. 불안불한한 마음으로 있는게 영 불편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저 하늘 꼭대기에 올랐다가 땅 끝으로 꺼지는 기분을 느낀다. 오늘은 시청관리자까지,,,,, 반가운 응원 방문객보다는 반갑지 않은 사람들이 많구나. 10월 31일(여섯째날) 그제던가 어제던가?(요즘 시간관념이 점점흐려진다. 매일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일상을 보내서인듯…)그때도 바지에 송진이 떨어졌다. 오늘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손에 송진이 묻었다. 나무를 만진것도 아니고 생채기가 난 나무가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닌데 끈적끈적한 송진이 어떻게 묻게 된건지 궁금했다. 혹시나 싶어 처장님께 나무에서 송진이 떨어지기도 하는 지 여쭤봤다. 답은“글세~~ 모르겠는데 ”였다. 도대체 이 송진은 어디서 떨어진걸까? 아무튼 송진이 손에 묻어서 그런지 손에서 송진 냄새가 베어난다. 시간이 지나니 끈끈함은 사라지고 소나무 향기만 난다. 예전에 내 몸에서 나는 체취는 나무냄새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나도 모르는 남들만이 느껴지는 그 사람에게만 나는 특유의 향기 피존냄새도, 샤프란 냄새도, 화장품 냄새도 아닌 나무냄새 , 숲냄새 아주 어릴적에는 시골 다락방냄새가 좋아 다락방에 있으면 내몸에 다락방 냄새가 밸것같아 다락방에서 나오지 않으려 한적이있다.(돌아보니 곰팡이 냄새였던듯….) 소나무 숲에서 여섯째밤을 보낸다. 며칠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이 시위가 끝나고 내려가면 내몸에서 솔향기가 베었으면 좋겠다. [img:DSCN0043.jpg,align=,width=580,height=773,vspace=5,hspace=10,border=1] [img:DSCN0041.jpg,align=,width=580,height=424,vspace=5,hspace=10,border=1] [img:DSCN0031.jpg,align=,width=580,height=298,vspace=5,hspace=10,border=1] [img:DSCN0026.jpg,align=,width=580,height=386,vspace=5,hspace=10,border=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