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양산에서 날아온 편지

2007년 1월 23일 | 한남정맥•공원녹지

아쉬움이 있다면 ‘해너미’를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욕심이 끝없다. 노을이 붉게 물든 서해를 보았던 기억을 되짚어본다. 뒷모습이 아름다운 삶이기를 기도한다. 그게 말이 쉽지, 쉬운 일은 결코 아닐게다. 「그리스도 예수」뒷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운 삶이지 않은가! 1월 20일 토요일 (나무위 시위 – 86일째)

졸망졸망한 아이들이 숲길로 들어선다. 멀리 보이는데 그 소리가 경쾌하다. 부개동 좋은 엄마, 아빠」모임이 주최한 어린이 생태학교를 마치고 수료식을 하는데, 소나무 숲에서 한단다. 최종락의 열성과 베려,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엿본다. 거의 백명은 되겠다. 아이들과 어머니, 선생님들이 함께 모여 사진도 찍고, 유종안 위원장이 나누어주는 수료증을 받아들기도 한다. 시끌벅적하다.

밤이 깊은 시각, 습기가 높아지는 듯 숲의 기운이 싸늘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숲 속에 정령 또는 요정이 살았다고 생각했나보다. 묘하고 깊은 기운이 숲 속에 있다. 인디언들은 성인이 되는 소년을 숲으로 보낸다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나에게는 무서움과 두려움이 먼저 몰려왔다. 곰곰이 생각하면 대단하고 심오한 ‘어른 교육 과정’이다. 성인이 된다는 것, 성숙한 인간이 된다는 뜻 일 게다. 과연 그런가, 나이만 들었지. 성숙한 모습을 찾기 힘든 것은 아닌가? 숲속에서 소년은 두려움, 무서움, 외로움, 배고픔, 그리움 등  어린이, 성숙한 인간이 겪어야할 감정들을 소화해 냈을 것이고, 숲에서 만나는 어둠, 밝음, 나무와 꽃, 새, 동물, 해와 달과 구름과 바람, 별, 그리고 자기가 떠나온 가족, 집, 공동체를 떠올렸을 것이다. 스스로 먹거리도 해결해야 했을 거다. 그 과정에서 「나는 누구인가?」「나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갈 것인가?」에 대하여 나름의 터득과정을 거치지 않았을까? 결국 「홀로 있음」을 깨달았겠지, 「홀로 있음」과「함께 있음」을 구별할 줄도 알고, 둘이 다르지 않다는 것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자립’과 ‘연대’를 묵상했을 게다. 내가 이 숲에 앉아 있는 연유도 그런 ‘어른이 되는 과정’, ‘성숙한 인간’이 되는 과정을 결여한 탓이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이 자리를 되새긴다. 아마 그럴 것이다. 주께서 마련하신 「성장 체험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그것이 축복이다. 너무 늦었지만 그래도 다행스런 일이다. 계양산 숲을 지키려는 계양구 대책위의 회장님, 부회장님을 비롯해 조강희 사무처장, 이한구 사무처장, 조효제, 이진권 목사, 이세영 선생님, 남동시민모임의 박춘성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분이 방문했다. 골프장 예정 부지를 실사하겠다고 한다. 이미영이 자동차 면허 기능검사에 붙었다고 말한다. 나도 그 때가 있었다. 미영에게 또 이러 저러한 부탁을 한다. 우리 집 막내 이름도 미영이다. 성만 다르지. 민주 노동당 이용규 사무처장, 김응호님, 한상욱 위원장, 전현준, 이광호, 박병규, 홓춘호, 홍성준님이 함께 했다. 고맙기 그지없다. 글을 마치려는데 바람이 살랑분다. 차고 신선하다. 겨울 나무가 바람따라 휘파람을 불고 있다. 내일은 주일이다. 평화 식구들이 보고 싶다……

계양산 골프장 저지 인천시민대책위 공동대표 윤인중

======================================================================================== 인계양산에 롯데건설에서 추진하는 골프장 건설계획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지난해 56일간의 나무위 시위로 시민들의 반대와 관심을 이끌고 시의 골프장 건설계획을 반려시켰지만, 이후 인천시는 12월 26일 반려를 한지 13일만에 18홀 규모로 축소된 골프장 계획안을 받고 행정절차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 보름이 나무에서 내려온 12월 20일 이후부터 계속된 윤인중 목사님의 나무위 시위는 계속 진행되고 있다. ======================================================================================== 관련기사 2006.12.20 롯데건설의 골프장 재시도에 대한 입장 56일간 나무위에서 계양산 지켜낸 보름과 인천시민의 값진 승리 계양산에 골프장 안된다! 10m 높이 소나무 위에서 고공시위 돌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