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시위를 마치며 드리는 글

2007년 5월 23일 | 한남정맥•공원녹지

살아있는 모든 존재는 소중합니다. 거룩합니다.계양산 숲은 우리 모두에게 그 이치를 가르쳐줍니다. 말은 하지 않지만, 숲이 우리 모두를 아무 거리낌 없이 넉넉하게 맞아주는 것은 사람들이 그 이치를 스스로 깨닫게 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또한 생명체는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순환합니다. 생명체의 연관과 순환이 끊어지면 생명 역시 끝나게 됩니다. 생명체들은 함께 있고(공존 共存), 함께 살기를(공생 共生) 원합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소나무 고공 시위가 시작되었습니다. 2006년 10월 26일 인천녹색연합 신정은 간사가 56일을 지냈고, 같은 해 12월 20일부터 제가 올라와 155일을 지내고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다른 이유는 있지 않습니다. 숲을 살리려는 마음, 생태계의 연관과 순환을 지키려는 일념에서 행동을 한 것입니다. 도시화율이 90%가 넘는다고 합니다. 한국사람 절대 다수인 90%인구가 도시에 산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상황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환경문제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도시 환경 문제일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인천 도시의 녹지축을 형성하는 계양산 숲의 가치와 비중은 아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의 숲을 베어버릴 것이냐? 아니면 보전하고 더욱 울창하게 자라게 할 것이냐? 의 문제는 인천시민의 삶의 질과 관련하여 심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천시민의 80%가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이곳을 시민자연공원으로 지정하고 소중히 가꾸어 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환경부가 롯데건설이 제안한 골프장사업계획에 대하여 두 차례의 부동의 의견을 결정한 이유도 이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님께 감히 부탁드립니다. 계양산 숲을 그대로 놔두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곳에 골프장을 세우려는 계획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을뿐더러 어리석은 일입니다. 인간의 무지와 탐욕이 빚어 낸 잘못된 계획입니다. 인천시민들에게 소중한 도시숲으로, 시민들이 일상의 피로를 풀고 새로운 기운을 충전할 수 있는 시민공원으로 조성해 갈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시기 바랍니다. 롯데그룹이 계양산을 인천시민의 품으로 돌려주신다면 그 일은 오랜 기간 자랑거리가 될 것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는 큰 사건이 될 것입니다. 안상수 인천시장님께 부탁드립니다. 5월 18일, 공식석상에서 “계양구 롯데골프장도 가닥이 잡혀야 한다. 주변 동네 사람이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 개발하면 환경이 나빠진다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자연환경 훼손을) 최소화해서 개발을 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고 밝히신 글을 신문을 통해 보았습니다. 시장님, 권한과 힘을 바로 사용하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태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면밀한 검토가 있어야 합니다. 첫째, 이 사업은 주변동네 사람이 먹고 사는 문제를 위하여 시작한 일이 아닙니다. 롯데가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지역에 막대한 기업이윤을 창출하기 위하여 환경훼손에도 불구하고 골프장을 짓겠다 해서 일어난 문제입니다. 둘째, 시민대책위는 개발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골프장으로 개발을 하는 것에 대한 반대를 하는 것입니다. 셋째, 30만평의 규모로 골프장이 지어지는데 환경피해 최소화 운운은 적절한 발언이 아닙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민위원회는 넷 차례의 공문접수를 통하여 시장님을 직접 만나 대화하기를 원했습니다만 ‘너무도 바빠’ 못 만났음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시당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목이 뻣뻣한 오만한 권력자를 보는 느낌을 저는 지울 수 없습니다. 이제라도 마음을 여시고, 바꾸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열린 시정을 펴시기를 바라고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고 시민자연공원조성을 바라는 시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계양산 숲을 베어내면서 ‘300만평 숲 조성’, ‘300만 그루 나무심기’운동을 하는 표리부동의 행정은 멈추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인천시민들에게 지지와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자기 고장과 마을에 대하여 스스로 자치하려는 마음과 책임지는 자세는 성숙한 민주시민의 권리요, 의무라고 여깁니다. 인천 시민들이 이제껏 보여준 지지와 격려가 계양산 숲을 지키는 운동에 가장 큰 힘이 되었습니다. 존경하는 시민여러분, 이제 시민들의 힘으로 지역사회를 바꾸어 나가는 아름다운 모범사례를 만들 때입니다. 우리 도시의 숲을 지킵시다. 우리 아이들과 미리세대에게 아름다운 계양산과 소나무 숲을 물려줍시다. 청정지역에만 산다는 버들치와 도롱뇽, 한국산 개구리, 그리고 청설모, 오색딱다구리 등 계양산에 서식하는 모든 생명체들과 우리의 아이들이 함께 더불어 사는 아름다운 창조세계를 이어갑시다. 시민들의 지지와 격려, 행동과 참여가 절실히 필요합니다. 시민의 힘으로 계양산 숲을 지켜내기를 기도합니다. 소나무시위를 마치는 것이 계양산을 살리기 위한 활동의 끝이 아니며, 이제 또 다시 시작입니다. 인천시민들과 함께 계양산을 막아내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리고 롯데골프장을 막아낸 이후에도 영원히 계양산을 인천시민의 숲으로 보전하기 위한 활동은 계속되어야 합니다. 저는 목회자로서 시민위원회의 공동대표로서 롯데골프장 건설을 막아내고 계양산이 인천시민의 소중한 공간으로 남아 있도록 마음과 몸을 다할 것입니다.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공정보도를 해주신 언론기관 모든 분께 감사를 드리며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시민위원회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한국기독교장로회와 인천노회 모든 분들께 큰 절을 드립니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소리 없이 일하는 모든 분들께 존경을 표합니다. 숲은 살아있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존재가 고귀합니다. 생명 있는 것은 함부로 파헤쳐서는 안 됩니다. 이것을 배우고 소나무 위에서 내려옵니다. 감사합니다. 계양산 푸르른 숲이 영원하길 바라며… 2007년 5월 23일(수) 윤 인 중 목사(인천평화교회, 시민위원회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