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내기의 첫 임무, 생명평화탁발순례

2008년 8월 27일 | 기타

 

 활동새내기의 첫 임무, 생명평화탁발순례

인천녹색연합의 활동가로 활동한지 겨우 이틀 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는 자의도 타의도 아닌 당연한 의무감으로 생명평화탁발순례에 참여하게 되었다. 자그마한 공원에 도착하였을 때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생명평화 순례단에 참여하셨던 분들이 여러분 계셨고, 순례단에서 나눠주시는 순례단 단체복을 입고 나서야 내가 드디어 생명평화순례단의 일원이 된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바로 출발할 줄 알았으나 도보순례를 시작하기에 앞서 다함께 절 100배를 하겠다는 인솔자의 말씀이 있으셨다. 우리 이웃의 소중함과 생명평화를 위해 살겠노라고 다짐하며 작은 두 손을 고이 모아 한 번 한 번 정성스레 기도하는 마음으로 절을 하였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일을 하기 전에는 항상 움츠려 들기만 하던 나에게 100배 절을 하는 것은 부족한 자신감을 보태주는 계기가 되었고, 정성스러운 기도를 통해 마음수련을 하며, 이것이 바로 생명평화탁발순례의 참된 시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도보 순례라 함은 여러 사람이 다함께 다정하게 얘기도 나누면서 걸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그러나 인솔자께서는 한 열로 나란히 서서 가면서 자신과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도록 해주셨다. 항상 인터넷 메신저와 핸드폰 문자를 통해 대화 같지 않은 대화를 나누는 일밖에 지나지 않았던 내 일상 중에 내 자신과의 대화를 이토록 오랫동안 해 본적은 아마 처음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며 그 동안 내 자신과의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다. 

 그렇게 약 두 시간 정도를 걸은 후에 순례단은 그늘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맛있는 점심을 먹기 위해 기다리던 중에 팔과 다리가 간지럽기 시작하더니 이내 곧 빨갛게 부풀어 오기 시작했다. 여름 내내 모기에게 한 번도 내 피를 내주지 않았음에 자부심을 갖고 있던 터라 더욱 그 놈(?)의 모기가 미울 수밖에 없었다.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모기는 뱃속에 알이 밴 암놈이라고 하니 ‘그 놈’이라는 표현이 틀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허락도 없이 내 피를 맛있게 식사하는 모기의 절도현장을 발견하면 그 즉시 모기를 사살해야 직성이 풀리는 게 사람 심리인데, 우리 인천녹색연합의 ‘넝쿨’님께서는 감사하게도 모기가 사람의 피를 빨아먹게 된 계기에서부터 모기에게 내 피를 헌혈을 해야 한다는 자비까지 일러주셨다. 단지 웃어넘기며 가벼이 생각 할 수 있는 얘기지만 시작은 환경파괴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넝쿨’님의 말씀은 활동 새내기엔 나를 더욱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우리 주변을 날아다니던 나비 한 쌍을 보면서 이름도 알려주시고, 예쁘다며 즐거워하셨던 우리 녹색연합 자원봉사자 선생님의 미소는 내 마음까지 순수하게 만들어주셨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난 후에는 본격적으로 순례가 시작되었다. 바닷물의 흐름을 차단하고 토지로 매입을 한 갯벌 주위를 거닐면서 인간들의 무자비한 행동들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되는지에 대해 알고 난 후 환경파괴의 주범인 한 인간으로서 무척이나 수치스러웠다. 또한 현재 공사 중인 제2외곽순환도로가 인천 청라지구를 지나가게 되면서 20년 전에 무작위로 매립해 버렸던 폐기물들이 서서히 들어나는 현장을 직접 보았고, 다시 막대한 비용을 들여 분리수거를 한 후 매립할 계획이라고 하니 이처럼 계획과 대책도 없는 행동들의 결과가 어떠한지 모르고 있는 우리들의 잘못을 탓하는 것도 부끄러울 뿐이다.

그렇게 몇 시간의 도보순례를 마치고, 도보순례의 시작이 그러했던 것처럼 절 100배를 하면서 도법스님과 함께하는 생명평화 도보순례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처서가 지난지도 며칠이 지났건만 여전히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고, 선선한 바람과 그늘조차 많지 않았던 도보순례였지만 이제 막 활동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한 새내기인 나에게 도보순례는 매우 신선한 경험이었다.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생명평화를 향한 우리들의 의지와 노력들로 가득 메운 마음은 한없이 뿌듯했다.
내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갖게 하여 주시고, 지역의 환경파괴 문제성을 자각하고 생명평화의 깨달음을 주신 도법스님과 순례단 여러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인사 드린다. 도보순례를 통한 이 깨달음과 벅찬 마음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것이고, 앞으로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도보순례를 함께 하였으면 하는 마음이다. 그리고 이런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딛은 활동 새내기로서 지금 이 마음과 열정과 노력으로 열심히 활동할 것을 다짐하게 된다. 

                                                                   2008.  8.  27   

                                                             새내기활동가 박찬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