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정책, 과거의 실패에서 배워야

2008년 10월 24일 | 성명서/보도자료

                                            
                                                   자전거정책, 과거의 실패에서 배워야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국장

  요즘 같은 고유가시대에 늘 화두로 떠오르는 것이 자전거다. 국제유가가 150달러를 넘나들자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뿐 아니라 기초단체에서도 자전거도시를 선포하고 지방의회들도 자전거조례제정에 앞을 다투고 있다. 친환경 대체교통수단으로 자전거를 주목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1995년 법률제정 이후 천문학적인 예산을 쓰고도 자전거교통수단분담률이 2%에도 미치지 못함을 생각하면 마냥 반가워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자전거가 도심교통수단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다음 몇 가지 사항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먼저, 자전거정책수립에서 학생들의 자전거이용을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 세계적으로 자전거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사람은 학생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학생들은 통학용으로 놀이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으나 안전을 이유로 부모와 선생님들은 자전거이용을  만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안전한 자전거이용공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이들의 자전거이용을 권장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도로다이어트나 차선을 축소하여 차도에 자전거전용도로를 만들더라도 이용하는 사람이 없으면 자동차운전자들의 원성만 높아질 것이다. 같은 예산을 사용하더라도 이용자중심의 정책이 성공가능성이 더 높음은 당연한 일이다. 

 체계적인 교육 또한 절실하다. 오래전부터 일부에서 자전거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나 타기교육에 치우쳐 있고 그나마도 미미한 수준이다. 결국 이용자들은 체계적인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자전거타기정도만 스스로 터득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전거에 대한 기본지식은 차치하고 자전거이용방법조차 통일되지 않고 있다. 자전거이용이 단순히 경제적이고 건강에 이롭기 때문만이 아니라 에너지문제, 교통환경개선 나아가 구조적인 도시문제해결의 최우선 실천방안임을 모두가 알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전거를 자동차와 동등한 교통수단으로 각종도시문제해결의 실마리로 인정하고 학교와 자동차운전면허시험 등 제도권에서 체계적으로 다루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전거이용을 단순한 이동수단의 교체가 아닌 목적지향인  현교통문화의 전환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교통문화는 과정은 무시된 채 오로지 출발지와 목적지만 있고 이동 중에 만나게 되는 이웃에 대한 무관심과 통행약자에 대한 멸시만 있을 뿐이다. 나서서 자전거이용을 반대할 사람은 없겠지만 도시와 사람들은 이미 자동차에 길들여져 있음을 인정하고 의식전환을 준비해야 한다. 단순히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하고 자전거를 이용하자고 주장할 것이 아니라 자동차중심의 교통문화와 도시구조를 사람과 휠체어, 자전거 등 통행약자 중심으로의 전환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다. 골목길을 비롯한 모든 도로에 자전거전용도로를 설치하더라도 통행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다면 여전히 자전거는 인도에서 보행자를 위협하고 차도에서는 자동차에게 위협받게 될 것이다.

자전거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인 공감대는 이미 형성되었다. 그러나 고유가로 인해 자전거이용자가 늘었지만 자동차이용이 줄지 않고 있다. 자전거를 정치인들의 한 때의 재선전략이 아닌 진정한 도심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실패를 결코 가벼이 봐서는 안 될 것이다.


* 이 글은 2008년 10월 24일자 중부일보에 실린 칼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