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환경권과 장관 고발

2012년 4월 4일 | 성명서/보도자료, 토양환경


                    주민환경권과 장관 고발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사무처장 
 
  
 부평구민 111명이 김관진 국방부장관과 유영숙 환경부장관을 직무유기죄로 검찰에 고발했다. 국방부와 환경부가 부평미군기지 주변지역 환경오염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토양환경보전법 등 현행법상 오염제거 등 각종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58만명이 밀집한 도심에 위치한 부평미군기지에서 고엽제, PCBs 등 맹독성폐기물처리의혹이 제기된 후 중앙정부의 무관심과 방치가 주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켰고 결국 장관고발이라는 사태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부평에는 일제시대에 이미 군수품제작공장과 조병창이 들어섰고 해방이후 부평미군기지는 서울 용산기지와 함께 ASCOM(주한미군 지원사령부)로 주한미군의 중요한 병참기지였다. 부평은 100년 가까이 군주둔지였던 셈이다. 부평미군기지주변지역의 환경오염은 3년 전인 2009년 중앙정부(환경부)에 의해 공식 확인되었다.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에 따라 부평구와 환경부에서 실시한 환경기초조사에서 부평미군기지 주변지역이 유류와 중금속에 의해 심각하게 오염되었음이 확인되었다. 특히 석유계총탄화수소(TPH)의 최고농도는 16,309mg/kg로 토양오염대책기준을 8배 이상 초과하였다. 토양오염대책기준은 토양환경보전법 제16조에 우려기준을 초과하여 사람의 건강 및 재산과 동물·식물의 생육에 지장을 주어서 토양오염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기준이다.

 이번에 주민들이 문제제기한 부영공원은 70년대 반환되어 90년대 중반까지 한국군경자동차부대가 주둔했던 곳으로 대부분 국방부와 산림청 등 중앙정부의 소유지이다. 2009년 부영공원 역시 토양오염대책기준을 초과하여 오염되었음이 확인되었지만 오염사실을 전혀 모른 채 지금까지도 수많은 시민들과 학생들은 공원을 이용하고 있다.

 토양환경보전법에는 오염원인자의 오염정화의무를 명시하고 오염원인자에 대해서도 토양오염물질을 토양에 누출·유출시키거나 투기(投棄)·방치함으로써 토양오염을 유발한 자뿐 아니라 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을 양수한 자와 합병·상속이나 그 밖의 사유로 오염원인자의 권리·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한 자도 오염원인자로 규정하고 있다.
부평미군기지와 주변지역의 1차 오염원인과 정화책임은 일본군과 주한미군에 있다. 그러나 부영공원은 20년 동안 한국군이 주둔했던 곳이며 현행 국내법상 기(旣)반환공여구역에 대한 토양오염 등을 제거할 의무는 환경부와 국방부에 있다. 환경부와 국방부는 오염사실 확인 후 토양정화, 오염사실고지 등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한 오염대책을 수립했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국방부장관은 반환공여구역에 대한 토양오염제거의무, 오염원인자의 토양오염정화의무, 토양오염 신고의무를 위반했고 환경부장관은 환경오염대책 시행의무, 토양오염방지 조치명령 요청의무, 토양보전대책지역지정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현재 주민들은 주한미군사령관, 부평구와 인천시 등을 상대로도 추가적인 법적대응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이번 주민들의 장관고발 건을 철저하게 조사하여 납득할 만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환경부와 국방부 등 중앙정부는 부평미군기지 내부 환경조사 특히 미군보고서들에서조차 심각한 오염이 확인되고 있는 DRMO(미군군수품재활용유통센터)에 대한 한미합동·민관공동조사는 물론 오염원인자에 의한 오염정화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인천에는 세계최대의 수도권쓰레기매립지를 비롯하여 대규모발전시설, 국가산업단지, 항만과 공항 등 환경관리시설들이 밀집해있다. 이들은 모두 국가적인 시설이며 엄격한 환경관리가 필요한 곳으로 이미 인천시민들은 수많은 환경오염에 노출되어 있다. 인천시민들의 생존권적 기본권인 환경권을 위해 국가는 그 책무를 다해야 한다.

 
* 이 글은 2012년 4월 4일자 인천일보 환경의창에 실린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