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장아장 기어 다닐땐 아버지란 존재도 몰랐다가.. 걸음마를 시작하고.. 또 구멍가게까지 달려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을 땐.. 뻑하면 꾸중이나 하려드는 엄마보단.. 가끔씩 머리 쓰다듬어 주시며 용돈 쥐어주는 아버지가 좋았었지..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확실히 존경도 했었고 말이야.. 하지만.. 그런 아버지가 세종실록지리지 몇 째 쪽에.. 삼국유사 몇 째 쪽에.. 독도 얘기.. 그리고 석탈해 얘기가 나오는지 모른고 있단 걸 눈치챘을 때.. 또.. 인수분해를 할 줄 몰라 내가 물었더니 버벅대는걸 보았을 때.. 게다가.. 당시 유행하던 인베이더나 겔러그도 못 할 뿐더러.. 내 여친이 당구를 치며 바에 앉아 가끔씩 담배까지 핀다는걸 전혀 이해치 않으려 하실 때.. 결국 결정적으로 우리들만의 용어를 쓰는 나와는 대화조차 통하지 않는단걸 알았을 때.. 그땐 얼마나 실망이 크던지 말이야.. 결국.. 내 인생에 있어 아버진 아무런 도움도 안됐을 뿐 아니라.. 그냥 물주에 지나지 않는… 뭐 그저 그런 존재였던 것 같아… 헌데…… 이런 젠장… 어느새 그런 내가 훌쩍 커서.. 성년이 되어 연애란걸 하고.. 술을 쳐 마시고.. 담배를 물고.. 당구에.. 노름에.. 심지어는 XX까지…. 그래도 그때까진 그냥 그런가보다 했어…. 다른 친구들처럼 나도 그렇게 적당히 휩쓸려 살아가고 있었으니까…. 근데.. 근데 말이지… 이게 웃긴게 내가 결혼을 하고… 그러니까 더 정확히는 애를 낳고부터야… 옛날부터 어른들.. 특히 울 엄니께서 그런 말을 자주 하곤 하셨는데.. 그때마다.. ‘으휴~ 잔소리, 저 넘의 잔소리…..’ 하곤 귀를 틀어막곤 했었던 기억이 또렷한데.. 그 잔소리가 이거 아니겠어…….. ‘이 놈아, 너도 애 나 봐라…… ‘ 낳았지.. 젠장.. 그래 그렇게 어쩌려구 낳은 애가.. 벌써 큰 넘이 중딩이야.. 작은 넘은 초딩이구.. 근데 이 넘들.. 먼 넘의 겜을 하는지, 겜하는거 뭐랬다간 날 죽일듯이 노려보고.. 무슨 얘길 좀 하려해도 퉁명스럽기나 하고.. 아무래도 하는 짓거리가 저 넘들 나이 때, 내가 했던 짓이랑 너무 흡사하거든… 녀석들에게 바깥 세상없이 단촐한 가족이 전부였던 갓난아이 시절마저도.. 내 어렸을 적 그 모습과 하나도 틀리지 않고… 역시 옛 말 틀린거 하나 없다더니.. 자식은 품 안에 자식일때 자식인게야.. 크면 클수록 어려운거고… 울 장모님 왈… 자식 어려선 키우느라 고생.. 공부할 땐 공부시킨다 고생.. 결혼할 땐 자금 준비한다 고생.. 그렇게 어렵사리 결혼시켜서 이젠 고생 끝났나 싶었더니만.. 웬걸… 툭하면 카드값 청산시켜달란 전화부터… 어디서 쌈박질 해 파출소에 있다는 며늘아이의 한 밤중 전화랑… 뭐 한다며 돈,,, 또.. 뭐 한다며 돈… 도대체 자식이란게 뭔지… 속 끓이는게 끊이질 않고, 가면 갈 수록 보짱만 커지니 원…. 아~ 글쎄 얼마전엔 사업하겠답시고 수 천만원이나 끌어가지 않았겠어… 어여 내가 죽든가 해야지… 휴~ ㅡ,.ㅡ 그런건가 봐.. 산다는게 다 그런건가 봐.. 애들 붙잡고 잔소리 백날 해 봐야 구구절절 옳은 내 얘기도.. 애들 귀엔 뭣같은 소리로만 들릴테고.. 그렇게 말 하는 지 애비가 같잖기만 할텐데.. 지금…. 놈들 맘엔 보나마나 지들 친구가 젤이어서.. 아마도 넘들에게 무슨 친분 리스트같은게 있다면, 거기 나나, 지 엄만….. 적어 내려가다 하마터면 빠트릴뻔한 정도의 까마득한 친분으로 기록되는 정도겠지.. 그래…. 그게 인생인거야.. 나 말이지.. 지금은, 그렇게 내가 무시했던 울 아버지가 젤루다 보고싶거든… 이런게 인생인 줄 알았더라면 말이라도 잘 들어 드릴걸 그랬단 생각에 후회만 되고.. 있지… 끝내 손주도 뵈어드리지 못 했는데 돌아가신게 한스럽더라구… 그게 참 어리석은게.. 애들 어릴때도 몰랐단거야… 이렇게 막상 머리 좀 컸다고 제 주장 척척 해 대고.. 또 심심찮게 게길 줄 아는 아이들을 대하고 나니 이제야 알겠는게 아버지 맘인건데.. 에잇… 그럼 뭐 해… 계셔야 무릅 꿇고 술 한잔 올리며 사과라도 드리지…… 지금 나… 게시판에 주저리주저리 넋두리 같은 이런 글 쓰고 있지만… 언젠가 얼마전엔… 아들 넘이 어떤 메신저로 접속하나.. 아이디가 뭔가….. 눈 여겨 봐 뒀다가… 출근 해선 아들넘 메신저가 있는 사이트엘 가입하지 않았겠어… 아마도 버디버디 같았는데… 그리곤 삼실에 앉아 방과 후 아들 넘이 접속하기만 기다렸다가.. 접속한 걸 확인하고는 잠시 뒤 접근 해 아빠란걸 알리는 이런 쪽지를 날렸더니만…. 나 : 뭐 하니~ 아빠다~~ 잠시 정말 아빤가 아닌가 확인했는지 어쨌는지 시간이 좀 흐른 뒤.. 아들 : 겜 나 : 밥은 먹었구..? 아들 : . 나 : 좀 있다 학원가야지..? 아들 : 네.. 나 : 엄만 뭐하시냐..? 아들 : 자 나 : 겜… 잼있냐..? 아들 : . 나 : 겜…… 잼 있냐니까~~???? 그랬는데,,,, 답쪽이 안 오길래… 이후로 쪽지 하날 더 보냈더니만.. 쩝… 이런게 날라오더군.. ‘상대방이 AcRite 님과 수신거절을 설정하여 쪽지가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고얀놈… ㅡ,.ㅡ 겜하느라 대답도 길게 안하고 꼴랑꼴랑 한 자씩만 답 하더니.. 이젠 그마저도 귀찮아 아빠한테 수신거절을 해..?? 넌 이제 집에 가서 죽었어…. …. ㅜ. 하지만 어쩌겠어.. 그런다구 애를 죽여..?? 차마 때리지도 못 할 것을… 그래두 그 것들이 자식이구 그 것들 땜에 사는데.. 글구 돌이켜보면 나 또한 절케 커 온걸.. ……… 낼 모레면 울 선배 큰 아들 넘이 군대 간다네… 선배도 선배지만, 형수님 꺼이꺼이 우실걸 생각하니 딱 예전 우리네 엄니 생각이 나고.. 또 선배의 뻥 뚫려 내려앉을 가슴 한 켠이 수 년 뒤 내 가슴과 같을 것 같아 낼은.. 울 선배라도 만나 술이나 한 잔 받아드려야겠어… 이렇듯.. 어릴땐 몰랐는데, 차츰 나이를 먹어가면서는… 조금은 나보다 더 산…. 그런 나이 든 사람들에게 매료되는게…… 아마도 그런게 맞는건가 봐.. 그렇지..? 그렇지 않아..? ——————— 먼지 쌓인 책 몇 권 툴툴 털다보니.. 습작노트 귀퉁이에 박힌 글이네요… 오늘 참.. 맘이 울적하기에 여기 올려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