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月 10日. 우리 어디 갈까요?!

2008년 7월 9일 | 회원소모임-기타




울고 있는 촛불소녀에게

                                            서덕석 목사(시인, 작가회의 회원)

 

6월 마지막 일요일 새벽녘에 너는

그곳 덕수궁 돌담밑에 쭈그리고 앉아 울더구나

앳도니 얼굴 엉클어진 단발머리를 새벽비에 적시면서

흐느끼는 네 모습에 반 백의 나도 속으로 울었단다

 

아가야, 누가 너를 때리더냐? 아니지

그까짓 주먹절이나 방패로 얻어 맞았다고

징징거릴 네가 우리가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지..

얻어 맞으면 더 오기가 생길지언정 눈물은

보이지 않기로 했으니깐,

아니면 매일 촛불드느라 너무 힘들고 지쳐서

우는거냐? 아니지

젊고 에너지가 넘치는 너희가 그 정도로 지쳐서

울기까지 할려고?

 

아니면 닭장버스 차벽 너머에도열한

전투경찰 대열 속에서 입대한 오빠라도 보았구나..

이것 저것도 아니라면 쉰번이 넘도록 청계천에서 여기까지

밤마다 촛불로 애타게 호소한 작은 희망이

내팽개쳐져서 였구나

 

그날 새벽, 우리는 그들의 적이 되어 버렸구나

생기발랄하게 즐기면서 춤으로 노래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병든 소고기만큼은 먹지 않게 해 달라고 소리치면

대통령 아저씨 귀에라도 들어갈 줄 알고

그리고는 선거때 여자고등학교를 방문했던 것처럼

어느 날 그분의 작품인 청계광장에 나오셔서

우리 이야기를 잘 들었다면서 다독거려 줄 줄 알았는데

 

그만 그 소박한 기대가 무너지고 말았구나

너희들의 소박한 이야기는 묵살되고 왜곡되어

졸지에 철없는 것들, 반국가사범, 폭력세력으로 몰려서

너무나 억울하고 분했던 게로구나

 

아가야, 미안하다

어른들이 지도자를 잘못 뽑아 너희를 울게 만들었구나

이 땅에 살아가야 할 주인이 너희들임을 잊고서

당장 돈이 된다는 말에 혹해서 정신을 놓았단다

운하만 파면 살판이 난다는 소리에 솔깃 했단다

아니면 될 대로 되라면서 자포자기 했단다

잘못은 스스로 저질러 놓고 고통은 너희에게 떠넘긴

비겁한 어른들을 마음껏 욕해다오

 

화사한 5월부터 눈부신 6월까지

웃으며 조잘거리며 친구, 애인과 함께 거닐어야 할

고즈넉한 덕수궁 돌담길에 너희들의

아우성과 울부짖음으로 가득차게 한

어른들을 용서해다오

 

그동안 너희는 충분하게 이겨왔단다

우리가 감히 상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우리가 흉내낼 수 없이 슬기롭고 기발하게

광우병을 쓸어내고, 미친 교육을 물먹이고

운하계획을 휴지조각으로 만들며

엉터리 신문 조중동 나부랭이를 쓰레기통에 쳐 박았지

가는 길을 가로막은 버스를 흔들다가 끌어냈다고

이젠 적군을 쳐 부시듯 우리를 치는구나

 

너희를 울게 만든 저들을 그냥 볼 수 없어

오빠들이, 엄마, 아빠가, 이웃 아저씨들이 나섰단다

이젠 신부님, 목사님, 스님, 교무님들이

두 손을 모으고 앞장 섰단다

 

아가야, 맞는다고 무서워 할 것 없다

사실은 때리는 그들이 더 우리를 무서워한단다

무서워서 주먹질을 하고 물대포를 쏘는 거지

우리는 맨 주먹에 양초 한 자루 밖에 없지만

가녀린 촛불은 진실을 비춰주고 마침내

거짓과 속임수와 더러운 욕망으로 무장한

저들의 치부를 밝히게 된단다

그때 저들은 숨을 곳도 없겠지

 

아가야, 오늘도 촛불을 밝히면서

나는 너를 위해 기도하마

너도 앞으로 너희가 살아갈

거짓이 없는 대한민국 공동체와

이 땅의 순박한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기도하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