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벌매립을 반대하는 도보순례

2008년 7월 25일 | 회원소모임-기타

 

 

        저주가 있으리라

 

나 아주 어려 내 벌거숭이의 몸을 내맡겼었다
뻘밭 가득 뛰어놀던 짱뚱이 같은 아이들과
게걸음치며 달려가던 농게 같은 아이들과
온몸에 갯뻘을 바르며 뻘 싸움을 하고
미끄럼틀은 만들어 놀이터가 되어 주었던
푸른 것들이 찬란한 것들이 치솟고 일렁이던
그 뻘밭의 바다

내게 만약 끔찍한 저주가 있다면
그 뻘밭을 막아 없애려는 무리에게 쏟아내야겠네
내게 만약 죽음보다 더 지독한 저주가 있다면
그 뻘밭을 팔아 배 부르려는 무리에게 퍼부어야겠네

싱싱한 것들로 온통 번쩍이는 생명으로 꿈틀거리는
저 소중한 선물의 뻘밭
살아서 아름답게 흘러 온 것들을 흐르는 대로 두어야 하듯
밀물과 썰물로 들고 나는 뻘밭의 바닷길을 막아서는 아니 되네
이 땅에 내린 축복의 뻘밭 우리 아이들에게 돌려주어야 하네
그 뻘밭의 바다에 무릎꿇고 입 맞추며
엎어지고 자빠지며 내달리게 해야 하네

 

박남준/1957년 전남 법성포. 1984년 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 시집에 등



* 출처 : http://nongbalge.or.kr/poem/ju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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